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시리아 공습 결정 다시 전쟁의 수렁 속으로 발을 들일 것인가

생화학무기 사용의 증거는 어디에?


▲ 최진호 특파원

오바마가 9월 10일 연설에서 주로 내세운 시리아 공습의 명분은 아사드 정부의 생화학무기의 사용이다. 8월 22일 시리아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으로부터 발사된 로켓들이 인근 11개 지역에 떨어져 1,300여 명의 무고한 시리아 민간인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이 화학무기가 시리아 반군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미국의 안보 역시 장담하지 못한다는 이 논리는 13년 전 부시 정부가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WMD)를 찾아내어 안보위협을 제거하겠다는 논리와 흡사하다. 시리아는 다른 중동국가들처럼 석유가 풍부한 나라는 아니지만, 중동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집트가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교두보라면, 리비아는 중동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이 반정부군을 지원해 미국의 꼭두각시 정부를 세운다면 중동의 모든 국가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데, 그럴 경우 미국의 최우방이며 시리아의 인접국가인 이스라엘이 미국의 위성국가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가능이 높아진다.

석유강국인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가 석유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자국의 이권을 믿고 서방국가들과 연합해서 미국에 저항하려다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된 것을 본 아사드는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

친이스라엘 괴뢰정부를 세워 시리아를 영향권 아래에 두고 싶은 이스라엘로서는 이집트 다음으로 군사력이 강한 시리아가 늘 불만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게 하고 싶어도 마땅한 명분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아사드 정권 퇴진운동이 벌어졌고 3년이 지난 지금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가스 사용이라는 확실한 명분이 생겼다.

하지만 아랍인들 사이에서는 아사드가 자신의 지지지역인 수도 다마스쿠스 근교에서 화학무기를 정말로 사용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사린가스가 살포된 날은 다마스쿠스에 유엔 시리아 진상조사위원회가 도착한 날이다. 아사드가 반정부 세력 진압이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국제여론의 비난을 무릎쓰고 사린가스를 사용하여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낼 정도로 무모하진 않았을 것이다.

서방권뿐만 아니라 아랍권 내에서도 ‘아사드 독재정권의 만행’이라거나 ‘반정부군에 알 카에다가 협조하면서 생긴 대참사’라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아사드 정권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확실한 물증은 없었다. 프랑스와 영국 정부도 시리아가 화학무기 사용을 주장할 때에도 미국은 ‘결정적인 증거(smoking gun)’가 없다며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유보해왔다.

지난 12일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의 중재안에 따라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를 조사했던 유엔 조사단은 화학무기 사용세력이 아사드 정권이라고 결론을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유엔 조사단은 9월 16일 유엔 반기문 총장에게 제출한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조사보고서에서 로켓부품, 토양 및 혈액샘플등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아사드 정권이 독가스로 자국민을 살해했다고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시리아 정부에 책임을 묻기에 충분한 정황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군사행동 이전에 외교적인 노력을 먼저 하겠다고 밝혔지만, 23일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시작되었다.


▲ 오바마 대통령이 9월 24일 제 69회 UN국제연합총회에서 “죽음의 네크워크”인 ISIS를 파괴하기 위해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국제사회가 협조해달라고 호소하는 연설하고 있다 (사진=데이먼 윈터, 뉴욕 타임즈)

전쟁으로 먹고 사는 나라

9월 초 미 국방부 발행신문인 성조지(Stars and Stripes)에서는 군수업체들에 ISIS에 대항해 싸우고 이라크에 다른 서비스들도 제공할 것을 독려하는 기사를 실었다. 미 육군 계약 사령부에서는 이미 지난 8월에 아랍과 쿠르드족, 수니파와 시아파의 긴장을 해소하고자 하는 미군의 목표를 인식하며 12개월동안 일할 계약업체를 찾는 광고를 포스팅했다.

2월에 월 스트릿 저널지에서는 미국 내에 5천명 이상의 군수업체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백 명의 군수 계약자들이 미국의 가장 거대한 국방업체들 안에서 증가하는 이슬람 반군에 대항해 이라크 군이 최신무기를 쓸 수 있도록 돕는 데 폭넓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전한 디옴 니세바움 기자는 “군수 전문가들은 이라크 군이 감시용 드론(무인기)이나 공격용 헬리콥터, 강력한 미사일 등을 유지·보수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 밖에도 수천 명의 직원들이 보안 요원, 분석가, 운전사, 요리사 등으로서 미국 정부를 돕고있다”고 덧붙였다.

“근 10년간 미국의 군사적인 과업들은 사실, 이라크에서 조달되어 왔습니다.”라고 국제정세 분석가이자 죠지 워싱턴 대학 법대 교수인 스티븐 스쿠너가 월스트릿 저널에 밝혔듯이 중동에서의 전쟁은 미국경제회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실재로 오바마의 ISIS전쟁은 미국내 군수업체들에게는 호재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미 증권거래 위원회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 최대의 5개 국방산업체들이 14%의 직원 감축을 겪어야 했다.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된 40대의 F-35A를 한국에 공급할 세계 최대의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사는 같은 기간에 20%의 전문 노동력을 정리해고해야만 했다. 국제 경제 전문지인 IB 타임즈는 지난 8월, 현재 준비되고 있는 ISIS 전쟁은 의심의 여지없이 감소된 국내세수와 실업을 회복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 한 시리아 노인이 다마스쿠스에 떨어진 생화학무기 공격으로 죽은 가족의 시체 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AP연합)

