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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진보 진영에 찾아온 위기‘올 게 왔다’는 반응, 법적투쟁 예고
조호성 기자 | 승인 2015.01.09 15:13|(178호)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진 직후 혼란은 예상됐다. 진보진영에게 2014년 12월 19일은 잊기 힘든 시간이다. 법무부에서 헌재에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심판을 물었을 때, 결과는 해산에 무게 중심이 쏠렸다. 시기가 문제였다. 현 정권이 무리해서 위험을 떠안을 이유가 없었다. 통진당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다면 이번 정권은 정체성부터 흔들린다. 여권이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을 걸었다는 얘기다. 결국, ‘올 게 왔다’는 반응이 이번 판결에 어울릴 듯하다.

   
▲ 지난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이 열리고 있다.

북적인 국회, 크게 기운 판결

판결이 내려지기 며칠 전부터, 국회는 삼삼오오 모여 결과를 예측하는 이야기들로 북적였다. 일부에서는 하루 전 예상 토론회를 열고 판결을 내다보는 언론 간담회까지 열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통진당 해산 가능한가? 통진당 공식문서 분석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가지고 판결 전날인 18일 의원회관에서 해산 가능성을 논의했다. 여기서 주요 쟁점을 짚어보고 헌재의 판결을 점쳤다. 거물 변호사가 대거 동원된 재판에서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최후변론은 화제가 됐다. 재판에 제출된 서류 복사비만도 억대에 이른다는 이야기부터 판결을 예상하는 대화까지 정계는 이처럼 여러 가능성을 두고 혼란스러워했다.

언론은 이번 판결을 어느 정도 예측했다. 실상 판결이 지난 연말을 넘기지 않고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은 통진당보다 언론이 먼저 알아챘다. 헌재에 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된 시점은 지난 2013년 11월 5일. 일부에서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아직 멀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헌재는 서둘러 판결을 내리는 게 당연했다. 진보 진영에서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은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 정홍원(가운데) 국무총리, 황교안(왼쪽) 법무부 장관, 김종덕(오른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월 19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헌법재판소 결정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실상 야권에서는 헌재의 판결에 별다른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은 듯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헌법 가치는 정당의 자유를 포함한 결사·사상의 자유인데 추후 상황이 우려된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차후 행보를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도 “국가권력이 정당해산과 관련해 직접 개입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이외 안철수 의원을 포함한 차기 대권주자들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내놓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봤다.

야권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인 이유 중 하나는 판결 결과가 비등하기보다는 한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는 데 있다. 진보 성향이라 여겨지는 재판관 가운데 단 1명만이 기각 의견을 내놨을 뿐이지 다수는 통진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야권에서 기대한 진보 성향의 재판관은 한 명으로 그친 것이다. 애초 이정미 재판관이 통진당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지만, 관측이 빗나갔다.

 

판결 요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헌재의 판결(사건번호 2013헌다1)은 피청구인을 해체하고 그 소속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요약된다. 결정요지에 적힌 해산 이유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없애려면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로 시작한다. 실상 이석기 전 의원 사건 등 통진당이 종북 논란에 휩싸인 순간부터 판결문에 적힐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통진당 경기도당 주최 행사에서 나타난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시각에 재판관 9명은 

   
▲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선고에 참석한 재판관들 (윗줄 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기석·안창호·이진석 재판관, 이정미 주심, 조용호·강일원·김창종·김이수 재판관, 박한철 소장)
모두가 동의한 바였다. 다만 그 책임이 통진당에도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일부 갈렸다. 이 부분이 재판관 1인의 기각으로 나타났다. 김이수 재판관은 잘못에 대해 통진당에 책임을 묻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8대 1이라는 헌재 판결 결과처럼, 국민 여론도 통진당에 불리하다. 판결 당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절반 이상이 헌재판결에 동의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통진당의 해산을 올바른 결정으로 인식했다. 중도 입장의 여론을 제외하면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헌재 판결에 우호적인 면을 보인 셈이다. 이와 같은 결정이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여론은 응답자의 절반에 달했다. 지역별로 반응이 갈린 면도 있지만, 전국 인구비율로 표본을 선정했기에 조사의 신뢰도를 무시할 수 없다. 진보 진영에 유리한 광주·전라 지역조차도 응답자 48.8%가 헌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정당해산심판이 내려진 뒤, 통진당의 반대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기반이 취약한 소수정당이기에 일부 동정여론을 얻겠지만, 이 역시 일시적이라는 게 정계의 판단이다.

이번 헌재 판결에서 주목할 또 다른 부분은 NL과 PD라는 용어의 재등장이다. 한동안 잊혔던 민족해방과 민중민주가 헌재의 판결요지에 나타난다. 이들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를 보인다. 자주파는 민족해방 계열로 북한체제에 좀 더 우호적이다. 재판부는 자주파로 분류된 이들이 통진당을 주도했다고 봤다. 헌재는 그동안 북한의 주장에 따르거나 주체사상을 추종한 이들이 정당의 강령을 마련했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판단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회자되던 NL과 PD, 계급적 지배체제, 인민민주주의 혁명 등의 용어가 쓰이면서 과거로 되돌아간 분위기가 재판장에 형성됐다.

남은 불씨, 지역 기초의원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지역구 기초의원이다. 해당 선거구에서 통진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는 게 문제의 발단이다. 대의민주주의라는 현실에서 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을 대표하기에 반발 여론이 존재한다. 법무부에서 정당해산심판과 함께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을 동시에 청구한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다. 헌재도 이와 같은 문제를 거론했다. 판결 요지에서 “위헌 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희생될 수밖에 없으므로”라는 문구를 언급했다. 재판 결과 뒤 나올 만한 논쟁을 대비한 포석이다.

