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경제 포럼(사진 제공 = 독일 대사관)

2015 다보스 포럼의 10대 위험과 10대 의제

▲ 2015 다보스 포럼의 10대 위험과 10대 의제

 2015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된 10가지 ‘위험’과 ‘의제’는, 2천 7백여 명의 글로벌 정치, 경제, 언론 리더들이 세계의 이슈 중,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지표다.

다보스 포럼의 시각에서 본 당면하고 있는 ‘위기’ 는, 지정학적-사회적 문제와 기술적 문제로 양분되어 있다. 경제적 문제에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위기’ 내의 이슈는 오로지 ‘실업과 불완전 고용’ 뿐이다. 양분되어 있는 ‘위기’의 문제들 아래는, 현재 세계에 뚜렷한 헤게모니 보유 국가, 즉 ‘극(pole)’이 없다는 사실이 전제되어 있다. 실제로, 다보스 포럼 개최 중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내전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문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 간 비난전이 펼쳐졌다. 또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양자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본래 경제 문제를 중점적으로 의논해야 하는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 포럼에서 경제 문제보다 국가 간의 정치적 현안을 다루게 된 것도 ‘극’의 부재를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한편, 10대 ‘의제’는 다시 다음 표와 같이 5개의 의제로 재구성되어 의논되었다.

▲ 10대 의제의 재구성

다보스 포럼이 전망하는 2015년의 세계경제

▲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좌),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중),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우)

첫 번째로 글로벌 경쟁구도의 개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되었다. 이 위기는 이른바 ‘뉴 노멀’, 즉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규제 강화, 미국 경제 역할 축소 등이 세계 경제의 표준이 되는 시대를 열었다.

저성장 현상이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 기조는 하향 안정을 지향하게 되는 글로벌 모더레이션(Global Moderation) 양상으로 전환되었다. 향후 선진국은 1~2%의 경제 성장률을, 신흥 개도국은 3~4%의 경제 성장률을 지속하게 되는 전 세계적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국가 부채의 증가’와 ‘디플레이션 압력’이 미국, 일본, 유로존 등에 가해짐에 따라 이들 국가들의 재정적 여력도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실제 이들 국가들은 경제가 잠재 GDP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침체되어 있다는(디플레이션 갭)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각국은 양적 완화 등 경기 부양만이 아니라 제조업 혁신, 경쟁력 강화 등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의 확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가 향후 치열한 경쟁 구도로 진입할 것이라 전망했다.

두 번째로 세계화(Globalization)의 분권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의 세계화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주도하에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신흥국들이 높은 경제 및 무역의 성장으로 부상하며,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 중이며, 미국 등 선진국이 한때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재로 이어졌으며, 역내 패권 경쟁을 둘러싼 지역 분쟁의 심화로 국제 질서의 불안정성이 강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이후의 회복 과정에서, 각국은 서로 자국의 경제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현상이 발생한다. 한 가지는 근린궁핍화 정책에 기반한 환율전쟁, 즉 모든 국가가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화의 절하를 시도하는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거대한 규모의 경제통합 현상을 통해 시장 자체의 확장을 노리는 현상이다.

세 번째로는 글로벌 에너지 주도권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비전통적 에너지 혁명이 일어나, 글로벌 에너지 패권이 OPEC을 중심으로 한 중동 및 러시아에서 미주 지역 등으로 분산되었다.

미국의 경우 셰일 붐으로 인해 가스 및 오일의 최대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이 경향은 더욱 강해져 2016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이 될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또한 이미 러시아를 제치고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이 되었다. 이런 북미지역 주도의 셰일가스 등 비전통적인 에너지 생산 확대는 유가하락을 일으켜, 유류 수입국에 있어서는 수입량에 따라 최대 GDP대비 1~3%까지의 경상수지 확대를 예상되나, 유류 수출국인 중동 및 러시아는 GDP대비 4~11%까지의 경상수지 축소가 전망된다.