주민들 틈으로 파고드는 ISIS

미국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트로프가 ISIS에 의해 참수된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를 심각하게 여긴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9·11 테러 13주기 하루 전인 10일 황금시간대인 밤 9시에 대국민연설을 했다. 전투병력을 파병하지 않고 공군 폭격만 사용해서 시리아 내의 ISIS 세력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편집증적이며 절대적인 충성을 강요한다”는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중심으로 한 ISIS는 결속력이 강한 집단이지만 의외로 효율적이고 융통성 있는 면도 갖추고 있는데, 각료 회의와 주지사 위원회 등 행정 시스템도 있다. 최근 ISIS는 자신들이 차지한 영토에서 에너지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서 석유부 장관을 임명하고 점령지역 내에서 하루 30억 원을 상회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ISIS는 미국제 탱크를 몰고 퍼레이드를 벌이던 과거 모습과는 이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통치방식에서도 남달라 영토를 확장하면 행정적인 부분은 현지 관리들에게 맡겨둔다. 현지 부족과 동맹을 맺고 주민들과 친화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안식처를 제공받음으로써 효율적인 통치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무장차량을 버리고 평범한 모습으로 주민들 틈으로 파고 들고 있는 ISIS는 이전보다 훨씬 신중한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어 이들을 추적하는 것은 결코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이라크에서 미군은 알 카에다와 대적하는 일부 수니파 그룹과 협력했다. 당시 미군에서 훈련받은 수니파 대원들 중 일부는 지금 ISIS와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은 미군의 주요 시설이나 작전 스타일을 잘 알고 있지만, 미군은 정반대로 ISIS의 행동패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리아는 미 정보기관의 활동이 잘 미치지 못하는 지역으로 잘못된 정보로 인한 민간인 오폭을 할 가능성도 많다.

지난 7월 초 달빛조차 없는 칠흙같은 캄캄한 밤을 뚫고 미 육군 특수부대인 델타포스 대원들 수십명이 시리아 동부의 석유 저장시설에 침투했다. 이 작전의 목표는 미 정보기관의 제보에 따라 이 곳에 감금되어 있다고 믿었던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트로프를 20분 안에 구출해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1시간 이상이나 걸려 겨우 국외의 거점에 도착했고 인질들도 전혀 구출하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왔다. 이미 인질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음에도 이를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알아채지 못한 정보기관의 정보 때문에 미군이 헛발질을 한 것이었고, 며칠 뒤 인질들은 무참히 참수되었다.


▲ 홍해에서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 구축함 DDG 51이 9월 23일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시리아의 ISIS 그룹 목표물을 향해 발사하고있다. (사진= 미 해군)

공습의 목표가 무엇인가

이번 공습의 명분이 화학전 때문인만큼, 제한적 타격으로 시리아의 화학무기들을 없애고 화학전 재발을 막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등 여러 언론들은 화학무기 저장시설을 공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군은 화학무기고가 어디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뿐더러 화학무기의 이동도 다른 거대한 무기들에 비해 용이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화학무기에 폭격을 가했다가 사린가스가 터진다면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아사드 군의 주요 기지를 정밀폭격하려고 하고 있다.


▲ 9월 23일 시리아의 아부 카말 근처I SIS의 저장고가 미국 전투기에 의해 폭격되고 있다.

8월 28일 뉴욕 타임즈지도 아사드 측 군 시설이 주요 목표라고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보도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국제여론을 인식해서인지 미국와 영국의 정부는 겉으로 아사드 정권의 축출, 즉 무력에 의한 정권교체는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군 진영과 반정부군 진영이 확실히 구분되었던 리비아 전쟁 때와는 달리 시리아는 인구가 밀집한 큰 도시들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어 작전예상 지역의 면적이 좁고,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뒤섞여 산발적으로 게릴라식 교전을 하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이 공습 목표로 삼고 있는 곳들도 민간인 지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지역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위치한 시리아군의 주요 시설들을 초정밀 외과수술처럼 핀 포인트 타격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이번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기 속출한다면 ‘화학무기로부터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버린다.


▲ 한 시리아 소년이 시리아 공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현장에 서있다.(사진=로이터)

화학무기 시설을 무력화하지도 못할거면서 아사드 정권축출을 노리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공습의 목표가 무엇인가’하는 의문이 미국 여론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부터 백악관 안보 보좌관을 지내온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26일 독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축출을 목표로 미국이 전면적인 군사개입에 나서야 외교적인 돌파구도 열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브루스 킹스 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마이클 오핸런도 정치전문 온라인 언론사이트인 폴리티코에서 “제한된 개입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제한적 타격을 선호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시퀘스터 등을 겪으며 재정적인 압박문제로 인해 지상군을 들여다보낼 수 없는 조건 속에서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권 퇴진요구에서 시작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아사드를 효과적으로 압박하지 못해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군사행동을 바라던 반아사드 진영이나 아랍 동참국들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일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오바마의 공습발표 직후 ISIS를 완전히 격퇴하는 데 최소한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백악관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이번 공습결정을 지지하는 데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같지만 공화당은 “더 많은 조취를 취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은 장기전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의회에서 장기전에 지상군이 투입되는 전쟁을 해도 좋다는 백지수표는 오바마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을만큼 이번 시리아 공습이 어떻게 진행되어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진호 특파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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