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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선택한 청년들 속출해도 수수방관하는 정부조국을 등지고 이민 떠난 청년들의 사연
장우호 기자 | 승인 2015.05.08 14:31|(182호)
   
▲ 2015 춘계 해외 유학 이민박람회 및 해외 이민 투자 박람회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관람객들이 유학 및 해외 이민, 투자 전문기관 및 전문가와 상담을 받고 있다.
20대 청춘들이 이민 열풍에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취업의 문이 갈수록 좁아짐에 따라 젊은이들이 해외취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정보와 비용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들이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거나 이미 높은 연봉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소위 ‘엘리트’란 사실이 심각하다.
예전에도 코리안드림 등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젊은이들의 노력은 계속해서 있었지만, 과거에는 개발도상국인 우리나라에서 선진국으로 진출해 더 나은 생활여건과 보상을 받기 위한 이민이 많았다면, 최근의 이민은 국내 현실이 암담하다고 느껴진 것으로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대한민국은 발전의 가능성이 막혀있다고 여겨 탈출하듯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다.
 
   
▲ 지난 4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청년창업지원 희망장터 ‘꿈꾸는 청년가게’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민으로 이어지는 청년 실업
청년 이민이 대두되기 전 이슈가 됐던 것이 청년 실업이다. 청년 실업률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그동안 참아왔던 문제들과 함께 엮이면서 청년 이민으로 이어진 것이다. 청년실업률에 대한 정부 대책이 고졸 취업 활성화 등 고용률을 높이는 데만 집중돼 있어 대학 진학률이 70%에 달하는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5년 3월 4년제 대졸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5.4%, 7.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15세 이상 4년제 대졸자 인구 증가율 3.3%, 취업자 증가율 3.5%를 크게 웃돈다. 또 1년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취업을 못한 장기 실업자도 속출하고있다. 4년제 대졸 장기 실업자는 지난 1월 7만 4,000명, 2월 10만 6,000명, 3월 10만 7,000명 등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고졸 계약직 일자리가 늘어나며 청년 고용률은 높아졌지만, 일자리의 질은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취업을 경험했던 청년층 389만 5,000명 중 76만 1,000명은 처음 가진 일자리가 1년 이하의 계약직이었다.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셈이다. 게다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내세우며 비정규직의 임금을 동결시켜온 탓에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큰 것도 실업률에 한몫 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중소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오래 근무하는 것보다 몇 년 더 준비해서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들과 기업 사이에 공백이 생긴 이유는 다름 아닌 보수다. 청년들은 더 많은 임금과 더 나은 업무환경, 복리후생 등을 바라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청년은 구직난에 시달리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청년이 곧 자원이다
한국 사회는 1970년대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후 80년대 말까지 대한민국은 출산율이 높은 개발도상국으로 저렴한 임금에 숙련된 노동 인력을 자체 조달하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출산율이 급감하고 인건비 역시 비싸지면서 중소기업과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수요가 늘어났다.
일부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청년의 눈이 높아진 탓이라고 말한다.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일자리가 넘쳐나는데, 청년들이 보수만을 따지면서 더럽고 힘든 일을 기피해서 실업을 자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들이 눈을 낮춰 3D산업이나 중소기업으로 가면 청년 실업률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구직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이나 복지격차가 커 현실적으로는 대기업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지난 4월 26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4만 원으로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 359만 8,000원의 56.7%에 그쳤다. 지난해 평균 근속 년수도 중소기업이 4.9년으로 대기업 10.7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힘들고 더러운 일을 하면서 평균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도 몇 년 만 고생하면 많은 돈을 들고 고국에 돌아가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이 외국인 근로자 수준의 저임금을 받고 일하게 되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며 사는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하기가 힘들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 청년을 외국인 근로자와 비교하여 깎아내리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4·24 민주노총 총파업을 지지하는 청년 및 학생들이 청년 실업문제 해결과 노동시장 구조개악 반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년은 낭비해서는 안 될 자원
