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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즘(TERRORISM)한국 더 이상 테러 안전국 아니다
황인환 편집위원장 | 승인 2015.05.04 17:03|(181호)
   
▲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등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3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제28차 국민대회,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테러 배후 철저규명 엄단하라’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범인 김기종 초청장 받고 10일 동안 준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조찬강연장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들어선 것은 3월 5일 오전 7시 35분쯤이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초청 강사였다. 몇몇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강단 앞 헤드테이블 강단을 등진 자리에 앉았다. 오른쪽은 통역, 왼쪽으로 민화협 의장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김덕룡 민화협 고문,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등이 자리를 잡았다. 전체 참석자는 약 200여 명. 강연 주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 방향”.
테이블에서는 리퍼트 대사가 한국 부임 후 낳은 아들 세준이 화제였다. 그 사이 빵과 수프가 서빙이 되고 참석자들이 막 수프를 먹으려는 순간
“악”하는 비명과 함께 리퍼트 대사의 얼굴에서 피가 튀겼다. 6번 테이블에 앉아있던 김기종(55)이 대사의 등 뒤에서 오른손에 든 25㎝의 칼로 대사의 얼굴을 내리 찍은 뒤 대사의 목을 휘감고 있었다. 동석했던 장 의원 등 3,4명이 일어나 김 씨를 넘어뜨려 제압하고, 현장의 사복 경찰도 합세해 흉기를 빼앗고 김 씨를 체포했다. 김 씨는 넘어진 상태에서도 리퍼트 대사의 종아리를 잡고 놓지 않았다.
그는 엎드린 채 “미국이 남의 나라에 와서… 독도는 우리땅이다”라고 소리쳤다. 다른 목격자는 김 씨가 대사 쪽으로 걸어가다 마지막 두세 걸음은 빠르게 옮겨 대사를 공격했다고 했다.
3번 테이블의 어느 목격자는 “범행 전 자리에서 일어난 김 씨가 옆 사람에게 유인물 20~30장을 줬다”며 “범행 뒤 제압당한 김 씨가 그 사람을 향해 ‘교수님, 빨리 팸플릿 돌리세요’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5번 테이블의 목격자도 “팸플릿을 전달 받은 그 남성은 김씨의 범행 후 곧바로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유인물을 넘겨받은 사람이 Y대 명예교수인 노모(70)씨임을 확인했다. 노 씨는 경찰에서 김기종과는 모르는 사이이고 공모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경찰은 “노 씨는 연방제 통일을 지향하는 종북 세력의 원로로 줄곧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며,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에서 2011년과 2012년 ‘6.15 공동선언 그리고 평화협정’ 등의 주제로 강연했다고 밝혔다.
김기종은 “혼자 범행했고, 강연 초청 받은 뒤 혼내 주겠다고 결심하고 10일간 계획을 짰다”고 경찰에서 말했지만 목격자들은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고 증언했고, 그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 외에도 카터칼도 소지하고 있었다.
 
   
▲ 21세기의, 그리고 테러리즘이라는 화두의 시작이 된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테러.
솜방망이 처벌이 테러의 온상 역할
범인 김기종(55) 우리마당 대표는 이전에도 네 차례나 시민들이 모인 장소에서 난동을 부렸다. 그러나 처벌은 미미했다. 전문가들은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과 일부 정치인들의 비호가 이런 과격분자들이 자랄 수 있는 온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 씨는 2010년 7월 주한 일본대사를 향해 콘크리트 덩어리 2개를 던졌다. 받은 처벌은 집행유예. 그는 2012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행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모 의원과 강모 전 민주당 부대변인의 주선으로 가능했다고 한다.
2014년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연장에서 서대문구의회 의장을 뺨을 때리고 가슴을 쥐어박는 등 폭행을 했지만 벌금은 70만 원이었고, 5월에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경찰과 일본대사관 차량을 향해 신발과 계란을 던졌지만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그는 이런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대한민국의 법을 한마디로 ‘물’로 보게 된 것이 아닐까.