하지만 불씨가 남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역 기초의원의 활동으로서 벌써부터 시끄럽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헌재의 판결과 동시에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은 소속 정당의 강제 해산으로 비례대표 지방의원이 당적을 이탈하면 퇴직 처리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지역구 기초의원은 무소속으로 바뀌면 의원직을 잃지 않았다. 즉 광역 3명, 기초 3명의 비례대표 지방의원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직접 선거구민에게 선택받은 지역구 기초의원 31명은 직무 수행이 가능하다. 선관위는 지난달 22일 “비례대표가 아닌 기초의원은 유권자의 선택을 직접 받은 만큼 상실 여부를 판단하려면 국회의원과 같이 심판 청구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초의원 문제는 헌재의 결정이 있기 전부터 일각에서 예상했던 바였다. 판결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과 지역구 의원 간에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청구인의 실수를 문제 삼는 이들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지역 기초의원은 소속이 없는 상태에서 상당 기간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의원직을 잃은 비례대표 지방의원 6명도 쉽사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들 역시 차후 상황변화에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위는 물론, 법적 투쟁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이번 판결이 올해 내내 정권을 흔들 수 있다. 진보성향을 지닌 시민단체와 연대를 이룰 경우 사안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산적한 민생법안 처리와 맞물려 여권은 부담을 지니게 됐다.

실제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된 부분도 있다. 의원직을 잃은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6명은 선관위 결정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법적대응을 불사하겠다고 언론에 전했다. 헌재 판결로 지위를 잃는 국회의원도 재판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다. 김미희 전 국회의원은 지난달 23일 “박근혜 정부의 정치탄압과 헌재의 월권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만들어진 헌재가 1987년 개정 헌법을 버리고 과거 헌법으로 의원직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부에서는 헌재가 국회의원 자격을 잃게 하면서 부족한 설명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법 해석상 논란이 있는 부분이어서 명확히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법조계에는 헌재 판결에 우호적인 입장이 우세하다.

또 다른 문제, 통진당 재산내역

이제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문제는 통진당의 재산내역이다. 판결 뒤, 선관위가 가장 먼저 파악한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당의 재무상태다. 자본주의 사회답게 선관위는 통진당으로부터 재산내역을 보고받았다. 지난달 22일 실사 없이 파악된 통진당 재산 명세서에서 선관위는 임대보증금과 은행계좌 내역을 간단하게 밝혔다. 지난해 6월 24일 기준으로 작성된 자료를 보면, 정당과 정책연구소, 국회의원 후원회 등과 같은 가진 재산이 일부 적혀 있다.

앞으로 선관위는 국고보조금 수입계좌와 정치자금지출계좌를 압류하고 잔여재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하게 된다. 잔여재산을 국고로 귀속하려는 조치들이다. 현재 선관위는 정치자금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강제 징수할 수 있다. 국고보조금 이외의 재산은 권한 밖이어서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해야 한다.

아울러 통진당 소속의 진보정책연구원은 설립허가가 취소된다. 현재 법상으로는 정책의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연구소를 설치할 수 있다. 진보정책연구원은 이에 따라 세워진 진보진영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다. 정당해산도 진보진영에 큰 피해지만, 정책 입안을 담당하는 연구소의 폐지는 어떻게 볼 때 더 큰 타격이다. 좌측으로 치우친 진보진영이 재기하려면 두뇌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 지원을 받는 연구기관이 필요하다. 싱크탱크를 잃은 진보진영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를 하려면 자금력과 인재가 필요하다. 양자를 비교하면 재정이 더 중요한데,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지지층이 얕아지는 수순이 예상된다.

 

   
▲ (좌)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수호 결의대회에서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결정된 통합진보당 이정희(왼쪽) 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근조 민주주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이 전 대표, 오병윤·김미희 전 의원. (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선고가 열린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선고가 끝난 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 의원과 당원들이 거리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치열한 쟁점, 차후 보궐선거

통진당에 등록된 당원 수는 2013년 12월 말 기준으로 9만 8,792명에 달한다. 시도당은 세종시를 제외하고 16개에 이른다. 급여를 받는 사무직원 수는 140명이다. 선관위에 등록된 주요 간부는 대의기관의장 민점기, 사무총장 안동섭, 정책위의장 이상규, 원내대표 오병윤 전 의원 등이다. 이처럼 당원과 지도부가 해산되는 만큼,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조만간 치러질 보궐선거다. 새누리당은 다시금 막아야 하는 처지이고 진보진영은 잃은 곳을 되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찌 보면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우선 헌재 재판관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필 것이고, 더불어 여권의 공세를 종북몰이에 비유하면서 위축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불복을 민주주의에 대항하는 처사라고 규정하고, 야권에 연대책임까지도 묻겠다는 계획이다.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구 통진당 해산 결정에 연대 책임감을 느끼기 바란다. 오늘의 구 통진당을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 도움을 준 정치 주체가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사실상 ‘야권연대’라는 정치 꼼수로 구 통진당이 국회에 진출할 발판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샅바 싸움을 보면 벌써 차후 보궐선거를 염두한 행보가 시작된 듯하다. 발판을 제공한 야권을 향해 공격성 발언을 내놓고 차후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계에서도 실리가 중요한 만큼 무주공산이 된 통진당의 표는 올해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이번 헌재의 판결은 다음 보궐선거에서 다시금 여론의 심판을 받게 됐다.

조호성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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