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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최초 1% 금리 시대한국경제 활로 위해 처음 걷는 길
정경뉴스 경제팀 | 승인 2015.04.09 16:00|(181호)
더 이상 방치하면 경제 탄력 잃어…
금리 인하란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처방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핵폭탄이다. 지난 3월 12일 목요일. 한국은행 금융통화 위원회가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2.00%에서 1.75%로 0.25% 인하했다. 기준금리 1%시대가 열린 것이다. 건국 이래 우리 경제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에 접어든 것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예견하면서도 그것이 올 2분기에나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렇게 갑자기 결정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에 금융통화위원회가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비장의 칼을 빼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실 문을 나사면서 “내수 회복세가 생각보다 미약하여 이 상태로 오래 지속되면 성장잠재력이 더 저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내린 조치로 금리를 내렸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취임 후 두 번째였던 지난 10월에 이어 5개월 만에 세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한 셈이다. 회의에서 금통위원 7명 중 5명이 금리 인하에 손을 들었다고 했다. 이 총재가 평소 현 상황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호언했던 바와는 달리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금리 인하의 배경
한 신문은 금리 인하에 대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올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였다. 생산과 소비도 얼어붙었다. 여기다 일본과 유럽이 불을지핀 통화전쟁이 중국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이대로 뒀다간 국내 경기도 놓치고 통화전쟁에서도 밀려나 수출 전선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졌다. 막판에 수퍼 달러 여파로 신흥국 통화가 곤두박질한 것이 한국은행을 긴장시켰다. 한은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흥국 통화 불안이 증폭될 우려가 크다면 하루라도 빨리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아직은 국내외환보유액이 넉넉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원화가 폭락해 달러 액소더스(대탈출)를 촉발할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나 급증하는 가계 빚은 여전히 염려스럽다고 진단했다.
 
금리 추가인하에도 기대, 증시 일단 긍정반응
주식시장에서는 대형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호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채권시장은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돼 금리가 크게 떨어졌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가운데 더 뚜렷한 반응을 보인 쪽은 채권이었다. 오전 10시 25분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연 1.907%에서 약 5bp(1bp=0.01%p) 떨어졌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전날의 연 2.316%에서 6bp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이날 증시는 15.2p(0.77%) 상승하여 1985.79에 마감되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1,000억 원 순매수를 보였으며, 코스닥 역시 이틀 연속 크게 올라 희망적이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달 기준금리가 내려갔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본격화될 오는 6월 전인 5월께 한국은행이 한번 더 기준금리를 내릴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전 세계에서 환율전쟁으로 다른 신흥국들의 통화는 약세를 보인 반면, 한국의 통화는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다”고 말하고 “이날 기준금리 인하가 통화가치 약세를 유발한다면 국내 수출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며 금리 인하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난다면 내수 업종에도 나쁜 재료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부담 완화와 부동산 등자산 가격 상승 등이 경제 회복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이달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되자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소멸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커진 상황이다.
 
   
▲ 서울의 2억 원 이하 전세 아파트는 26만 5천여 가구 정도로 5년 전보다 58%나 줄었으며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세의 윌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부족한 전세물건 탓에 반전세·월세 계약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 금리 인하 바람직, 경기회복 견인차 될 것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가 디플레이션을 방어하고 지지부진한 경기회복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지금처럼 실물경기 지표가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인하는 반드시 필요했다. 인하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시장에 앞으로도 완화적 형태의 통화정책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추가 인하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늦게 했다고 말하며 “환율이나 경제 상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시민영 LG경제연구원 부문장은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며 “경기 심리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득보다 실이 많아 효과는 없을 것이다. 득이 많으려면 풀린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활성화는 수출 감소와 대외 환경 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금리 인하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금리 인하는 가게부채만 늘릴 공산이 크다고도 했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가게부채는 기준금리로 해결하기보다는 경제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앞으로 관계 기관끼리 이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12일 기준금리 인하에도 코스피지수가 1970선으로 밀린 가운데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금리 인하의 명과 암
1%대의 금리시대에 돌입하면서 서민들의 표정도 확연히 구분된다. 대출자들은 부담이 주는 반면, 이자를 받아 생활하던 은퇴자 등은 주름살이 짙어만 간다. 1억 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월 12만 원[稅後]밖에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예금 수입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증권투자 등 다른 대책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저금리의 파장을 보면 우리보다 먼저 초저금리 시대를 맞이한 일본의 경우 소비를 줄이겠다는 방향으로 돌아섰고, 미국의 경우는 이제는 위험을 감내하면서라도 투자를 해야겠다는 쪽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두고 볼 일이다.
▶현재 은행 문턱을 넘지 않은 대출예정자는 좀 더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한은 금리 인하로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추가 인하도 기대된다고 하니 여유에 따라 좀 더 지켜보는 것도 유리할 것이다.
금리 인하는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을 줄여줘 소비여력을 진작시킬 수 있다. 민간 소비 증가율은 2010년 4.4%에서 2013년 2%로 추락했고, 2014년에는 1.4%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 직면해 수출 호조를 보였는데도 내수 부진의 덫에 걸려 성장률 3%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전문가는 가계의 이자부담이 줄고, 정부 요청대로 기업이 봉급을 올린다면 상승작용을 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금리가 인하되면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금의 은행이자가 2%를 넘지 못하는 데 비해, 월세로 전환할 경우 4~5%의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주택 서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부동산 임대업에서 월세 비율은 80%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셋값이 주택 가격을 상회하는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때마침 대출 금리 인하로 전세입자들이 주택 구입으로 바꿔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바람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분양시장이 달궈지고 있다.
금리 인하가 경제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한은이 일단 0.25%의 금리를 인하했지만, 상반기에 다시 0.25%를 더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기회에 확실하게 경기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요청대로 기업이 최저임금 인상과 직원들의 임금 인상에 화답해 준다면 잊혔던 소비의 훈기가 봄 향기와 더불어 산을 넘어올 것이라 믿어진다.
 
한은 기준금리와 은행금리
한국은행은 은행이란 이름을 쓰지만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직접 예금 및 대출 같은 자금 거래를 하지 않는다. 은행의 은행으로 한국은행은 일반 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 같은 금융회사와 자금 거래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금리’를 기준금리라고 말한다. 한은은 시장에 흘러다니는 돈의 물량을 조절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만기가 7일로 짧은 채권(환매조건부증권)을 금융사와 사고 파는데, 여기에 기준금리가 적용된다.
한은이 금융사를 대상으로 시중 자금 조절 목적으로 운용하는 예금과 대출의 금리 역시 기준금리를 중심으로 최대 ‘±1%’ 범위에서 책정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은과 은행 사이에 오가는 자금의 금리가 내려가고 이어 은행과 개인·법인 고객 간 책정되는 시중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난다.
 

정경뉴스 경제팀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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