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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정이슈 2 -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과 야권의 진로헌정사상 최초 정당해산 결정, 야권의 뼈를 깎는 노력 필요
정연정 배재대학교 공공정책의학과 교수 | 승인 2015.01.09 14:21|(178호)

   
▲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전대준비위원장이 고민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지난 12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모습).

   
▲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4 제 5회 노무현 대통령 기념 학술심포지엄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주제발표에 앞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2월 19일, 헌정사상 최초의 정당해산 판결이 헌법재판소를 통해 이루어졌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때 야권연대를 통해 정책적·정치적 연대를 수행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적극적인 논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여당이 집요하게 제기했던 종북주의자들의 숙주 역할이라는 프레임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통합진보당 해체에 대한 국민적 시선 역시 첨예한 정치사회적 논란으로까지 진전될 수 있을 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보수화되어가고 있고,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실제 ‘종북’이라는 이념적 자유는 사회적 우선순위에서 현저하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통합진보당을 해체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을 한 번에 끌어올리면서 우리 사회의 이념을 통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야당이 표현의 자유, 이념의 자유의 제약이라는 과거적 행태를 강력히 문제 삼는다고 해서 야당의 정치적 위상과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지도 않는 아주 애매한 상태에서 통합진보당은 해체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필자 역시 여러 가지 의문점과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그 판결 자체가 특정한 정치세력에게 유리하거나 그토록 불리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정치권이 중요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더 문제일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방향지도를 할 수 있는 정치 지도 세력은 그 어느 곳도 없는 우리의 현실이 통합진보당 해체보다 더욱 더 안타깝다.

현실이 힘들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힘나는 미래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 정치에는 그 ‘미래’라는 단어가 없다. 중국경제가 내수중심으로의 전환, 러시아의 경제 위기 등 국내 정치·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변수들이 국민들에게 점차 체감되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87년 이후의 체제 이후 정치구조에 함몰되어 있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체 판결에 대해 굳이 부정적인 논평을 할애하는 것은 결국 미래 없는 현실에 매몰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통합진보당의 해체 문제는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일정한 딜레마를 만들어내고 있음도 사실이다. 여당의 경우는 박근혜 정부 3년차로 접어드는 현 시점에 종북을 정치의 장에서 정리했다는 것 외에 어떤 대안과 실적이 있는지 스스로도 내세워 표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 (좌) 지난 12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강창일 의원(왼쪽 세 번째)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빅3’로 불리는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의 2·8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노웅래, 김영주, 강창일, 정성호, 우상호, 김관영) (우) 생각에 잠겨있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최근 불거진 청와대 문고리 권력에 대한 문제나 대안 없는 인사문제 등 현 정부의 국정관리 능력의 허점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고, 이것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대안부재의 상태다. 이 상태에서 ‘종북 없는’ 국민적 통합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야권은 이른바 개념 있는 진보의 실체와 내용을 국민 앞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새로운 진보가 어떤 것이라는 좌표 역시 국민 앞에 내놓지 못한 채 내부 권력경쟁에만 매몰되어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인사 청탁 관련 문제 역시 ‘진보적인 야당’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되어 투사되고 있어 야당의 진로 역시 해답이 없다.

통합진보당의 해체는 그동안 진보진영과 야권에서 이어져왔던 이념적인 혼란과 균열을 어떻게든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통합진보당은 정당 해산 이후 야권의 재편을 위해 당분간 자신의 정치세력화를 멈출 것인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사실 어느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특히 과거 야권이라고 칭해지는 세력들의 성장 원천은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양대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념적 구분에 의해 선거판이 짜여지고, 유권자의 선택지 역시 이러한 판으로만 국한되었기 때문에 보수의 힘만큼 진보의 힘 역시 커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진보’는 진보하지 않는다는 아주 역설적인 상황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통합진보당이 종북 진보라고 자신들을 정의하지만, 심각한 내부 갈등은 물론 선거 부정에 이르는 모순적인 행위도 불사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진보는 진보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과 정치적 지지도 역시 양극이라는 상황이 과연 현실적인가도 따져볼 일이다. 극단적인 양극이 한 축으로 그동안의 야권이 점철되어 왔다는 점은 통합진보당 해체 이후 야권의 앞길을 부정적으로 시각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게 한다.

