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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유출 - 세상을 흔들다“비선실세, 문체부 인사파동…찌라시는 이미 알았다”
조호성 기자 | 승인 2015.01.09 09:39|(178호)

 

   
▲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박지만 EG 회장(좌)과 정윤회(우)씨의 검찰청 출두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시작된 ‘숨은 그림’ 찾기

‘정윤회 파동’으로 연초부터 정계가 시끄럽다. 십상시, 7인회 등이 언론에 등장하는데, 실상 10인회 혹은 9인회라는 용어는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존재했다. 일부에서는 모임에 참석한 정치인 실명이 언급되기도 하고, 그들이 정권에 조언을 건넨다는 이야기가 정계에 돌기도 했다. 이번 정권에 우호적인 원로 정치인이 모여 정책을 제안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다는 말도 있었다. 결국 이번 파동으로 모임 여부와 영향력이 여론의 화제가 됐고 야당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여당 내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문건유출 사건이 언급됐다. 국민이 문건을 찌라시로 보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모 중진의원은 이번 사건을 박근혜 정권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국정 쇄신을 요구했다. 그동안 누적된 청와대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실망을 안겼고 인사혁신과 투명한 통치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사건 직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경찰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대위원이 지난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정윤회 국정개입은 사실’이라고 인쇄된 세계일보를 들어보이고 있다.

야당의 반응은 더욱 거세다. 비선실세, 문고리 3인방, 힘없는 경찰 등을 언급한다. 지난달 20일 새정치민주연합은 논평을 내고 “태산이 무너져도 비선실세의 국기문란과 국정농단, 권력암투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역대 최저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말해주는 것은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야당은 문건을 두고 시작한 검찰 수사를 ‘짜맞추기식 하청 수사’로 규정한다. 언제나처럼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사퇴도 요구한다. 이번 역시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이 대상이다.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 카드도 꺼냈다. 양당의 싸움이 ‘정윤회 파동’을 키우며 숨은 그림이 조금씩 찾아가는 양상을 보인다.

 

   
▲ 새정치민주연합 비선실세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인 박범계 의원과 김민기 의원, 박수현 의원 등 관계자들이 지난 12월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십상시’로 지목된 청와대 내 비서관 및 행정관 등 인사들과 정윤회 씨에 대한 고발장 접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비선파동, 조짐이 있었다

실상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시절, 정윤회라는 이름은 외부에 공공연하게 드러났다. 그는 실장이라는 직책으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선대부터 친분을 쌓았고 험난한 정치인생에서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위 ‘모시던’ 인물이 대권을 가졌으니 주변 인물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조금 다른 방향에서도 ‘정윤회 파동’은 언론의 도마 위를 향했다. 본지에서는 지난 11월 기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상한 인사이동을 지적한 바 있다. 문체부가 청와대에 제대로 ‘찍혔고’, 시선이 곱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0월 초,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이 동시 사표를 제출했는데, 이 중 3명이 사퇴했다는 게 골자였다. 아울러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전했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앞서 7월 물러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 청와대의 마찰이 문제의 원인이고 측근이 그만 둔 모습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의혹이 커진다. 지난해 4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윤회라는 이름이 거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승마계 전반에 관한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때 실체로 거론한 인물이 바로 정윤회다. 안 의원은 당시 “2013년 5월, 대한승마협회 살생부가 작성돼 청와대에 전달됐다. 청와대 지시로(살생부의 내용을 실행하기 위한) 체육단체 특감(2013년 8~12월)이 추진됐다. 청와대, 문체부, 시도체육회에서 살생부에 오른 인사에게 사퇴 종용 압력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국가대표가 되기에 부족한 정윤회 씨의 딸인 정 OO이 승마 국가대표가 됐다”고 말했다. 대한승마협회 관계자 역시 협박에 가까운 지시가 내려왔다며 해외 이민을 생각할 정도였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실상 정윤회의 자녀는 승마 특기생 가운데 한 명이고 최근 명문 모 여대에 입학했다. 대한승마협회를 감사할 때 문체부를 지휘하던 이가 바로 유 전 장관(재임기간 2013년 3월 ~ 2014년 7월)이다. 유 전 장관은 감사 결과를 두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결과는 마찰을 일으켰다. 승마협회 감사가 이뤄진 뒤, 청와대 서미경 문체비서관과 문체부 노 모 체육국장, 진 모 체육정책과장 등은 그해 8월 말~9월 초 자리를 떠난다. 같은 부처, 같은 부서에서 국장과 과장이 동시에 경질되는 경우는 앞서 1급 공무원 사표 제출 건만큼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숨겨졌던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청와대에서는 문체부 인사가 장관의 권한이라 했지만, 유 전 장관은 청와대 지시가 인사 경질로 이어졌음을 시인한 바 있다. 이는 특혜입학 의혹, 승마협회 감사, 청와대 비서관 경질, 문체부 장관의 면직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의혹에 설득력을 싣는 정황들이다.

물론 이들 문제와 비선실세 사건이 본의 아니게 연관된 인상도 있다. 하지만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사이에는 마찰이 있기 마련이며, 전임자와 후임자 간에는 미묘한 경쟁관계가 형성된다.특정 사안으로 견해가 갈렸고 이에 따른 인사이동이 있었다면 라인, 즉 파벌 간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진다. 게다가 감사 과정이라면 감사인과 피감사인 사이에 감정이 악화하기 쉽다. 상대 파벌을 제거한 뒤 보복이 뒤따르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보인다.

공직 혹은 일반 회사 내에서 발생한 사안은 퇴임 뒤, 주변 지인 사이에서 자주 회자된다. 특히 석연치 않았던 일이라면 더 그렇다. 묻혀있던 사실은 이런 식으로 세상에 드러나기도 한다.

이번 비선실세 사건이 의혹으로 그치든, 실체가 파악되든 청와대는 문건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운신 폭은 줄어들게 됐다. 개국 공신이라 칭하는 정권 창출 세력은 언제나 문제가 된다. 위험을 떠안고 베팅해서 승리를 거뒀으니 보상을 당연하게 여긴다. 대통령 재임기간이 5년으로 한정된 이상, 개국 공신에게는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국민의 선택을 묻는 대선에는 수많은 이권이 개입된다. 그러한 이권을 재임기간 동안 실현해야 하고 그래야 지지자를 잃지 않는다. 이때문에 비선실세란, 언제나 주목받고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된다. 검찰이 의혹을 벗기든, 아니든 국민이 품은 의심을 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조호성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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