네 번째는 이상기후의 빈번한 발생과 피해의 심화를 전망했다. 신흥국이 산업화 되고, 그에 따라 화석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전 지구적인 감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게 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며, 자연 재해가 발생하여 경제적 피해 및 인명피해의 발생이 심화될 것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불균형의 심화를 예측했다. 현재도 전 세계 인구의 1% 미만이 세계 총 자산의 41%를 차지하는 등 소득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나, 이런 부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IT 등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통적 혹은 인력 집약적 산업이 사양화 되고, 이 산업에 관련된 고용 기회가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 부족 문제도 더욱 심화되며, 고용 없는 성장의 지속이 예상되었다.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

▲ ‘한국의 밤’개막 연설을 하고 있는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 (사진제공=외교통상부)

 2015년 다보스 포럼에 우울한 주제와 불확실한 미래만이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다보스 포럼은 국제적 명사들과 세계 각 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회의인 만큼, 각 국이 준비한 교류의 자리도 성대하게 펼쳐졌다. 특히 스위스 다보스 현지시각으로 22일 개최된 ‘한국의 밤’ 행사는 전체 참가자의 5분의 1인 500여 명 이상이 참석해, 본래 예정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을 연장하여 성황리에 끝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일한국,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 행사에서 한국을 대표한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이 ‘하나의 한국, 하나 된 한국의 밤을 위한 길’이라는 제목으로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논했다. 우선 “분단이라는 현 상황이 그리 문제인가?”그리고 “통일 비용이 너무 크지 않을까?”라는 의문, 혹은 “지금 다른 중요한 현안들도 많은데 왜 통일 문제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는가?”라는 주장에 대하여,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포함한 인도주의적 비용,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인한 불안정과 긴장 고조 등의 70년간 지불해 온 비용을 이유로 들어 통일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한국이 지불한 비용이 분단으로 발생하는 실제 비용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주장했다. 결국 분단 비용은 통일 비용보다 더 크며, 이대로 분단 상황이 지속되면, 분단 비용을 전 세계인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 단언했다.

반대로, 통일이 되면 이러한 비용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음을 언급했다. 외교부에서 공개한 연설문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의 내용과 일맥상통했다.

“ 통일 한국은 평화의 전령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북한의 핵무기가,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이 국제사회를 겨냥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은 경제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첨단 기술과 북한의 풍부한 광물 자원, 그리고 근면하고 창의적인 남북한의 8천만 시민은 상호 시너지와 번영을 가져올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통일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수호의 보루가 될 것입니다. 통일은 한반도 전역에 이와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확산시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 통일의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주변 국가들에도 전해 줄 좋은 소식이 많이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미국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이웃으로부터 야기되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 요소에 대한 근심을 덜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한반도 통일은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입니다. 중국의 동북지방에는 발전의 전환점을, 일본에는 새로운 시장을, 러시아 극동지방 개발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은 또 한 번 새롭게 연결되는 유라시아 대륙과 빠르게 성장하는 광대한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간의 핵심적 교량과 연결고리가 될 것입니다.

한반도 분단은 지정학적 저주이지만, 통일된 한반도는 지정학적 축복이 될 것입니다. 동북아 지역은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전 세계가 평화 배당금을 나누어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윈-윈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통일의 희망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도 내놓았다.

“첫째, 한반도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 과정에서의 장애물들을 없애 나가야 합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핵무기는 남북관계와 동북아 지역 평화에 있어 암덩어리와 같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제거해야 할 것 입니다. 한국은 이와 관련 의미 있는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 또한 북한 비핵화를 위해 공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요구에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최근 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비핵화가 반드시 대화의 전제 조건은 아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평화통일을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간 선순환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둘째, 우리는 꾸준히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작은 것에서 부터 큰 분야로 나아가는 대화와 협력의 습관을 배양해 나가고자 합니다. 모두에 말씀드린대로, 박 대통령은 이미 북한에 3대 제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조속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지원에 관한 ‘Agenda for Humanity’, 민생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공동 번영에 관한 ‘Agenda for Co-prosperity’, 남북간 문화, 교육, 스포츠 등 분야의 연결과 교류를 촉진하는 ‘Agenda for Integration’이 그것들입니다.