이번 김기종 사건을 계기로 이와 관련한 지식인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좌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온정적 태도를 고치지 못하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기종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이룬지 30년이 다 돼가는 데도 여전히 과거에 매몰되어 현실과 동떨어진 행동을 벌이는 사람이 많다. 과거의 잣대로 이들을 솜방망이 처벌하고 좌파들이 이들을 영웅 대접해 준 것이 결과적으로 사회를 혼란케 하는 불씨가 되고 있다. 또한 정치인들이 인기에 영합해 ‘민족주의로 포장된 좌파 극단주의자’들의 후견자 역할을 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화물연대가 대전에서 벌인 시위에는 소위 6·25 인공(人共) 때 사용했던 흉기 죽창(竹槍)이 등장했다. 경찰관 100여 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단 3명만 실형 선고를 받았다. 2011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던 문정현 신부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호송차 위에 올라가 공무집행 중인 차량을 파손시켰다.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2011년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FTA 집회에서 종로경찰서장이 김모 씨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폭행범 김 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만일 선진국이었다면 달랐다. 미국에서는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에게 폭행을 행사하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경우 총기 사용이 가능하다. 영국은 공공질서법에 따라 시위에 참가한 인원 가운데 12명 이상이 폭력을 행사할 경우 폭동죄에 준하여 처벌하고, 경찰의 체포에 저항하다 경찰을 다치게 하면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 지난 2월 6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에 희생된 고(故) 알 카사스베 중위를 애도하고 IS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암만 알 후세이니 모스크 앞에서 열렸다.
테러인가? 정신병자 짓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을 순방 중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즉각 “이것은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공격일 뿐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다”고 말하고 “한 정신병자에 의해 위협받을 수 있고 죽을 수 있는 한미관계라면 그걸 동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한미관계를 호도하고 동맹의 결속력을 얕잡아보는 터무니없는 망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어떤 목적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든 일을 철저히 밝히라”고 지시했다.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테러사건 발생 전인 당일 새벽 북한 관영 노동신문과 조평통 인터넷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미리 예고라도 하는 듯
“리퍼트 미국 대사의 명줄을 끊어 놓아야 한다”고 위협했고, 사건 직후부터는 “정의의 칼 세례”라고 범행을 추켜세웠다. 국내 종북성향 매체들은 배후세력의 조종에 의한 사전 계획된 조직범죄가 아니라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김기종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발뺌을 했다. 평소 김기종에게 후원금을 지원했던 새천년민주당 몇몇 의원들도 당황하여 불똥이 자신들에게 옮겨 붙을까봐 발을 빼느라 전전긍긍했다.
이번 사건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테러사건이라고 인식하는데, 미국 측도 한국 측도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하지 않는 점이다. 박 대통령도 정신병자의 공격이라고 했고, 미국 측도 미친 난동꾼의 공격(senseless acts of violence)이라고 표현한 점이다. 반면 범인 김기종은 스스로 ‘이것이 테러’라고 소리 질렀다고 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은 이번 사건을 필요 이상 확대시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청와대도 테러 무풍지대인 한국에 쓸데없는 불씨를 지피기 싫어한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에는 아직 대(對)테러법이 없다.
서울대 박원호 정치학 교수는 <과대망상증과 테러리즘>이라는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 분석 글에서 가해자 김기종의 입장에서 한번 사건을 음미해 보자고 했다. “이번 사건이 정신분열증으로 말미암은 개인적 피습이건 종북으로 인한 테러이건 확실한 것은 김 씨가 원하는 것을 120% 달성했다는 점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 그리고 자기가 추구해온 ‘대의’가 주변의 웃음거리가 아니라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확인받는 일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문 방송을 뒤덮은 그에 대한 보도기사를 보고 내심 혼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분열·과대망상과 테러리즘의 간극은 매우 좁아 보인다. 논란이 되는 테러냐 피습이냐의 구분은 사실 정치적 구분이 아니라 외부적 관심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김 씨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 스스로에게 정치적 해석의 발언대를 주는 것은 아마 그가 가장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런 반면 동기의 하찮음과 자신이 한 일의 우발성이 밝혀지는 일이야말로 김 씨에게는 죽기보다 싫은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한미공조에 대한 테러’라는 논평이나 국가보안법 적용을 통해 그를 정치범으로 격상하는 것은 그가 가장 원하는 바이며, 북한이 가장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는 의연했다. 피습 당사자인 리퍼트 대사도 의연했으며 미국의 정계와 언론도 이번 피습 사건을 우발적인 일로 격하시키면서 한미동맹이 이 정도의 사안으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이 야기할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만일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거나 최소한 조직적인 것이라는 것을 미국이 인정한다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그에 비례적인 보복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만약 이것을 북한과 연결된 테러로 인정한다면 당장 북한을 어떤 방법으로 제재할 것인가, 미국 정부와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책임소재와 배후세력 색출과 적절한 처벌 수준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 지난 3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역에서 열린 수도서울 적 테러대비 민,관, 군, 경 통합 FTX 훈련에서 56사단 화생방 신속대응팀과 폭발물 처리팀이 화학물질 탐지 및 제독작업을 마치고 폭발물이 담긴 가방을 오염물 수거통에 넣고 있다.
