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3년차. 봄이 왔고, 만물이 소생하며, 생명이 움트는 시간이다. 박 정권에서 4월 정국은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운명적인 시간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집권 첫해는 대선과정에서 있었던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작년에는 세월호 정국으로, 그리고 총리와 장관의 인사와 불통문제가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붙잡고 말았다. 거기에 당청 간의 불협화음도 끓이지 않았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내의 권력다툼도 있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내려가 여당 지지도와 10% 이상 차이가 났었고, 지역과 계층, 연령별로 철옹성 같았던 지지세력 내에 금이 가기도 했다. 중동 순방 이후 여야대표와의 회동과 비서실장 교체,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암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는 부정비리 척결의 강력한 의지 표명 등에 박수를 받으면서 지지율이 최저점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 서고 있다. 인사와 소통문제가 부정적이었고,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가 주축을 이루었기 때문에 상승세가 지속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경제정책 실패, 경제민주화 공약의 뒷걸음질 등 경제와 복지문제가 고개를 들 것이고, 공공과 노동개혁에서 만만찮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며,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에서도 당내 계파 간 의견불일치가 점쳐진다. 그러나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거기에 우리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문제도 큰 관심사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高高度 미사일)로 미국과 중국이 내정 간섭을 한 모습이고, 이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여당, 여당 내에서도 간극을 보이고 있다.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국익 차원에서 검토하기로 하였다. 한미군사방어훈련을 핑계 삼아 개성공단 문제 등 북한의 움직임도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외교는 원래부터 국익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래서 경제는 국익 차원으로 선택할 수 있으나, 국방안보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즉 당위론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 정권에서 국익 차원으로 석연찮은 입장을 보인 것은 못마땅하다. 물론 크게 보면 국익이 틀린 말은 아니다. 사드는 군사문제이자 정치문제이기에 국익 차원에서 처리하겠다는 점은 국민을 안심시켰다기보다는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점을 이해하기 어렵고, 보수언론에서조차 태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걱정이다. 다시 정리해 보면 경제문제는 어쩌면 숙명적 관계가 아니므로 국익 우선이라 해도 이해가 되지만, 숙명적 관계인 군사안보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 만약에 전쟁을 한다면 중국이 우리나라에 우방 자격으로 파병해 올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와 중국은 6·25 전쟁 때 서로 수만 명이 목숨을 바쳐 싸운 전쟁을 한 나라다. 중국이 북한과는 우방관계임에도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말았다. 한·중 간에는 경제적으로 국경없이 지내자는 FTA를 체결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우리와 터놓고 지낼 사이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울질하겠다는 뜻이 아니길 바라며 신중히 처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또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 즉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는 것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너무나 국민을 불안했을 뿐만 아니라 무책임성, 무소신, 무능력까지도 엿볼 수 있는 문제였다. 들고 있는 카드를 상대방에게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중요한 문제는 망설이거나 어쩡쩡해서도 안 되고, 공론화보다는 정권 차원에서 결정하고, 그 책임도 정권 차원에서 책임지는 모습이 정답일 것이다. 이를 위하여 당청 간에도, 여당 내에서도 의견을 통일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정비리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경제수준에 비하여 상당히 저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또 5공 청문회다, 범죄와의 전쟁이다, 역사바로세우기다, 대북송금특검과 박연차 게이트 등 역대 정권에서 있었던 대형 사건들을 예로 들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다음에 있을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기도 하고,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해설까지 한다. 더 나아가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이것은 과거를 거울 삼아 실수하지 말자는 뜻이라면 몰라도 안 되기를 바라는 속셈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국민을 보고 정치하고자 하는 집권자의 의지가 담긴 것도 사실이고, 집권세력 내에서 부정비리에 연루되는 것을 막아 보려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 세력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고강도 수사를 한다는 점은 박수 받아야 할 일이다. 이렇게 부정비리를 발본색원해 엄정한 처벌을 하는 것은 자랑할 만한 가치가 높은 정책이다. 그러나 기획성이나 일과성으로 추진되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 그리고 당연하게 추진돼야 한다. 따라서 현 정권에서 무차별적으로, 상시적으로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추진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높은 지지를 받을 것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의 초석이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면서 결코 기획성이나 일과성이 아니라는 진실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일부에서 직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정권유지 차원에서 기획수사한 것이고, 친이계 씨말리기, 공천학살, 레임덕을 돌파하는 수단이라는 뉴스를 봤다. 이는 전혀 설득력도 없고, 무모한 생각이다. 의도를 의심하는 것은 부정부패 집단으로 지목될 것이다. 국민들은 딜을 한다거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청와대에서 경제 살리기에서 방치할 수 없는 것이 부정부패라고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축소된 개념이고, 좀 더 폭넓은 개념으로 경제사회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서둘러야 할 정책이라고 해야 맞다. 