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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 여성의 날 - 성차별 없앤다, ‘양성평등’으로 한걸음 더‘양성평등’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 군가 ‘사나이’ 표현도 바꾼다
박진혁 기자 | 승인 2015.04.07 18:01|(180호)

매년 3월 8일은 ‘빵과 장미’ 상징의 ‘세계 여성의 날’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올해로 107회를 맞는다. 이날은 ‘빵과 장미’를 달라는 슬로건을 되새기는 날이다. 여기서 ‘빵’은 생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의미이고, ‘장미’는 서로 사랑하고 돌보며 살아가는 권리를 뜻한다.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여성 의류산업 종사자들은 하루에 12시간에서 18시간을 노동으로 보내야 하는 노예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폭압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 병들어가던 여성 노동자들은 결국 참다못해 1908년 3월 8일 뉴욕 럿거스 광장에 모였다. 1만 5,000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모여들었고 장장 13주 동안 파업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시작된 집회가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전 세계로 알리는 계기가 됐고 점차 여성 노동자들의 권익이 향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이후 ‘3·8 여성대회’를 계기로 삼아 전 세계 각국은 여성 권리 신장의 상징적인 날로 정해 매년 3월 8일을 기념해 왔다.

1975년 ‘세계 여성의 해’를 맞아 국제연합(UN)도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날(International Women’s Day)’로 정해 기념하기로 했다. 2년 후인 1977년 12월에는 국제연합 총회(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에서 각 국가가 자신들의 역사적이고 국민적인 전통에 따라 1년 중 어느 하루를 정해 그 날을 여성의 권리와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연합의 날로 준수할 것을 선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총회는 이 결의를 통해 평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 인정하고, ‘성차별의 종식’ 및 ‘여성의 완전하고 평등한 참여’를 위한 지원 증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 국방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여군 수가 곧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임관식에서 웃고 있는 육·해·공 여군의 모습.

英 성공회, 첫 여성 주교 탄생

잉글랜드 성공회에서도 올해 들어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사제직을 여성에게 개방한 지 20여 년이 지나도록 주교직 이상 직위로의 여성 진출을 막아온 잉글랜드 성공회가 그동안의 보이지 않던 장벽을 깨고 드디어 최초의 여성 주교를 탄생시킨 것. 올해 1월 말, 잉글랜드 성공회는 요크 대성당에서 주교 서품식을 거행하면서 첫 여성 주교로 리비 레인(48세)을 임명하고 첫 여성 주교의 탄생을 공식화했다. 이날 잉글랜드 성공회의 첫 여성 주교 서품식은 수많은 전 세계의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회 신도와 사제만 2천여 명이 넘게 참석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그만큼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 신임 여 주교로 서품을 받은 리비 레인 주교는 “오늘 이 예식은 개인적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랜 교회의 역사와 여성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날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교회 총회에서 무려 480년 만에 여성의 주교 임명을 허용하는 교회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써 폐쇄적이기로 유명했던 잉글랜드 성공회도 호주와 캐나다, 미국 성공회에 이어 ‘여성 주교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군가에 ‘사나이’ 표현 안 쓰고, 해병대서는 첫 여성 ROTC 탄생

