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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담뱃값 인상, 누굴 위한 정책인가?정부 곳간 채우기, 서민 아닌 부자 주머니에서 나와야…
선초롱 기자 | 승인 2014.10.14 16:09|(175호)

 내년 1월 1일. 금연을 시작하는 이들이 종전보다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2,500원 정도 하던 담배가 2,000원 인상된다는 정부의 정책안이 입법 예고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2005년 현행 갑당 2,500원으로 오른 이후 8년간 인상 없이 유지돼 왔다.

물론 수차례에 걸친 담뱃값 인상 시도와 국회의원들의 발의가 있어왔지만 항상 논란과 함께 수면 밑으로 사라졌다. 이번에도 역시 담뱃값 인상 논란이 불거져 나왔고 정책안대로 시행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물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담배가격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비교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에서 담뱃값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흡연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47.3%를 기록하고 있어 흡연율 저감을 위한 가격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가 담뱃값을 내년부터 2500원짜리 담배 한 갑 기준으로 2000원씩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11일 서울 서초구 내 흡연구역에서 한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담뱃값 인상 정책, 논란의 중심에 선 까닭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안이 명목상으로는 타당함에도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담뱃값에 붙는 세금의 인상폭이 꽤 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담뱃값(2,500원)의 세금 비율은 유통마진 및 제조원가 39%(950원), 담배소비세 25.6%(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14.2%(354원), 지방교육세 12.8%(320), 부가가치세 9.1%(227원), 폐기물부담금 0.3%(7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결국 담배 한 갑 당 1,550원의 세금 부담이 내년부터는 3,318원으로 두 배 이상 훌쩍 뛰게 된다. 항목별로는 담배소비세 기존+366원, 지방교육세 기존+122원, 부가가치세 기존+182원이고 담배 출고가의 77% 수준인 개별소비세*가 594원 추가된다.

정부가 발표한 ‘2015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 국세는 221조 5,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5조 1,000억 원이 증가한다. 국세 세입예산안을 살펴보면 담뱃값 인상에 따른 연간 세수증감은 무려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 대비 개별소비세 증가율도 29.6%에 달해 2번째로 많은 종합부동산세(12.5%)와 압도적인 격차를 벌렸다. 만약 담뱃값 인상이 없었다면 내년 개소세 증가액은 8000억 원, 전체 국세 증가액도 4조 원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한 인상이라는 점을 결국 시인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담뱃값, 주민세 인상이 증세가 아니냐는 질문에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금연 정책의 하나로 담배 가격을 올리려다 보니 담배 가격을 구성하는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여전히 증세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하필 4,500원인가?

   
▲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의 담배가격 인상폭 결정과 과세인상 결정 시나리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의 담배가격 인상폭 결정과 과세인상 결정 시나리오 따르면, 담뱃값이 6,500원을 넘어서면 담배세수의 추가증가분은 없어지고 추가적인 세수입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그림과 같이 전반적인 세수 규모는 담배가격이 4,500원보다 낮을 때는 가격의 인상이 총세수 규모의 증가로 이어지지만, 가격이 4,500원을 넘어서면서 총세수 규모는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이 결과는 폐기물 부담금의 인상은 제외했고, 담배가격이 500원 인상될 때마다 건강증진부담금과 지방세가 2005년도 인상분만큼 증가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시나리오다. 하지만 정부가 증세를 시인한 이상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상 총지출 증가율을 5.7%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욱이 기초연금 시행과 영유아 무상보육,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 등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국비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는 증세를 하지 않고서는 확장적으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정부, 증세 없는 복지 실현한다더니…

새누리당은 지난 2005년 당시 노무현 정권이 담뱃값 500원 인상안을 내놓자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직접 국가 살림을 해보니 증세 없는 복지는 힘들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이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들고 나온 모습이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모습과 비슷한 꼴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증세가 필요해진 이유는 집권여당의 꾸준한 기업 감세 덕분(?)이라는 여론이 강하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경제활성화 등을 이유로 법인세 낮추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2008년부터 법인세 감세가 이뤄져 최저세율은 13%에서 10%로, 최고세율도 25%에서 22%로 낮췄다. 이에 따라 법인 세수는 25조 원(2008년 7월)에서 22조 원(2013년 7월)로 3조 원 가량 하락했다.
 
   
▲ 정부가 10년간 묶인 담뱃값을 내년 1월 1일부터 2000원을 인상하는 '금연종합대책'을 추진키로 결정한 11일 오후 서울의 한 담배 자판기에서 흡연가가 담배를 구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민의 주머니(간접세 증가)에서 탈탈 털어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어준(직접세 감소) 정책을 펼쳐온 것이다. 이를 두고 야권은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담배소비자협회(회장 신민형, 이하 KSA)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건강 증진, 청소년흡연율 감소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담뱃값 인상의 실질적인 목적은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 보전을 위해 서민증세”라며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어 “이같은 담뱃세 인상 밀어붙이기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공약 파기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문형표 장관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 9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강기윤, 윤영석 의원실 주최로 열린 담배세금 인상 찬반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 찬성, 다만 세수 사용 확실히 해야…”

물론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을 반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서홍관)는 논평을 통해 담뱃값 인상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지난 10여 년간 담배 가격이 동결됐다는 점과 OECD 회원국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하며 남성 흡연율이 최고라는 점에서 이번 담뱃값 인상을 찬성했다.

또 정부가 ‘HealthPlan 2020’을 천명하고 오는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운만큼 인상 폭을 최소 6,000원 이상까지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는 특히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금연 관련 예산액에 대한 구체적인 확충안을 발표해야만 이번 담뱃값 인상안이 국민건강이 아닌 세수 확보를 위한 정책이라는 의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흡연 감소를 이유로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담뱃값 인상을 주장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통해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현재 흡연자 중 약 57%가 청소년기(만 19세 이하)에 흡연을 시작했다”며 “26세까지 흡연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평생 흡연을 시작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 흡연 예방에 담뱃값 인상은 가장 쉽고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어 시선이 모인다. 김재원 원내수석 부대표는 ‘1,000원씩 단계적 인상’을 제시했고, 홍문종 의원은 전날 ‘5,000원 짜리 새 담배 출시’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재의 논란을 잠시 피해가려는 꼼수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정한 기업 감세와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자산 소득에 대한 세수 확보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개별소비세란?

한국에서는 1977년 7월 1일부터 일반소비세의 과세방법인 부가가치세제가 채택되었는데, 이에 따라 종래의 영업세·물품세·직물류세·석유류세·전기가스세·통행세·입장세·유흥음식세가 부가가치세로 통합되고, 개별소비세로서는 주세·전화세·특별소비세를 두게 됐다.

부가가치세의 단일세율에서 오는 세부담의 역진성(逆進性)을 보완하는 한편, 사치성 소비품목 등에 중과하기 위하여 마련됐던 특별소비세는 2008년부터 개별소비세로 명칭이 변경됐다.

개별소비세의 과세 대상은 사치성 품목, 소비 억제 품목, 고급 내구성 소비재, 고급 오락시설 장소 또는 이용 등이며 과세물품, 특정 장소에의 입장행위, 특정한 장소에서의 유흥음식행위, 특정한 장소에서의 영업행위 등으로 나뉜다. 세율은 과세물품에 따라 다르다. 주요 개별소비세 적용 물품에는 보석·귀금속·모피·오락용품·고급사진기·자동차·휘발류·경유·등유 등이 있고, 주요 장소로는 경마장, 골프장, 카지노, 유흥주점 등이 있다.

선초롱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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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연 종합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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