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희 서울대학교 병원장

오 병원장의 위탁운영 체결은 중동 보건 의료시장의 핵심인 UAE에 본격 진출토록 함으로써 한국 의료시스템 수출성공시대를 이끌고 있다. 이번 체결로 서울대병원은 5년간 1조 원의 운영 예산을 UAE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되며 위탁 운영 수수료를 비롯해 지식재산권 등의 측면에서도 상당한 수익이 기대되는 등 상당한 국부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미국과 독일 등 선진 의료국들에게도 우수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위상을 떨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4회 자랑스런 한국인대상을 수상한 오 병원장은 “개인이 아닌 서울대학교 전체 업적에 대한 공로가 인정된 결과”라며 “대한민국 우수한 의료서비스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일조했다는 것과 그 첫 발을 뗀 곳이 서울대학교 병원이이라는 점에서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 오병희 서울대학교병원장이 2014 제14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뒷줄 좌측부터 시계방 향으로 박태선 신호드림치과 원장, 백봉현 코세스그룹 회장, 김석환 홍성군수, 정성욱 (주)금성백조 회장,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유석성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오병희 서울대학교병원장, 김한민 영화감독, 이영현 세계한인무역협회 명예회장, 법명스님 법성사 주지,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오영호 KOTRA 사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이상열 (사)한국언론인연합회 회장,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 부회장(대리수상 이하경 중앙일보 논설주간), 홍석창 화가).

오 병원장이 쉐이크칼리파왕립병원(SKSH) 수탁운영 수주 계약 체결을 결심한 것은 지난 2013년 9월 의학교육 연수 프로그램 방문 차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UAE 병원을 알게 된 이후 대통령실로부터 공모한다는 공고를 보고 오랜 기간 입찰을 준비해 왔다.

오 병원장은 “당시 미국의 존스홉킨스, 스탠포드, 조지워싱턴대학병원, 영국의 킹스칼리지 병원, 독일의 샤릿대병원 등 총 7개 병원과 입찰경쟁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말 서울대병원이 최종 선정 통보를 받았다”며 “이는 서울대병원이 국외에서 이룬 가장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고 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이 스탠포드와 킹스칼리지, 샤릿대병원 등 세계 유수의 병원들을 제치고 입찰에 성공하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언어 장벽과 국가 간 상이한 의료제도 외에도 서로 다른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큰 걸림돌이 되었다.

▲ 2014년 8월, 아랍에미리트병원 위탁운영 계약체결.

대통령까지 나서 유치작전 성공

오 병원장은 “전체 파견 인력 15~20% 가량이 한국의 우수 의료진이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하면서 “현지에서도 한국 의료기술의 우수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학교 병원의 수주 체결은 우수한 병원 간 경쟁을 넘어 국가적·외교적 경쟁이 되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당시 현장을 방문해 서울대학교병원의 우수성을 강조하였고, 이어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도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력을 피력한 바 있다.

▲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이 7월 1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서울대병원이 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heikh Khalifa Specialist Hospital)을 5년간 위탁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최종운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쉐이크칼리파왕립병원은 250병상 규모의 전문병원으로 암과 심혈관계, 재활, 소아과, 응급실과 관련된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이다. 약 400병상까지 수술실과 검사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입찰 이후 서울대학교 교직원 120여 명이 파견되었으며, 100여 명의 현지인이 채용됐다. 지난 주 수술방과 입원실, 외래를 일부 개원하고 내년 4월 총 개회식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29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병원정보시스템 수출 계약 체결도 달성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Ministry of National Guard)와 병원정보시스템에 대한 수출 계약 및 합작회사 설립 기본 협약에 서명함으로써 향후 2년간 사우디 내 5개 지역의 국가방위부 소속 6개 병원, 총 3,000여 병상 규모의 병원에 순수 소프트웨어 700억 원 규모의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또 컨소시움과 국가방위부가 설립하는 합작회사를 통해 사우디 및 중동 지역의 병원정보시스템 수출사업 계약에도 서명하였으며,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최소 3,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되고 있다.

오 병원장은 우수한 의료시스템으로 세계에 위상을 떨치고 있는 서울대병원에 대해 “무엇보다 의료의 폭이 넓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임상진료 부문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서울대학교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단순 환자 진료 기관을 넘어 대한민국의 의료기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교육과 연구부문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 병원의 설립 목적과 비전이 교육, 연구, 진료에 있는 만큼, 정말 어려운 질환을 치료하고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사와 간호사, 약사 분야에서 우수한 의료 인력을 육성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갈 길 제시

대한민국의 올바른 의료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병이 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 병원의 주된 역할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뛰어 넘어 미래의 병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의료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원동력은 유전체 기술의 발달과 정보통신기술(ICT)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오 병원장은 “암의 경우 조기발견 프로그램을 통해 5년간 생존율이 50%를 넘어섰지만, 심부전은 2년 생존율이 50%를 넘지 못한다”며 다양해지는 중증질환을 예방하려면 가족력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미래의 병을 예측하는 개인의 맞춤 치료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쁜 와중에도 매일 5시 45분에 집에서 나와 한 시간씩 운동을 하는 것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는 오 병원장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 증가 전체 평균이 국민 전체 평균의 3배가 넘는다. 이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갈수록 저출산·고령화되고 있는 시대에 현재와 같은 의료 시스템을 유지되기 위해서는 투자우선순위를 ‘예방’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보건의료비 수준이 낮은 편이지만 증가 속도는 빠른 편이다. 의료선진국인 싱가포르의 경우 꾸준한 건강관리로 병이 덜 생기면 그만큼 보험료를 덜 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시행해 국민 스스로 건강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료에도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처럼 어려서부터 교육을 시킨다면 20~30년 후에는 어마어마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병을 예방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병이 든 후와 비교해 10분의 1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못 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며 “10년 혹은 20년 후를 내다보고 진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의료진과 환자 간 소통 강화를 위해서 환자의 병을 비롯해 마음까지 치유하려고 하는 의료진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진과 환자, 환자 가족 간 소통이 잘 되어야 치료효과도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많은 환자를 한꺼번에 관리해야 하는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따르지만 환자를 병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인격체로 보고 마음도 함께 치유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희 기자  youn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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