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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심층취재 분석(부정정책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공직사회 넘어 국가 개조의 초석되는가
황인환 편집위원장 | 승인 2015.05.04 17:41|(181호)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김영란법’ 통과에 대한 입장발표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1
‘벤츠 여검사’ 대법원 무죄 확정
지난 3월 12일 대법원은 내연관계에 있던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 등 고가의 명품들을 사건 청탁 대가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벤츠 여검사’ 이모 씨(40)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벤츠 여검사’ 이 씨는 지난 2007년부터 부산지역 변호사 최모 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면서 벤츠, 샤넬 핸드백, 신용카드 등 5,500여만 원의 금품을 제공받았다. 검찰은 변호사 최 씨가 자신이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청탁 대가로 금품을 건넨 것으로 판단해 이 씨를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이 씨는 사건 청탁과는 무관한 선물이라고 주장해 왔다. 1심 재판부는 ‘청탁 시점 이전에 받은 금품도 알선 행위에 대한 대가’라며 벤츠 여검사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4,462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금품은 내연 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의 하나이고, 벤츠 승용차는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정표로 이 씨가 요구해 받은 것’이라며 벤츠 여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 역시 “이것은 남편이 아내에게 준 선물이나 같은 이치라며 청탁에 따른 대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공무원이 대가성 없이 금품을 받아도 처벌한다는 취지를 담은 김영란법을 촉발시킨 기폭제가 됐다.
 
#2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발언 녹취록
청문회 기간 일부 취재기자들과 김치찌개 회식자리.
“내(이완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이번에 김영란법, 이거요,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그치?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그치? 욕 먹어가면서.
내가 가만히 있으려고 해. 가만히 있고… 하려고 해. 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
내가 이번에 통과 시켜버려야겠어. 왜냐면 야당이 지금 통과시키려고 하는 거거든? 나는 가만히 있으면 돼.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 지를 거야.
김영란법이 뭐냐, 이렇게 얻어먹잖아요? 3만 원이 넘잖아? 1년 해서 100만 원 넘잖아? 가…이게 김영란법이야. 이런 게(식사 자리) 없어지는 거지. 김영란법 만들어지면, 요게(김치찌개) 못 먹는 거지….”
 
