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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법의 날 기념 - 대한민국 헌법 70년사개헌 논의 열풍 속, 한국의 헌법을 재조명하다
정재영 기자 | 승인 2015.04.07 18:16|(181호)

   
▲ 2014년 2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헌국회기념조형물 제막식에서 제헌헌법 전문 조형물 제막을 마친 뒤 내빈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불붙은 개헌 논의

   
▲ 2014년 1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헌추진국민연대 출범식 및 국회의원 초청강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앞줄 오른쪽부터)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유인태 의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최병국 전 의원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번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놀랍게도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김무성 당 대표다. 지난 2014년 10월 중국을 방문했던 김 대표는 방중성과를 설명하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바로 지금이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적기”라고 말하면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론이 봇물 터질 것이고, 이는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그동안 정치권 내에서만 거론되던 개헌 논의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 2014년 12월 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헌추진국민연대’ 출범식이 열렸다. 여야 전·현직 의원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과 시민사회, 종교계를 포함한 200여 개 단체의 연대로 구성된 이 단체는 그동안 정치권 내에서만 일던 개헌 논의에 시민사회의 지지를 모으는 것을 목적으로 창립되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문희상 의원은 “1987년에는 대통령중심제가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30년 전 옷을 입기에 너무나 커져 있다”라고 언급하며 “내년(2015년)에는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20대 총선 이전에 개헌해야 한다”고 축사를 통해 밝혔다.

   
▲ 2014년 10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개헌 블랙홀’ 발언을 했다.(좌) 지난 2월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대정부 질문을 받고 있다. 이완구 총리는 이날 “개헌 논의하는 순간 블랙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우)

개헌 논의의 열풍에 대해 청와대의 심기는 불편하다. 김무성 당 대표가 개헌을 논한 2014년 10월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계속 개헌 논의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개헌에 대해 ‘국가 역량을 분산시키는 경제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2013년 4월 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들과의 만찬에서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도 어려운데, 개헌을 논의하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이라는 건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 같이 모두 거기에 빠져든다”고 못 박았으며, 김 대표가 개헌을 논하자마자 2014년 10월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돼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 때에도 ‘개헌은 갈등의 씨앗’이며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완구 총리도 행정부를 대표해, 박근혜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 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12년 8월에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그 해 11월에는 ‘정책 쇄신안’을 내놓아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당 내 ‘친박’의원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자체를 반대하는지, ‘개헌 시기’에 대해 반대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개헌 논의 밀고 당기기

새누리당은 2월 4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헌 논의에 대해 일단 경제를 우선하자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는“내부적으로 개헌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의원들의 총의를 수렴해서 답을 하겠다”고 별도로 언급했다. 유 원내대표는 3월 6일에는 “국회 안에서 워낙 개헌 논의의 목소리가 많이 분출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곧 계기가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함으로써 개헌 논의가 현재 의회 내에서 활발히 진행 중임을 시인했다. 유 대표 자신도 '87년 체제’의 개혁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당 속의 야당’이라고까지 불리는 이재오 의원이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 3월 10일 한 청년모임에 참석한 이재오 의원은 개헌 방향으로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의 절충형인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은 외교·통일·국방 분야로만 한정하고,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권한은 국무총리가 통괄하는 내각이 갖는다는 겁니다. 또 이 내각은 다시 지방자치정부와 분권을 합니다. 그러니까 대통령과 내각이 분권을 하고, 다시 내각과 지방이 분권을 하고, 내각은 국회에 진출해 있는 의석 순으로 연정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체하고, 투표율대로 내각 장관의 자리를 확보하는 독일식 분권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 의원은 현재 상황이 개헌에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회 내에서 직접 개헌 모임을 만들고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 여야 의원의 80% 이상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동의를 했다”며 “약 240명의 현직 의원이 개헌안이 나올 경우 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0%의 국민이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덧붙였다.

   
▲ 2014년 12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담론을 진단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왼쪽 첫 번째)가 발언을 하고 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3월 12일에 열린 정책조정회의 자리에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무수히 만나 수많은 개헌 논의를 하고 필요성에 공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매번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것인지 개헌특위 구성에 대해 추후 논의하자고만 한다. 다음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는 합의문을 발표하길 바란다”라고 새누리당이 보이는 개헌에 대한 미온적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

7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홉 번이나 교체된 헌법.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고, 처음 국가로써의 기틀을 잡아야 했을 때, 법치주의라는 원칙을 세우기 위해 헌법에 대해 먼저 논의하게 되었다. 당시 가장 명망 높은 헌법학자 유진오 교수의 초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헌헌법’은‘가장 민주적인 헌법’이자 ‘복지국가 헌법의 기초’로 유명했던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초안은 바이마르 헌법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형식상의 국가원수로 삼는 ‘의원내각제’였다. 그러나 이 ‘의원내각제’로 말미암아 히틀러와 나치스가 합법적으로 독일의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과 이승만의 반대로 저항에 부딪혔고 결국 ‘대통령중심제’, ‘단원제’를 골자로 제정하기로 결정되었다.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되었기에 지금도 7월 17일을 제헌절로 기념하고 있다. 이후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삼선개헌, 유신헌법 등을 거쳐 현행 헌법이 1987년 10월 29일 공포되었다. 헌정사상 두 번째로 완전히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완성된 현행 헌법은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중심제를 골자로 한 국민 주권에의 복귀를 선언했고, 경제적으로는 수정자본주의를 선택해 어려운 사람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사법권을 완전히 독립시켜 ‘법’이 ‘권력의 시녀’라는 백안시를 당하지 않게 했으며, 의회가 행정부를 감찰할 수 있는 국정감사를 부활시켰다. 문희상 의원의 말처럼, 30년 전의 대한민국에는 딱 맞는 헌법이었던 셈이다.

개헌은 국민들의 손에…

현재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헌법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미국식 대통령제와 프랑스 드골 체제가 상당히 섞여 있는 ‘대통령중심제’ 조항으로 인해 대통령의 권위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이다. 의회가 실제로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걸어도 막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한 '5년 단임제’라는 규정 때문에 사회를 개선시킬 만한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개헌론 안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이 주장한 ‘개헌 찬성 의원 240명’설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에라도 개헌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8조 제1항은 ‘헌법 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데,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의 찬성을 얻으면 국회 의결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은 국민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국회 내의 의견이 통합되어 개헌 논의가 본격화 되고, 새로운 헌법의 초안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민주화 투쟁을 통해 부활시킨 ‘국민투표’ 조항이 분명히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내각책임제인가, 대통령중심제인가. 만일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한다면 미국식의 4년 중임제를 도입할 것인가, 프랑스식 7년 단임제를 도입할 것인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열한 번째 헌법이 어떻게 개정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정재영 기자  jyjung37@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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