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 협상 타결 발표 장면. 좌측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우측은 무함마드 자바드 자라드 이란 외무장관(사진 = 동영상 캡쳐)

미국 등 주요 6개국(P5+1: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과 이란 간 밀고 당기던 핵협상이 잠정 합의에 성공했다. 현지시간 2일 스위스 로잔에서 이들 7개국은 이란의 핵 개발 활동을 중단하되 국제사회의 이란에 대한 제재는 핵 개발 활동이 중단된 것을 확인할 때까지 당분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인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CPOA)을 마련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본래 협상의 1차 마감 시한인 지난달 31일을 넘겼기에 협상이 무효화될 뻔 했으나, 핵 확산을 막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에 힘입어 이틀간의 마라톤협상을 더 이어갔고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국제사회와 이란은 이번 계획을 바탕으로 6월 30일까지 세부적, 기술적 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 자리프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발표한 협상 타결 메시지(자료 제공 = 트위터)

무함마드 자바드 자라드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 전 트위터를 통해 “Found Solutions, Ready to Start drafting immediately.(해결책을 찾았다. 합의문의 초안을 즉시 시행할 것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여 타결 소식을 제일 먼저 전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성명을 발표하여 “이란이 포르도에 위치한 핵시설에 향후 15년 간 어떠한 핵물질도 반입하지 않기로 하는 등 주요 쟁점에 합의했다. 이란의 아라크 중수로형 원자력발전소는 국제 합작회사를 통해 설계를 변경하게 되며, 향후 7개국의 핵 관련 협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보증을 받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번 합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조건에 동의했다.

- 현재 가동 중인 19,000대의 원심분리기를 감축, 초기 모델인 6,104대만 남긴다. 이 중 5,060대는 나탄즈에 위치한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상업용 핵연료봉을 제작하는데 사용되며,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연구용으로 운용되는 원심분리기는 1,044대만 허용한다.

- 향후 15년 간 저농축 우라늄의 재고를 현행 10톤에서 원자폭탄의 재료로 사용할 수 없는 3.67%의 저농축 우라늄 300kg으로 줄인다. 농축 농도를 3.67%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다.

- 아라크 중수로를 경수로로 재설계, 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을 포기한다. 중수로에 사용된 핵연료봉은 파괴 혹은 제거하며 사용 후 핵연료 역시 국외로 반출한다.

-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연구 개발을 무기한 수행하지 않는다.

- 유엔 산하 국제 원자력기구(IAEA)가 25년간 포르도, 나탄즈의 핵 시설들을 정기적으로 시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단 합의안과 관련된 핵심 조치를 취했을 경우 국제사회의 이란 봉쇄조치를 비롯한 제재를 중지한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 타결을 "역사적 합의"라 자평했다.(자료 제공 = 백악관)

국제사회의 반응도 뜨겁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가 중동 지역의 평화와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밝히며, 이 협상이 모든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 위협에 대해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협력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현지시간 2일 오후 백악관에서 특별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가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역사적인 합의”라고 자평했다. 검증을 토대로 진행되는 합의이므로 이란의 위반 사항을 즉시 확인할 수 있으며, 외교적 해결책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설득도 미국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등 합의에 참여한 국가들도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오로지 이스라엘만이 이번 합의를 평가절하하고 최종 합의를 막고자 국제사회를 설득하겠다는 성명을 전략부 장관 명의로 냈다.

▲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서부 텍사스 중질유를 비롯한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예상된다.(자료 제공 = CNBC 동영상 캡쳐)

한편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리고 원유 수출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타나며 현지시간 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95센트(1.90%) 하락한 배럴당 49.14달러에 마감했다. 장기적으로도 원유 가격이 더욱 저하될 전망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단기적으로도 증가할 뿐 아니라, 서방 자본을 유치하여 새로운 유전을 개발할 경우 장기적인 글로벌 석유 공급과잉이 일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바트레이드는 “이란의 핵 협상은 국제 유가에 직격탄 …유가 30달러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발표했으며, 골드만삭스는 “OPEC이 아닌 미국 등 비 OPEC 산유국이 원유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재영 기자  jyjung37@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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