   
▲ ‘제 54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여야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통합진보당 해체 이후 진보하지 않는 진보를 재편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재편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재편의 첫 단추는 87년 체제를 극복하는 대안 이념을 야권에서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편일 것이다. 이미 일련의 선거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변화된 상황 등을 감안하여 볼 때 이념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중도’ 이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실제 정치경쟁의 장에서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축에서 소외되거나 밀려나 있는 이러한 문제가 ‘이념의 환골탈퇴’로 극복돼야 할 것이다. 야권은 어떻게든 이념적 진화를 해야 한다. 경제, 복지, 그리고 남북문제 모두를 아우르는 ‘중도적’ 가치에 대해 정립을 스스로 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소수로 소외시키는 구조가 아닌 중도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야권 내에서의 건전한 담론 경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치적 소수와 다수의 게임이 아닌 대안적 이념으로서의 ‘중도’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진보정의당을 포함한 사회운동 세력 내부에도 이러한 논쟁은 없다. 87년 이후 486세대들이 야권의 정치에 깊숙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념’의 변화나 ‘수단’의 변화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 이념적 도그마에 빠져 다른 생각과 결을 가진 자들을 왕따시키는 문화 역시 야권이 버려야 하는 관행이다. 이런 낡은 관행을 버리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야권은 더 이상 대안일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수단의 변화 역시 야권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평상시에는 각자 생존하지만 선거에서 거대한 여당에게 승리하기 위해 ‘연대’하는 수단은 이미 국민들에게 점차 외면당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새정치민주연합과 어떤 사상과 이념적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기에 연대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설득이 없는 상태에서 ‘구도’의 정치를 위한 대안으로서의 연대는 야권의 진로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따라서 통합진보당 해체 이후 야권은 이념적인 대안 찾기와 논쟁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더 많이 끌어내기 위한 정공법을 취해야 한다. 진보의 가치를 내세우는 야권이었지만, 과연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과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사회적 양극화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하는지,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의 열악한 사회보장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등등 국민의 생활과 현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에는 힘을 모아 연대하지 않았다. 해법 중심으로 필요한 정책연대를 해가는 것이 정답이지 선거 때 공학적인 연대만을 강조하는 진부한 수단은 이제 거둬들이는 것이 맞다.

통합진보당 해체 이후 야권은 과거 프레임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이념, 인물 수단 모두를 바꿔내는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인물 역시 이념과 수단에 조응해 발굴돼야 할 것이다. 재탕 삼탕의 변화되지 않는 야권 인물 구도 역시 커다란 걸림돌이다. 과거 3김 시대처럼 주요한 정치 리더가 정점으로 존재하고 그러한 리더가 수권을 실현할 때까지 정당과 진영 모두가 정연하게 움직이는 구조는 과거에 불과하다. 인물 교체는 정치적 리더십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성을 갖는 다원적 협력체제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개인의 수권을 위해 야권이 존재하기보다는 야권 전체가 수권하기 위한 협력체제가 기능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계파의 수장이 움직이는 대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이합집산이 아닌 범야권 안에서의 기능적 연계가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다원적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정해진 권력에 매달려 발전하지 못하고 기득권만 누릴 수 있는 것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특정 세력과 계파를 중심으로 정치조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지 말고 변화된 이념지형 안에서 범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치적 응집력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의 가치를 중심으로’ 범야권 정당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조차 자신들의 지분을 위해 모두를 희생시키는 현상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해체가 야권에게는 위기일 수 있지만 또 하나의 출발일 수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단 이러한 출발은 스스로의 혁신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다. 계파정치의 종식과 더불어 현실적인 이념의 재구성이라는 인프라를 조성함은 물론 범 조직체계의 탄생이야말로 야권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새 출발의 내용이다. 종북 논란을 종식시켜 새로운 이념적 구성을 스스로 주도했었어야 하는 야권이었지만 그것을 딛고 후속 혁신을 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정이 남아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념과 인물, 그리고 조직 역시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혁신의 장이 신년부터 펼쳐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상 야권에게는 2016년도, 2017년도 그 일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연정 배재대학교 공공정책의학과 교수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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