   
▲ 제331회 국회(임시회) 본회의가 열린 3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금 지에 관한 법률안(위원회안)이 재석 247인, 찬성 226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부패지수 43위… 뇌물이 문화의 일부분?
국제투명성기구는 2014년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175개국 중 43위라고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가운데에서도 꼴찌에서 7번째인 27위로 태국과 대만보다도 못하다. 우리나라의 부패가 이토록 심각하다니… 소득 4만 불의 선진국에 도약하려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낯을 들 수가 없는 일이다.
부패한 나라 대한민국. 부패한 공무원. 공직사회, 특히 요즈음 방위산업 관련 비리나 포스코 등 기업, 그리고 일반 공무원들의 직무 관련 비리를 보면 이 나라가 과연 부패공화국이 아니고 무엇인가. 의문이 들 정도다. 비리 액수의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보통 몇 백억, 몇 천억, 어떤 것은 조 단위 급 비리다. 가히 규모의 대소에 마비된 망국병(亡國病)에 걸린 것 같다.
이런 망국적 풍토를 바로 잡기 위해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압도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2011.1~2012.11)이 지난 2007년에 발생한 벤츠여검사 사건에 국민적 공분이 일자 2011년 발의했던 법률이다. 원안의 법명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었다. 3월 12일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당초 김영란 전 위원장이 발의한 원안과는 좀 차이가 나지만 법의 요지는 대동소이하다. 공무원이나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에 관계없이 100만 원만 받아도 처벌을 받고, 만약 액수가 적더라도 직무와 관련된 뇌물이면 액수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는 법률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공무원들을 부패의 유혹에서 보호하여, 청렴하고 자긍심 있게 공직수행을 하게 할 수 있겠는가라는 김 전 위원장의 입법취지이다. 이때문에 처벌 수위가 다소 높지만 이 법이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건국 이래 최초이고 최고의 부패방지법이라 할 수 있다. 국민도 이제 깨끗한 사회가 오는가 하고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외신들의 관심도 컸다. 뉴욕타임스는 ‘뇌물이 오랫동안 문화의 일부처럼 여겨졌던 한국적 풍토를 바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뇌물이 문화의 일부처럼 보였다니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기에 이런 표현을 썼을까? 그것이 바로 부패공화국이었단 말,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시진핑도 호평한 김영란법
반부패척결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도 제2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김영란법을 호평했다. 중국에서는 반부패척결운동을 ‘호랑이. 파리 사냥’이라고 부른다. 호랑이(고위직 부패공무원)를 때려잡으면 작은 파리(하위직 부패공무원)는 두려워서 피하게 된다는 이치에서 나온 말이다. 입을 연 것은 천쉬 상하이시 인민검찰원장이었다. “한국 역시 중국처럼 관계를 중시하는 인정사회로서, 이전 법률은 ‘권력-돈거래’만 처벌했으나 지금은 반부패법을 개정해 뇌물수수에 해당하는 범죄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만들었다. 가족이 금품을 받거나 인정에 기댄 청탁을 받는 것조차도 일정 기준에 이르면 뇌물수수로 인정된다.”시 주석은 이 말에 동의하면서 “한국에서는 100만 원, 즉 5,700 위안만 받아도 형사처벌을 받는다”면서 “여기에 선물을 받는 것도 포함된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찬 바람이 불어 닥칠 조짐이 보인다.
일단 김영란법의 통과에 대하여 각계는 물론 국내 언론들도 대부분 환영했다. 만약 반대 의견을 내면 너희들은 부정을 하겠다는 속셈이냐는 지목을 받게 될까봐 운신 폭이 좁을 수가 있다. 다만 이 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자기들만 법망을 피해나가려고, 원안에 있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삭제하고 꼼수로 예외조항을 만들어 넣었으며, 민간부문이었지만 눈에 가시였던 언론인 등을 준 공직자라고 규정해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데에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개정을 촉구하였다. 대한 변호사협회도 민간 부문인 언론인을 규제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하여 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3월 13일 헌법재판소에 즉각 위헌 소송을 청구하였다.
김영란법이 국회에 상정에 늑장을 부리자 언론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의 재촉이 빗발쳤다. 박근혜 대통령까지도 조속한 법처리를 독촉할 정도였다. 이런 관계로 서두르다 보니 시간에 쫓겨 법조항이 부실한 부분도 있다고 국회도 스스로 인정했다. 중요한 것은 처벌 규정이 애매한 부분도 있다. 일단 이런 부분은 아직 1년 6개월의 보완 기간이 남아있으므로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해 나가면 될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부패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김영란은 누구인가?
김영란(현 서강대 로스쿨 석좌교수,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1956년 11월 10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1975년 경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로 진학해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였고, 1979년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였다. 법률가 강금실, 조배숙 등이 대학 시절 친구였다. 사법연수원생으로서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시보로 일할 때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하던 강지원(1949년생)을 만나 결혼하였으며 딸 둘을 두었다.
김영란은 서울민사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부산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등에서 판사 생활을 하였다. 1991년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되었고, 1993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되어서 5년간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였으며, 1998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되었다.
이후 1999년 3월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2001년 2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2003년 2월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2004년 7월 23일 최종영 대법원장에 의해 대법관에 제청되었다. 이것은 8년 선배들을 건너뛴 파격 인사였다. 4명의 후보자 가운데 여성이면서 가장 나이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신임 대법관으로 제청되었다. 김영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한민국에서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되었다. 1982년 이후 22년 만의 40대 대법관이었다. 만 48세였다. 사법연수원 11기 젊은 여성으로서, 사법연수원 2, 3기 출신들이나 거론되던 대법관 자리에 무려 60여 명의 선배들을 제치고 임명된 것이다. 파격이었다.
남편 강지원 변호사는 아내 김영란이 대법관에 임명되었을 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직도 사퇴하고, 일체의 시사방송프로그램 진행도 중단했다. 순전히 외조를 위해서다. 김영란은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았다. 그녀 역시 2012년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국민권익위원장직을 사퇴했었다. 김영란법은 그녀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시절이었던 2012년 8월 입법 예고하였다.
 
   
▲ 김영란법 처벌 조항.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들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제1조 목적 조항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의 원래 목적은 공직자들이 주변의 갖가지 부패 유혹을 뿌리치고 맡은 직무를 공정하고 자긍심 있게 수행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므로 입장 곤란한 청탁에 대해서는 이 법을 무기로 내세워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들을 알아보자. 제1조 목적 조항에서 ‘공공기관’이라 함은 아래와 같은 기관을 지칭하고, ‘공직자 등’이란 그 기관에서 직무를 수행하거나 근무하는 공직자 또는 공적 업무 종사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1.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중앙행정기관(대통령 소속기관과 국무총리 소속기관을 포함)과 그 소속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된 공무원과 다른 법률로 그 자격·임용·교육훈련·복무·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
 
