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드는 계절, 충청남도 계룡시를 찾았다. 거리에는 코스모스가 눈에 띄고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수놓는다. 길가에는 대추나무가 보인다. 10월까지 제철을 맞는 대추가 빨갛게 달렸다. 추석이 낀 이맘때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풍족하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곡식과 과실들이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로 마음이 무겁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을은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사)대한민국애국운동본부 계룡시 지회장을 맡은 임다운 여사는 희망을 가을로 대변되는 풍족함과 잘 맞는 대추나무에 걸었다. 그녀는 생활에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나무를 선물하려 한다. 가을의 풍성함을 함께하려는 계획이다.

 

▲ (사)대한민국애국운동본부 임다운 계룡시 지회장.

나무를 심자, 희망을 심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주위에 많습니다. 저도 대상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지만, 대추나무 열매로 상징되는 행복을 선물하려 합니다.”
현재 임 여사는 계룡시 애국운동본부 지회를 이끌고 있다. 가족 가운데 유독 군인이 많다는 이유로 인연을 맺었다. 지회를 맡고서 도움이 될 생각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다 나무를 심어 복지재정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애국자입니다. 수급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이고, 애국심에 차이가 없습니다. 제 자녀 가운데 한 명은 군에서 복무 중입니다. 아버지께서는 군인으로 계시다 작고하셨습니다. 나라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서 (사)대한민국애국운동본부 계룡시 지회 업무도 맡았습니다. ‘대추나무 사랑’ 운동 역시 애국심에서 시작됐습니다.”

 

▲ 대추를 홍보하기 위한 조형물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국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수는 136만 341명(2013년 10월 기준)에 달한다. 전년보다 약 19만 명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극빈층에 속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매년 부족한 정부 예산만으로 수급대상자를 원활하게 돕는다는 생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경기불황이 닥치면 극빈층의 고통은 다른 계층보다 크다. 현 우리 사회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해져 빈곤층은 갈 곳을 잃고 있다. 따라서 임 여사는 복지재정을 자활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연산대추축제’를 둘러보게 됐습니수급자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끔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저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라는 말로 저의 계획을 표현합니다. 즉,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대추나무를 한 그루씩 선물하자는 이야기 입니다.”

시작은 ‘작은 불씨’부터…

그녀가 사는 곳은 충청남도 계룡시로, 육군과 해군, 공군본부가 모인 군사 요충지다. 아울러 전국에서 가장 작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인구는 4만 명(2013년)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많고 시의 재정은 매년 부족해, 빈곤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중앙정부 도움 없이 지방자치단체만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계룡시의 또 다른 특징은 주변이 광대한 유휴지로 둘러 싸여 있다는 점이다. 논산시와 공주시, 계룡시가 맞닿은 계룡산에 국립공원이 있으며, 자연경관이 뛰어나다. 여러 군사시설로 개발과 거리가 멀지만, 계룡시는 산림자원이 풍부하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열매가 열리는 나무, 즉 유실수를 키운다면 계룡시가 시작하기 좋은 곳입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을 1인당 40만 원으로 보면, 매년 500만 원의 자금이 들어갑니다. 이를 받기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국가에 도움을 줘야겠다는 게 저의 견해입니다."

그녀의 제안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우선 대추나무를 소유하게 된다. 나무가 자라는 땅은 국유지여서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각각의 유실수는 개인에게 등기함으로써 관심을 끌게 유도한다. 스스로 소유했다는 감정이 들어 자활 의지가 생기도록 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러한 계획에는 부가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재배에 필요한 비료나 토지 관리에 관한 사항들이다. 이런 제반 문제는 소규모 공동 관리소를 설치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

“예를 들어 대추나무가 자라는 땅의 크기를 2평(6.6㎡)으로 계산합니다. 국유지 1,000평(3,305㎡)에 나무를 심으면 10명이 혜택을 봅니다. 한 그루에서 재배하는 대추의 양은 약 10㎏입니다. 모든 나무에서 열리는 대추를 가치로 환산하면 5,000만 원에 달합니다. 수급자 열 명에게 돌아가는 지원금이죠. 현재 정부에서 보조되는 금액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대추나무를 나누어 주는 '나무 나누어주기 행사'의 모습

이론상 대추나무 수익금이 지원금을 충당할 정도이지만,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자활 의지다. 자립도를 높여서 스스로 살아가게끔 하자는 것이 제안의 핵심이다. 흔한 비유로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낚시터와 낚싯대를 주자는 이야기다.

“수급자라 낙인찍히면 주변에서 무시를 합니다. 게다가 그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속된 말로 ‘거지 취급’을 당하죠. 어린 학생은 상처를 받으며 어른으로 자랍니다. 지원과 보조로는 멸시를 없앨 수 없습니다. 그들이 자립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계획에는 어느 정도 자금이 필요하다. 즉, 해결과 진행의 몫은 사회복지단체와 기업에 있다. 의도가 좋다는 점에서 기업의 도움을 바랄 수 있다. 이익의 사회 환원이기 때문에 이미지 개선 효과가 있다. ‘대추나무 사랑’ 운동의 파급을 위해 임 여사는 대외 활동을 준비 중이다. 계룡시를 넘어 전국에 ‘대추나무’ 운동이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게 그녀의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원자를 확보해야 한다.

“버려진 국토를 활용하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급자의 자력과 갱신을 돕는다는 취지여서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의 어려운 동네 주민에게도 혜택이 있죠. 앞으로 이러한 계획을 전파하고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꺼렸던 강연회 초청에도 응할 계획입니다. ‘대추나무 심기’를 통해서 빈곤층을 돕는 건 애국심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이은구 기자  cin3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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