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적이고 유쾌한 화법으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방문 기간에도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지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의 강론과 연설, 기도에서 교황의 메시지는 병들고 지친 우리 사회에 위로와 울림을 줬다. 때로는 단호한 어조로, 때로는 온화한 화법으로 한국사회와 종교계에 경종을 울렸다. 약자와 서민을 향한 발걸음이 사회 전반에 ‘프란치스코 신드롬’을 불러왔다.

▲ 무거운 가방을 직접 들고 횡보에 나선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연설과 미사 강론에서 ‘사랑’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언급 횟수는 79회에 이른다. 이는 우리 사회에 평화와 사랑을 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려 했던 그의 행보가 어휘에서 드러난 것이다.

교황은 빡빡한 일정 내내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고통 받는 이를 품었다. 보통 사람과 만남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서로 언어가 달라도 눈빛으로, 몸짓으로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눴다. ‘진정한 대화’는 ‘공감’이 우선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믿음이 가겠끔 했다.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습니다. …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말로 하지는 않지만 전달되는 그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 대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는 사려 깊은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합니다.”(지난 8월 17일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들과 만남 중)타인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종교계의 화합 자리에서도 보였다.

“삶이라는 것은 길입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다른 형제들과 함께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형제들도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도록 합시다.”(지난 8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이웃 종교지도자와 만남 중) 메시지에서 교황은 성직자에게 ‘청빈’을, 청년에게 ‘희망’을, 관료에게 ‘정의’를 강조했다. 단호한 주문 속에 소외당하는 이웃을 감싸야 한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 광화문 시복식에 참석한 교황이 인파들에 휩싸여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수도사)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칩니다. 또한 순전히 실용적이고 세속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려는 유혹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해 보십시오.”(지난 8월 16일 오후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한국 수도자들과 만남 중)

“우리에게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 내지 마십시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는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지난 8월 17일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중)

교황은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에 대해 뼈 있는 지적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선진국 대부분처럼 한국도 중요한 사회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 분열, 경제 불평등, 자연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관심을 두고 씨름합니다. 여기서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가난한 사람과 취약 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할 뿐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 · 문화적으로 향상되도록 도와야 합니다. 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합니다.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이 나라가 앞장서기를 바랍니다.”(지난 8월 14일 서울 청와대 연설 중)

현대 사회에 퍼진 물질주의와 세속주의를 두고 교황은 경고음을 냈다. 저항과 인간 존엄성 회복을 향한 교황의 절절한 외침이었다.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힘이 되기를 빕니다. 그들이 올바른 정신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고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비인간적 경제 모델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지난 8월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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