2. 공직자윤리법 제3조2에 따른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
1) 한국은행의 임직원
2) 공기업의 임직원
3) 정부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재출자·재출연을 포함한다), 그밖에 정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거나 대행하는 기관·단체의 임직원
4)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 및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재출자·재출연을 포함한다)의 임직원, 그밖에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거나 대행하는 기관·단체의 임직원
5) 임원 선임 시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승인·동의·추천·제청 등이 필요한 기관·단체나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원을 선임·임명·위촉하는 기관·단체의 임직원
 
4.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 에 따른 공공기관의 임직원
①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단체 또는 기관으로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기관 단체의 장이나 임직원
1) 다른 법률에 따라 직접 설립되고 정부가 출연한 기관의 임직원
 
여기서 눈여겨 볼 조항은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라고 하였고 그 안에 1) 구성원 상호 간의 상호 부조·복리증진·권익향상 또는 영업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 2)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고, 그 운영에 관여하는 기관 3) ‘방송법’에 따른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른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KBS와 EBS의 임직원들이 김영란법에 공직자로 포함된 것이다. 일반 언론인들이 이 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은 KBS와 EBS와의 형평성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KBS 기자는 규제를 받고, 다른 민간 방송사들은 제약을 받지 않는 것도 형평성에 위배되고, 방송기자는 규제받는데, 신문기자는 자유롭다는 것도 형평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언론사 등 민간영역이 포함되게 된 이유다.
 
5. ‘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그밖의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및 ‘사립학교법’에 따른 공직유관단체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
6. ‘ 언론사’란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를 말한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2호에 따른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① “신문”에는 일반일간신문과 특수일간신문, 일반주간신문과 특수주간신문의 종사자 ② “인터넷신문”등 전자간행물 종사자는 물론 ③ “잡지 등 정기간행물”도 모든 분야의 잡지, 생활정보간행물, 전자간행물, 기타 간행물의 종사가가 포함되며, ④ ‘뉴스통신’ 등 ‘전파법’에 따라 무선국(無線局)의 허가를 받거나 그밖의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외국의 뉴스통신사와 뉴스통신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외의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논평 및 여론 등을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유무선을 포괄한 송수신 또는 이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뉴스통신 종사자도 모두 포함되었다. 이로써 추가로 포함된 민간영역에는 사립학교 교원 등 21만 명과 일반 언론인 등 9만 명이 새로이 규제 대상으로 포함되었다.
 
법의 실효성에 의문 제기 많아…
김영란법이 통과됨에 따라 이 법의 제약을 받을 사람이 김영란법 원안에서는 무려 154만 명이라고 추산했었는데, 가족 친지 등 1명당 10명만 포함해도 1,540만 명이 그 대상이 된다. 만약 원안대로 이해충돌방지법이 포함된다면 184만 명이 직접 관련되고 가족 친지를 포함하면 거의 2,000만 명에 달한다고 하여 국민 대부분이 법의 제약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의 대상인 공무원들도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 적용대상이 광범위하여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재로는 본인과 아내가 포함되어 300만 명 정도가 대상이 된다고 본다. 특히 염려스러운 것은 공직자의 아내가 금품을 대신 받아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도록 한 규정이다. 이것이 인륜상 가능할 수 있느냐고 의문시 한다.
또한 공무원들이 민원인에 대해 면담하기를 꺼려하게 되면 소극적인 정책집행, 나아가 복지 부동의 공직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정부부처의 한 공무원은 “업무로 민간인을 만나는 것을 부정청탁이라고 백안시하면 공무원들은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민관 협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인데 행동의 제약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공무원들에게 형사처벌은 사실상 공직수행에 있어서는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라며 100만 원 초과 수수시 직무연관성 관계없이 형사처벌토록 한 규정이 과도하다고 우려했다.
법 제정 당시에는 취지에 동감했던 언론계에서도 자신들이 공직자와 함께 규제 대상에 포함되자 민간인을 공직자로 분류하였다 하여 위헌 소지가 있고, 언론 자유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염려하며 이 법의 좋은 취지가 언론 탄압이나 언론 길들이기에 악용될 위험에 대비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실 그렇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영국의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취재원에게 밥을 얻어먹는 것은, 영국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본다. 밥을 얻어먹는 기자를 본 적이 없다. (만약 그랬다가 발각되면 어떻게 되나?) 글쎄, 당연히 징계를 받지 않을까. 해임될 수도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국 기자들은 밥을 먹으면서 취재하지 않는다. 취재원을 만날 일이 있으면 식사 시간을 피한다.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다들 그렇게 한다. 취재원을 만나면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 것도 안 마시는 경우도 흔하다. (커피 값은 각자 내나?) 그런 경우도 많다. 하지만 취재원이 커피 값을 내는 것 정도는 용인된다. 그러나 함께 술을 마신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다. 한국 기자들이 취재원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걸 보고 사실 좀 놀랐다.”
만약 이 법이 시행된다면 악의적으로 조그마한 꼬투리를 잡아 언론인을 협박하여 언론자유를 속박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법 개정이 필요한 당위다. 사립학교 임원이나 교직원들도 자기들은 민간인이지 규제할 공무원이 아니라고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대한변협이 헌법소원을 낸 이유도 언론인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데 있었다. 경찰과 검찰의 권한이 크게 확대된 데 반해, 이들의 법 집행을 막을 장치는 너무 허술하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보완 잘하면 국가 개조의 단초될 수도…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경기를 위축시켜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음식점 등 요식업체나 소상공인과 중소자영업자, 중소 언론의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 법은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인 명절이나 기념일 또는 보은 감사 인사문화를 송두리째 뒤흔들 염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법 실행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도 있게 논의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국민적 염려에 맞도록 이 법의 시행까지 아직 1년 6개월의 기간이 남아있으니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왜곡된 부분들을 심도 있게 논의해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은 국회위원 등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 본래의 입법 취지였다고 밝혔다. 공직사회에 집중한 자신의 원안과 달리 언론사, 사립학교, 학교법인 임직원 등까지 확대된 것에 대해서 위헌이 아니라고 했고, 지금도 공직사회 반부패부터 새롭게 개혁하고, 2차적으로 기업, 금융, 언론, 사회단체 등을 포함하는 민간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우리 국민의 70%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법적용에 포함된 것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과잉입법이 아니라고 했다. 위헌 논란을 잠재우는 말이다.
이제 무슨 이유와 불만이 있더라도 수천 년 우리 역사에서 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획기적인 법률이 제정된 것만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 전 위원장 말마따나 이렇게라도 통과된 것이 기적 같은 일이다. 이제 우리도 부패의 어두운 사회를 벗어나 청명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는 증거다. 지금까지는 부패한 공직사회는 말만 무성했고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모든 것을 바로잡아 잘 살고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하겠다.
 