테러의 정의와 역사
테러(Terror)의 사전적 의미는 ‘폭력을 써서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테러 또는 테러리즘에 대한 국제적으로 일치된 정의는 아직도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테러방지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고 2009년에 제정된 대통령훈령 제256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있는데, 거기에 ‘테러는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다음의 행위를 테러행위로 열거했다.
1) 국가 또는 국제기구를 대표하는 자 등의 살해·납치 등 행위와 작위·부작위를 강요할 목적의 인질 억류·감금 등의 행위
2) 국가중요시설 또는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장비의 폭파 등 행위
4) 운항 중인 항공기의 납치 또는 점거 등과 공항과 항공 관련 파괴 등 행위
5) 선박 억류, 안전운항에 위해를 줄 수 있는 행위
6) 핵물질을 이용한 인명살상 또는 핵물질 절도 강탈 등 행위
‘국가정보원 테러정보통합센터’에서는 테러를
‘정치적·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개인이나 집단이 그 목적을 달성하거나 상징적 효과를 얻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행하는 불법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초국가집단 또는 국가의 기밀요원이 다수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폭력’이라고 했고, 같은 미국이지만 미국국방부는 ‘정치, 종교, 이데올로기적 목적 달성을 위해 정부 또는 사회에 대한 협박 수단으로 개인 또는 재산에 대해 비합법적인 힘과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등 국가마다 기관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테러를 정의한다면 ‘개인이나 집단 또는 국가가 역사·정치·경제·사회·종교적 이념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 혹은 상징성 있는 인물이나 장소 등의 목표물을 공격하거나 공포감을 조성하는 일체의 행동’이라고 정의하면 무난할 것 같다.
 
테러의 역사
테러에는 백색테러와 적색테러가 있다. 백색테러는 그 행위주체가 극우 또는 우익으로, 좌익에 의한 테러인 ‘적색테러(red terror)’와 구별되어 사용되는 말이다. 즉 사적인 이해관계 등에 의한 살인이나 폭력이 아닌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조직적인 행위를 뜻하는 개념이다.
백색테러의 역사는 1789~1794년 프랑스 혁명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루이 16세의 환락으로 국가재정이 파탄나자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민과 농민이 궐기했고 그들의 지지를 받은 로베스피에르의 자코뱅당이 집권해 온건파인 지롱드당을 탄압하면서 무시무시한 공포정치(Reign of Terror)를 편다. 그러다가 전세가 역전되어 로베스피에르 자신도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갔다. 이에 다시 집권한 왕당파 지롱드당이 1795년 혁명파에 대한 보복을 펼쳤는데, 이것을 백색테러라고 불렀다. 테러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1798년 발행된 <프랑스 아카데미 백과사전(Dictionnaire of Academic Francaise)>에서였다.
현대에 와서는 미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 테러 단체인 케이케이케이(KKK)단이 대표적인 백색테러 단체이고, 1994년 2월 25일 이스라엘 헤브론의 한 회교사원에서 카흐라는 극우단체가 3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학살하는 백색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적색테러의 대표적인 것은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에 의한 미국 뉴욕의 110층 쌍둥이 빌딩 세계무역센터(WTC)에 대한 항공기 자살테러였던 9·11 테러사건이다.
2006년 5월 20일 저녁 신촌현대백화점 노상에서 보수정당이며 야당인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도 선거 유세 중 괴한 지승호에게 리퍼트 대사가 당한 것처럼 카터칼로 테러당했었다. 적색테러다.
