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완구 국무총리를 대신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최 부총리는 사의 표명을 한 이 총리를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완구 총리가 20일 저녁 중남미를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은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나온 전격적 사의 표명이다. 사실상 역대 최단임 총리라는 불명예도 떠안게 되었다. 이에 따라 2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국무회의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대신 주재한다.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른 총리 궐위 시의 총리직 승계 순서에 따른 조치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후임 총리가 정해질 때까지 총리직을 대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의 전격적 사퇴 결정은 여당의 공론까지 이 총리의 사퇴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더 이상 국정에 부담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전 새누리당 초 ‧ 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이 총리가 정상적으로 국정 운영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에 거취에 대한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조기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어 새누리당 지도부도 20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자는 의견을 모아, 당일 이 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밝힌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총리집무실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이날 이완구 총리는 국무회의를 비롯한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총리 공관에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가 사퇴를 표명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이후 이 총리의 사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기 총리를 가능한 한 빠르게 인선할 수 있도록 해외 순방 중 사퇴를 수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당장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차기 총리 인선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개혁을 전면으로 내세운 만큼, 차기 총리에 대해서는 정치권 인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이미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현 내각 출신에서 총리 인선을 검토할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한편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여 리스트에 오른 8인이 우선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정재영 기자  jyjung37@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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