   
▲ 국방부는 군가에서 ‘사나이’ 표현을 바꾸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02보충대에서 입대날 장병들과 그 가족이 조교를 따라 군가를 부르는 모습.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방부는 앞으로 만들어지는 군가에 양성평등 차원에서 ‘사나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현재 여군과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이 늘어나 각각 1만 여 명을 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관련 전문가들과 회의를 한 끝에 양성평등 차원에서 ‘사나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사용 중인 군가에 대해서는 가사를 고치지 않기로 했다. 이는 현재의 군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에서 기존 군가에 들어 있는 ‘사나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괜찮다는 여군들의 응답을 반영한 결과다. 따라서 앞으로 만드는 군가부터 양성평등을 고려해 가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실제로 국방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군가 가운데 약 절반에 이르는 122곡이 남성 중심 가사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일부 유명한 군가의 가사를 살펴보면 “…바로 내가 사나이, 멋진 사나이…”,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 “…화랑의 핏줄타고 자라난 남아, 그 이름 용감하다…” 등 ‘사나이’, ‘남아’, ‘아들’과 같은 단어를 특히 강조하는 표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2014년에 특전사령부가 양성평등 흐름에 발맞춰 군가 ‘검은 베레모’ 가사에서 ‘무적의 사나이’를 ‘무적의 전사들’로 바꾸며 여군을 배려했다는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변화는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양성평등의 분위기를 이어 대한민국 해병대에서도 첫 여성 ROTC(학군사관학교후보생)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제주대학교 해양산업경찰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김상아(24) 씨다. 지금까지 해병대 ROTC는 남학생만을 선발해 왔지만 전 세계적인 양성평등의 흐름과 국내의 여권 신장 요구 등을 고려해 여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인원은 대학당 각 1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경 해병대 ROTC 선발시험에 합격한 김상아 씨는 올해 3월 중순에 여성 최초로 해병 ROTC 1기 입단식을 가진다. 김 씨는 “여성 ROTC가 되고 싶어서 고향인 서울에서 일부러 제주대학교에 진학했다”며 “훈련이 힘들지만 군인이 되는 꿈을 이룰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 “해병대의 첫 여성 ROTC 1기인만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고 장기복무를 통해 직업군인이 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우리나라 ‘양성평등’, 질적으로도 성장해야…

   
▲ 최근 여군으로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 병영체험을 신청하는 여대생이 많아졌다.
양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꾸준히 ‘양성평등’ 지수를 높여온 것이 사실이다. 노동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금녀(禁女)의 벽을 깨고 도전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군 사관학교의 경우를 보더라도 1997년 공군사관학교가 입학생으로 여성을 처음 받아들인 이후 1998년에는 육군사관학교가, 1999년에는 해군사관학교가 여성을 받아들였다. 2000년부터는 학사장교에 여성이 응시할 수 있게 됐고, 2003년부터는 해군과 공군에 여성이 하사관으로 수십에서 수백 명씩 선발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성장한 여군의 수가 이제는 만 명 시대를 맞았다. 국방부는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2002년에는 육군 전방부대의 소총 소대장에 여성이 임명됐고, 2003년에는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여성 3명이 배치돼 화제가 됐다. 해군에서도 2003년에 처음으로 여성이 전투함선에 오르는 등 여군이 단지 사무직으로 업무를 보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접전투나 장거리 정찰은 물론이고 특수임무와 작전에도 실질적인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양성평등의 흐름에 비춰볼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런 양적인 성장세와는 다르게 질적인 부분에서도 여성들의 권리 신장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군이 스스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열린 집단임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최근 여러 차례 드러난 군대 내 성폭력, 성추행 등 성군기 문란 사건들을 보면 일선 부대에서는 양성평등과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제도적·정신적으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얼마 전, 성폭행을 당한 여군 하사관을 ‘아가씨’라고 칭하며 “40대 남자가 열심히 일을 하느라 여단장이 외박을 못나간 것이 성폭행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3성 장군 출신 국회의원의 발언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여성단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성명을 내고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해당 의원을 징계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상임대표는 “이 발언은 군 지도부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성폭력 원인을 ‘조절 불가능한 성욕’으로 설명하는 것은 가해를 정당화하는 왜곡된 통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정숙 회장도 “여군 1만 명 시대를 여는 우리 군이 해마다 늘고 있는 군대 내 성폭력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며 “군 지도부에서부터 철저하게 ‘양성평등’ 의식으로 무장하고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3·8 여성의날’ 맞아 ‘양성평등’의 의미 되새겨야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은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되 성별로 차별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서로 차별하지 않고 대우하며 동등한 참여 기회와 권리 및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남자와 여자가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이번 ‘3·8 여성의날’을 맞아 우리 사회는 ‘양성평등’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볼 좋은 시기로 삼아야 한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우리 사회의 여성차별적인 인식들이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양성평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사회문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진혁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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