셋째, 우리는 한반도 통일에 유리한 올바른 국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독일은 25년 전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축복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사실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주변국들의 지지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주변국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는 새롭고 창의적인 지역 이니셔티브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통해 연성 이슈부터 시작하여 동북아 역내 협력을 촉진할 것이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에너지와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다시 하나로 연결할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구상들이 성공하게 된다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미얀마와 쿠바의 개방과 같이 이미 여러 지역에서 변화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북한에도 도달할 수 있도록 많은 우방국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

윤병세 장관의 연설에 더해, 연설 전 박근혜 대통령이 영상을 통해 전한 “통일은 한반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메시지에 대하여, 한국의 밤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모두 지지의 의견을 보냈다. 특히 자스팔 빈드라 스탠다드 차타드 아시아지역 사장은 얼마 전 세계적인 투자가 팀 로저스의 인터뷰 사례를 언급하며, “한반도의 통일이 현실화 된다면, 나 역시 팀 로저스처럼 전 재산을 통일한국에 투자하고 싶다.”는 건배사로, 세계인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갈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제 경제의 원인, 상황, 논의

▲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다보스 포럼은 세계 각 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리더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그 본질, 즉 세계 경제를 논하는 포럼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경제를 논하기 위해 사회를 논하고, 국제 관계를 논하는 흐름으로 이어진 것이 오늘날 다보스 포럼을 이토록 거대한 ‘또 하나의 유엔’으로 탈바꿈시킨 요인이다. 이런 다보스 포럼은 세계 경제에 대해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원인과 그로 인해 발생한 상황,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41년 간 노력해 왔으며,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 경제가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 데는 다종다양한 원인이 있으나, 다보스 포럼은 그동안 쌓아올린 논의를 기반으로 원인을 세 가지, 불확실성(Uncertainly)과 복잡성(Complexity), 허약함(Fragility)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앞서 10대 위험을 논할 때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제사회는 현재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국가가 부재한 상태이다. 여기에 더해, 정보기술의 발달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액수의 금액이 전자 상으로 교환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산업의 부상 및 몰락이라는 불확실성도 존재하고 있다. 또한 냉전 시대와는 달리 이념이 아닌 각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들이 수시로 이합집산하게 되었으며, 국가가 아닌 ‘힘 있는 조직’도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획득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자’의 다양성이 국제사회에 복잡성을 가져오고, 복잡해진 국제 사회는 국제 경제도 복잡하게 만들어냈다. 이렇게 복잡해진 상황 속에서 국가의 힘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기에, ‘허약한’ 국제 질서가 만들어졌다.

다보스 포럼 내의 논의는 <새로운 시대에도 지속되는 협력>, <‘포용적 성장’이 가능한 경제>, <지정학적 위기의 해소>, <새로운 기업 모델과 경제 생태계의 구축> 등으로 정리되었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스마트 기술에 대해서도 토의되었으며, 그 외에도 식량, 물 등 이제까지 당연히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얻을 수 없게 될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했다.

다보스 포럼은 언제나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다. 다보스 포럼은 인간 사회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비록 안에서 서로 다른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그 안에서 인류 공동의 대원칙만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결코 더 이상 인류 사회 전체로의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인류의 공동의 적인 테러나 가난, 환경오염에 대해서 인류 전체가 함께 맞서야 한다. 90억 인류가 지속 가능한 사회, 그러면서도 언제든 혁신과 발전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는 인류 전체에 대한 믿음. 이것이 다보스 포럼에서 ‘1%의 리더’들이 늘 확인하고, 앞으로도 계속 선언할 내용이다.

정재영 기자  jyjung37@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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