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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이 곧 민생의 근본이다
박상병 | 승인 2014.09.11 14:45|(174호)

   
▲ 방상병 시사평론가 / 정치학 박사 / 본지 편집이사
정치의 수많은 기능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가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이다. 무릇 선진국일수록 사회갈등은 의회를 통해 수렴되고 조율되면서 국민통합으로 나아간다. 반대로 후진국의 경우는 사회갈등이 정치권을 거치면서 더 큰 갈등으로 증폭되기 일쑤다. 갈등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기능만 놓고 본다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정치 수준은 이처럼 판이하게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누가 보더라도 선진국형은 아니다.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정치권이 해법을 찾기는커녕 사회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마저도 막판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무책임한 여당, 무능한 야당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명색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린 상태에서 그 위원장이 두 번씩이나 여당 원내대표와 협상을 해서 만들어 낸 합의안이 당내에서도 추인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추인은커녕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가 더 거세졌다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는 자격이 없다. 그 또한 혁신의 대상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진퇴양난에 처한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위상이 딱하기 이를 데 없다. 힘이 비대위원장에게 집중돼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붕괴되고 있다면 더 이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가기 어렵다. 참으로 무기력하고 어처구니없는 무능한 야당의 실체를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어떨까. 물론 이완구 원내대표는 할 말이 많다. 여야가 재협상까지하면서 만들어 낸 합의안을 보면 상당 부분 새누리당이 양보한 것이 사실이다. 특검 추천위원 여당 몫 2명을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많이 양보한 것이다. 이 대목만 놓고 본다면 일각의‘굴욕적’이라는 평가도 일리가 있다. 따라서 재협상에서 합의한 것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옳다. 여야 합의안을 번복한다면 여야 협상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 대목에서는 새누리당과 이완구 원내대표의 주장이 적절하다. 그 합의안을 지키는 것이 신뢰의 정치요, 의회정치의 원칙이다.

그러나 합의안을 이행하라는 그것만으로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도 일부 지적됐듯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집권당의 역할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더 이상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이나 역할, 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박영선 비대위원장 체제는 이미 침몰하고 있다. 그런 야당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공허하다. 그런 야당에게 특별한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비대위 체제까지 위기에 몰리고 있는 박영선호는 이미 침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야 하나. 새누리당이 책임 있게 나서는 것이 옳다. 지금 야당 탓을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옳지만,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야당이 무능하면 여당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 아니겠는가.

어떤 경우라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대 속에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칫 안하느니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능한 야당 탓을 하기보다는 새누리당이 적극나서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또 바람직하다. 그것이 과반 의석을 준 국민에 대한 도리이며, 동시에 책임있는 집권여당의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무능한 야당보다 무책임한 여당에 대한 비판이 더 가혹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민생의 바다에서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새누리당 의원 연찬에서 나온 이야기는 대체로 강경한 목소리가 많았다.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더 이상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세월호 정국을 마무리하고 민생정국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협상까지 번복하는 새정치민주연합과 다시 무슨 협상이냐는 강경한 목소리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논리적으로 옳다는 것과는 구별 돼어야 한다. 정치는 언제나 최상의 기대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선의 대안이 없으면 차선을 찾고, 그 차선마저 없다면 최악을 피하는 것이 정치의 기술이다. 새누리당 강경파의 목소리는 차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최악을 자초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중단되고 정치가 실종돼 버린다면 그것이 새누리당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 실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곧 국민이다. 그 피해자인 국민은 야당보다 여당을, 여당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원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 실종이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면 이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는 것이 옳다. 사안에 따라서는 정치권 논의에 맡겨두는 것이 옳을 때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수렁에 빠져있을 때, 게다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 더 이상의 침묵이나 방관은 옳지 않다. 대통령은 행정권의 수반을 넘어서 최고 지도자인 국가의 원수이기 때문이다. 삼권분립을 흔든다거나 헌법체계를 부정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 입장이 아니다. 좀 더 멀리보고 더 크게 보는 정치적 안목이 아쉬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민생이 더 시급하지 언제까지 세월호특별법만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그리고 세월호 정국에 대한 피로감도 적지 않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시점에서 세월호특별법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 이상의 민생이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도 향후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눠야 한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아닌가. 이것이야 말로 민생 중의 민생이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제쳐놓고 민생 운운하는 것은 정직한 태도가 아니다. 어쩌면 그들은 민생도 때가 되면 내팽개칠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호특별법은 지금 민생의 바다에서 침몰하고 있다. 딴 소리로 더 이상 물타기 해서는 안 된다.

박상병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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