언제나 그랬지만 21세기 들어 더욱 부각되는 자원이 청년(인력)이다. 한반도 총인구는 1910년 1,330만 명에서 1944년 2,590만 명으로 불과 34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고, 광복 이후 남한의 인구는 약 1,600만 명에서 1995년 4,500만 명으로 50년 동안 세 배로 증가했다. 인구의 폭증을 겪으며 청년은 얼마든지 남아도는 자원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이미 2006년을 기점으로 핵심생산가능인구(25세~49세)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별다른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이제껏 사람을 가장 귀한 자원으로 여겼음에도 아이러니하게 청년복지 투자가 사실상 없었다.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원인 20대 청춘들이 사회 초년생 때부터 목돈을 만들기 위한 이민계(移民契)를 만드는가 하면 이민에 필요한 언어 등 필요한 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이민스터디까지 이뤄지고 있다. 당장 생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해진 청년들은 자신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좋은 직장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기 힘들어 해외로 떠나고자 하는 것이다. 경제학 박사부터 시작해 이른바 명문대 졸업생들까지 고학력자들도 이민에 도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20대들의 이민 열풍은 한국 현실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다.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지는 말아야 할 것
윈스턴 처칠은 “모든 국가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만난다”고 했다. 국민이 정부를 만들고 모든 국민은 정부의 정책 아래 교육받기 때문에,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부도 없거니와 정부의 수준을 뛰어넘는 국민도 없다. 청년 이민 열풍의 원인이 정부에게만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한국을 대변하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 ‘빨리빨리’, ‘1등’, ‘최고’ 등 우리 국민들은 언제나 남들보다 앞서기를 원하며 채찍질한다.
이 관념은 강박에 가까운 것이어서 자신을 넘어 자식에게까지 강요한다. 심지어는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을 부려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또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으면 그를 깎아내려 비난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악습 때문에 부모는 자식에게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강요한다. 우리 청년들의 삶이 각박해진 것은 어쩌면 이런 사회적 인식 때문은 아닐까? 수능시험을 망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고3 학생이 자살하고, 명문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명절에나 만날 수 있는 친척들과의 자리가 꺼려지는 등 청년의 가치가 학벌과 직장으로 구분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을 57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은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대기업(30.4%)이 아닌 중소벤처기업(34.3%)을 택했다. 반면 ‘본인의 가족들이 선호하는 기업’문항에서는 중소벤처기업(13.6%)이 대기업(39.5%), 공무원(19.0%), 공기업(16.9%)에 이어 4위에 그쳤다. 또 ‘취업희망기업을 선택할 때 부모님의 영향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2%가 ‘그렇다’고 답했다. 본인의 선호와 관계없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대기업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 현실을 무시한 채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그려갈 용기조차 없는 청년들이 정부만 탓하는 것은 방어기제에 의한 자기 정당화라고 보인다.
분명 우리 청년들은 소중한 자원이다. 자원은 보통 손에 넣는 즉시 바로 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제(精製) 등의 처리를 해야 쓸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이 좋고 싫음을 떠나, 대한민국 청년은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자원이다.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5년도 고용노동정책평가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와 청년이 함께 노력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국가, 어느 사회든지 힘든 시기가 있다. 최근 이민 열풍이 부는 것은 대한민국이 갑작스럽게 살기 힘들어진 탓이 아니라, 국제화된 사회에서 외국에 나가는 것이 쉬워졌고 외국에 진출하는 것이 꿈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청년이 나에게 어떤 일이 주어질 수 있는가, 또 내가 어떤 일을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철저한 사전 정보를 구하고 준비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무턱대고 도피하듯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중 많은 청년이 결국 패배감만 느낀 채 빈손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의 삶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나가는 청년을 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청년을 위한 복지와 투자가 이뤄져야 이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 역시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외국에 가면 펼쳐질 판타지를 버릴 필요가 있다. 언론매체와 SNS에서 접하는 외국은 그 나라의 아름다운 모습만 비춰진다. 이민에 목마른 청년이 도전에 실패했을 때 받아주는 곳은 결국 대한민국뿐이다.

 

장우호 기자  koreana37@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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