김영란법 제정부터 국회통과까지
• 2011년 6월 14일(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법안 제안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국무회의에서 공정사회 구현, 국민과 함께하는 청렴확산 방안‘으로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안‘ 제안
•2012년 8월 16일…법안 발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발표
정부 내에서 회람 시작
법무부에서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는 모두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발하며 새로 입법하지 말고 기존 법을 개정하자고 주장
•2012년 8월 김영란법 입법 무산될 최초의 위기
•2012년 8월 22일…입법예고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입법 예고
‘김영란법’이라고 불리게 됨
•2013년 7월 말…절충안 국무회의 통과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공직자가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금품 5배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한다는 것에 대해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과태료 처분으로 바꾸는 절충안을 내 국무회의를 통과
•2013년 8월 6일…정부안 국회 제출
권익위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
•2013년 8월~2014년 3월…상정보류
국회정무위원회가 ‘법의 적용 대상이 너무 넓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상정 보류
•2014년 4월…세월호 사건 공직비리 노출
세월호 침몰사건 때 해피아, 관피아 등 얽히고 설킨 공직사회 비리 노출
•2014년 5월 19일…박근혜 대통령 국회 통과 독촉
박근혜 대통령 담화에서 ‘국민 안전과 국가 개조를 위한 첫 단추’라며 김영란법 통과를 주문
•2014년 5월…임시국회 처리 무산
임시국회 처리 무산, 12월 정기국회 ‘세월호 패키지 3법(김영란법, 유병언법, 정부조직법)’처리에서 김영란법 제외
•2014년 6월~2015년 12월…김영란법 정무위원회로 넘겨져 심의
공기관 KBS, EBS 언론이라는 형평성 맞춰 모든 언론인 대상으로 포함해,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형평성 맞춰 포함
• 2015년 1월 8일…상임위원회의 정무위 법안소위 통과
규제 대상 확대로 다시 정부안으로 복귀. 그러나 사립학교와 언론은 포함
• 2015년 3월 2일…여야 원내지도부 최종 조율
적용대상이 원래 민법상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 직계존비속의 배우자 등) 포함 150만여 명이었으나 사학 교원, 사립유치원, 언론 등 포함 180만 명이 늘어나 민법상으로 보면 1,800만 명에 달해 다시 적용대상을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로 한정하며 적용 대상자가 300만 명으로 축소됨
•2015년 3월 3일…최종 보완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및 재단 이사 포함 주장 관철
• 2015년 3월 3일 오후…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적용대상은 입법부(국회), 사법부(법원), 행정부(정부) 공무원, 정부출자 공공기관, 공공유관단체 임직원, 국공립학교 교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종사자와 그 배우자이다.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였다.

황인환 편집위원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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