경제살리기와 부정비리를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가 불충분하며, 우리 경제가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지는 것은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안 된다. 또 박 정권에서 말하는 국가개조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당위성과 연결시킬 필요도 있다. 기득권 층에서는 이럴 때면 언제나 사정정국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와 사회를 좀먹고 있는 부정부패를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 예측가능하고 투명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고 장기적으로는 저평가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그리고 방산이나 원전비리 같은 경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존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그야말로 이적행위로 규정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소위 관피아, 군피아, 공피아 등 오랜 관행과 고질적인 적폐는 암 덩어리에 해당된다. 희망이 있는 미래를 반드시 넘겨줘야 한다면 향후 30년의 성장을 위한 토양을 새롭게 한다는 각오로 부패척결에 범정부적인 역량을 결집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서 보듯 과거 정권이나 현 정권을 구별하지 말라는 언급이 없었다. 부끄럽지 않은 미래의 설계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사정기관에서 선별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전전 정권, 전 정권, 현 정권을 망라해야 하고, 가이드라인 없이 전방위, 대대적, 고강도로 수사해야 한다. 사정드라이브, 사정폭풍은 여야 국회의원을 겨냥한 전주곡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 역시 축소·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연말에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오해의 소지가 커지므로 청와대와 여야대표회담, 당정청협의를 강화하면서 4대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 노동, 공공, 교육 등 4대 개혁에 집중하겠다,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을 뿌리 뽑겠다, 창조경제와 3개년 계획을 세운 것, 통일대박을 주창한 것, 그리고 기업과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소위 기자방을 파해쳐 경제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겠다, 세금인상 없는 복지 추진 등은 정책설정 측면에서 보면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다만,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지표들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며, 정책홍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는 “하겠다”는 발표는 많았으나 정작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지지율이 빠진 것에는 해법에서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경고였고, 성과가 별로 없다며 회초리를 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부정부패가 공직자와 기업 간의 거래에서 비롯되었지만 관련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인색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듯 정책이란 설정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돼야 하기 때문이다. 3년이란 세월은 짧다. 토대와 바탕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국가개조로 간판을 걸면서 창조경제,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둥지를 틀었다. 정권 말기가 되면 이것으로 평가 받을텐데,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4대 개혁(금융, 노동, 공공, 교육)에 시동을 걸었고 그 첫 번째 작업으로 경제에서 3개년 계획을 펼쳐 놓았으며, 올 봄에는 공무원연금과 최저임금 인상이 여야 합의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등 큰 집단과 이해가 걸린 문제를 다룰 때에는 대의명분에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어느 정권에서나 작은 정부, 효율적인 정부를 달성하기 위해서 군살 빼기, 국민세금의 씀씀이를 재점검하는 것, 부정비리 척결 같은 메뉴들이 사용되곤 했다. 여기에서 경제활동 위축이라는 구시대적인 명분에 밀려 일과성으로 그치거나 특정 집단만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하여 쟁점들을 풀어 놓고, 국민들을 설득하면서 패키지로 처리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는 국민세금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설득력 있는 논리개발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야당에서 경제정책 실패라고 하는 데도 신뢰할 만한 합리성과 설득력 있는 대응논리가 보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도지사 간 무상급식 논쟁에서처럼 정책이란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자리를 위협하는 정개특위 활동이 도사리고 있다. 여당 내 혁신위에서도 국민적 지지를 얻을 만한 개혁안이 나와 선제적으로 지지를 얻어야 한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않기로 결정만 해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 또 권위적인 특권은 제한하되 국회의원의 권위까지 손질할 필요는 없다. 국회 내 정개특위에서 여야 특위 위원들이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헌법에는 200명 이상으로 되어 있으나 현재 300명이나 된다. 50% 이상 늘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상’이라면 ‘조금 더’의 개념일 뿐 50% 이상 넓게(크게) 해석될 수는 없다. 헌재 결정에 따라 법안을 손질해야 하지만, 수를 늘리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헌법정신도 그러거니와 국민여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 수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고, 국민들은 세금폭탄을 합의한 정치권을 눈여겨 보고 있고, 중산층이 붕괴되었다. 연금생활자들도 살기 어려운 실정이며, 중소자영업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영란법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높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 이상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일에 여당이 앞장서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데 여당에게는 불리할 것도 없지만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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