 
   
▲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역 일대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코레일, 서울시 등 18개 관계기관 합동으로 대테러 종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레펠링 중인 경찰특공대.
한국은 테러에서 안전할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고민은 보수와 진보가 진영논리를 앞세워 극단적 대립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종북, 친북 좌파가 하나의 세력을 구축하고 똬리를 틀고 버젓이 앉아있다는 것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불씨이다.
우리가 알지 못한 사실이지만 한국은 줄곧 국제테러조직의 공격대상이였다고 한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알카에다가 우라나라와 연관된 항공기 테러도 별도로 추진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1995년에는 서울에서 이륙한 항공기 3대를 공중폭파하려 했고, 총 10대의 비행기를 납치해 태평양 상공에서 공중 폭파하겠다는 계획의 일부였다. 1998년 국내 불법 체류자인 튀니지 사람이 자국에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한 자였고, 알카에다에 연관된 파키스탄 사람이 공격대상을 물색하려 한국을 방문한 사실도 있었다. 최근에는 우리 고등학생이 세계적인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하기도 했다. 우리가 더 이상 테러에서 맑음 국가가 아니라는 징조다. 알카에다가 한국을 테러 대상 국가로 지목한 것은 미군 주둔과 해외파병에 관련이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테러단체의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국내 과격 무슬림에 의한 자생테러 가능성에 대해 무게를 더 둔다.
현 정부가 제2의 중동 붐을 경제활성화의 주축으로 삼고 친 중동 정책을 확대함으로써 무슬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13만 명에 달하는 무슬림 체류자들을 가까운 이웃으로 품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외국자본 도입처 다변화 차원에서 이슬람 채권[수쿠크(Sukuk)] 유치법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되었으나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로 좌절되었던 점은 다소 아쉽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70여만 명의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그중 불법 체류자가 10%에 달한다고 한다. 유학생도 10만 명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으로 종종 테러나 폭동이 발생한다. 우리에게도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에 대한 범정부적 차원의 관리도 만전을 기해야겠다.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요즈음 광적으로 해외선교에 나서고 있다. 1980년 당시 100명에 불과했던 선교사 파송이 30년 사이에 170여 개국 2만 1,000여 명으로 늘어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 중인 이슬람 국가에도 숨어들어 간다. 그대로 테러에 노출될 위험에도 아랑곳없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만류에도 성지순례를 한다고 위험한 중동국가에도 들어간다.
해외진출 기업들도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알카에다는 외국의 현지 자원개발을 자원 착취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말리아 해적도 우리 선박들의 경계 대상이다. 지금까지 한국인 피랍인만 무려 49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 작전 성공 후 한동안 잠잠해졌다.
 
상존하는 북한의 위협
미국은 9·11 테러 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란, 이라크, 북한 3개국을 악의축이라고 지정했다. 북한은 핵을 가진 우리의 주적이다.
북한의 위협은 한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북한은 70~80년대에는 국가원수 암살 시도와 국제 스포츠 행사 방해 목적으로 테러를 자행하다가 2000년대 들어와서는 서해상에서의 교전,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2013년은 북한의 위협이 최고조에 달한 해였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2014년 3월에는 파주와 백령도 등지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우리 사회를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이 무인기는 생화학 물질을 탑재해 상수원 보호구역에 살포한다면 우리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 불 보듯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테러 가능성은 없을까? 북한이 핵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많은 전문가들은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하나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염려하는 것은 만일 북한이 핵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한국이나 일본 등 당장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이 있는 국가들도 핵 보유를 서둘 것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북한의 핵물질이 불순세력에게 이전될 가능성 때문이다. 북한은 핵보유 유무와 상관없이 “남한을 최종 파괴하겠다”, “남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대피계획을 세워야 할 것”, “무인타격기로 청와대를 2분 40초면 초정밀 타격 가능하다”고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테러도 골칫거리다. 북한은 이미 수차례 국가 기간산업을 사이버 공격했다. 한수원의 원자력 발전소에도 침투해 중요 자료를 해킹했다. 북한에는 현재 6천명의 사이버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들은 3013년 3월 KBS, MBC, YTN뉴스와 금융을 마비시켰고, 2011년 4월에는 농협전산망 해킹, 2011년 3월에는 우리 군을 상대로 GPS교란 공격을 감행했다.
북한은 마약과 위조지폐 테러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대처법
그렇다면 이러한 테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테러리즘 트렌드>의 저자 최창훈 씨는 테러예측 정보 빅데이터 도입을 제안했다. 빅데이터는 온라인상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의미하며 데이터 간의 일정한 패턴을 분석하는 데이터 모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는 빅데이터 분석을 전 방위적으로 확산해 국가정책에도 활용하고 있다. IT강국인 한국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한 예로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을 때 뉴욕 시내 4,000여 대의 CCTV와 방사선 감지기, 차량번호판 인식기 등 장비들이 일제히 동원됐다. 이때 뉴욕 증권거래소 주변에 검은색 가방을 메고 배회하는 수상한 남성이 포착되었고, CCTV검색 결과 최근 며칠 사이에 거래소 인근에 자주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동선과 차량번호판으로 신원이 확인되고 이 모든 정보는 경찰이 소지한 모바일 단말기로 전해졌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사회의 낙오자 줄이기다. 테러를 줄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테러리즘이 발붙일 수 없도록 법과 제도 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교육 받고 일자리를 갖는 등 테러리즘의 명분을 줄이는 일이다. “진정한 대테러 정책은 군사적인 접근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조건을 제공하는 일이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스텐리 매크리스털의 말이다. 따져보면 대 테러 작전에 투입되는 비용의 일부만 이 분야에 투자하더라도 버림 받은 사람들을 구제하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이다.
 
우리나라 대 테러법 제정 시급하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 없다가 2013년 3월 27일 송영근 의원 등 10인이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을 발의했고, 2013년 4월 9일 서상기 의원 등 13인이 ‘국가 사이버테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2015년 2월 16일 이병석 의원 등 73인의 국회의원이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 테러방지법은 9·11 테러 이후 국제사회가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주의 추종세력들의 테러활동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슬람국가(IS)에 우리 국민이 가담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져 대한민국도 더 이상 테러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대테러활동의 개념을 테러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하여 필요한 제반 활동으로 정의하고, 테러의 개념을 국내 관련법에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를 중심으로 국가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적시했다.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테러대책회의를 두고, 신속한 결정 등을 위해 상임위원회를 두고, 국가정보원장 소속으로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리고 국제기구 및 국제단체와의 정보교류 및 협력을 가능하도록 했고, 테러단체를 구성하거나 구성원으로 가입 등 테러 관련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테러단체를 구성한 수괴에 대해서는 10년 이상의 징역, 테러를 기획 또는 지휘하는 등의 자에게는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형을 집행토록 했다.
2015년 3월 12일 이노근 의원 등 10명이 제안한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다.
지금까지 테러 관련 사건은 2009년 8월 14일 대통령훈령 제256호로 제정된 ‘국가테러활동지침’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 소속하에 테러대책회의를 두고 대책회의의장은 국무총리가 맡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상기 제안된 법안에는 모두 국가정보원장이 수장이 되도록 되어 있다.
현재 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는 누가 컨트롤타워가 되느냐 때문이다. 제안된 법들이 모두 국가정보원장으로 되어 있는데, 과도한 권력 집중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테러 컨트롤타워는 국가정보원장이 하되 대테러 상임위원회는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 간 정보공유도 필수이고 대 테러 전문가도 많이 양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범죄전문가는 많이 양성되어 있으나 테러 관련 전문 인력은 많이 부족하다. 테러 전문가는 국내외 기관 간 원활한 정보수집 능력, 대테러부대 운용능력, 협상 전문가, 중동 등 지역 전문가, 외국어 능력, IT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다.
테러의 수법은 날로 진보해 가고 있다. 특히 사이버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국제적 테러리즘의 변화에 우리는 더 이상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 상황과 좌우 이념 갈등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사회 안전망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요행이 가져다 준 선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5일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어느 정신병자의 공격이 아무런 장애 없이 실현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너무나 안일한 안보의식의 현주소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는 서둘러 대테러법을 제정하고, 정부는 테러 관련 전문 인력들을 양성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황인환 편집위원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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