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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 결산특집①] 평화의 사도 프란치스코 교황 ‘가장 낮은 곳, 가장 낮은 이를 향하다’한반도 평화 기원, 희망의 메시지 전달
정경NEWS | 승인 2014.09.10 16:29|(174호)

지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한민국을 찾았다. 우리 국민에게 4박 5일은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이 됐다. 한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약자를 찾아 사회 곳곳에 밝은 빛을 비췄던 교황. 낮고 그늘진 곳으로 임했던 그의 모습과 가르침은 세월호 참사 등으로 상처받은 국민에게 위안이 됐다.

교황은 8월 18일, 마직막으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끝낸 뒤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비록 교황은 떠났지만 ‘교황앓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우리에게 남긴 울림이 깊다. 그가 일정을 소화하는 매 순간이 역사가 됐다. 국민의 가슴에 추억이 됐다. 강우일 주교(교황 방한위원회 위원장)는 “국민이 교황 같은 지도자상을 기대할 것 같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격려할 것은 격려했던 교황의 모습에서 국가운영자가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고 했다. 대한민국과 교황이 함께 호흡했던 4박 5일, 그 역사적인 기록을 되짚어보며 ‘뜨거운 울림’으로 남겨진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 출국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약자와 만남

방한 첫날이었던 8월 14일. 오전 10시 16분쯤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교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명 인사답게 인파가 몰렸다. 교황은 수많은 사람 중 미리 약속했던 사회 약자를 찾아 손을 내밀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이들 모두가 교황이 한국 땅을 밟자마자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교황은 이날 공항에 나온 세월호 참사 유족과 일일이 손을 맞잡았다. 그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왔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를 기억하고 있다”며 위로했다. 공항으로 영접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환영행사 뒤 국민의 눈길은 교황의 수수한 옷차림과 소탈한 면모에 쏠렸다. 교황이 방한일정 내내 들고 다녔던 검은색 낡은 가방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가 신은 검정 구두는 고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작은 구둣방에서 맞춘 것이다. 국산 소형차 쏘울을 타는 교황의 서민 행보는 우리에게 놀라움과 존경심을 자아냈다. 교황이 의전 차량으로 방탄차 대신 국산 소형차를 선택한 것은 단지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이유였다.

교황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공식 환영식을 한 뒤 박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부 주요 공직자를 대상으로 연설했다. 교황은 “가난한 이와 취약 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을 각별하게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대화하자”고 강조했다.

아시아청년대회 참석, ‘평화와 우정’ 강조

한국 방문 이틀째였던 8월 15일, 교황은 헬기 대신 고속철도(KTX)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기상악화로 헬기가 뜨지 않자 대체수단으로 선택했던 일반편성 열차였다. 사전에 표를 예매했던 500명의 승객과 함께 탑승했다. 불편했을 법도 한데 교황은 “이렇게 빠른 기차를 난생 처음 타봤다”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이날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과 유가족 10명을 만나 상처를 어루만졌다. 곧바로 이어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방한 뒤 첫 대중 미사인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5만여 명이 참석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의 책무를 강조했다.

   
▲ '축복의 입맞춤'. 프라니스코 교황이 15일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입장하며 한 어린이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오픈카를 타고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섰다. 이른 새벽부터 기다리던 시민 속에서 아이가보이면 차를 세웠다. 얼굴을 쓰다듬기 위해서다. 그는 이마나 볼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덕분에 교황이 탄 차는 여덟 번이나 멈춰야 했다.

오후에는 세종시 대전가톨릭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오찬을 했다. 식사를 마친 뒤 헬기를 타고 충남 당진으로 이동했다.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 '솔뫼성지'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김대건 신부 생가에서 헌화와 묵상을 한 교황은‘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했다. 6천여 명의 청년이 교황과 마주했다. 그는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나’보다 ‘우리’, 개인의 행복보다 공동체의 행복을 앞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복식 열린 광화문 ‘100만 명 인파’ 운집

방한 사흘째 8월 16일에는 ‘광화문 시복식’이 열렸다. 일정 가운데 최대 하이라이트로 여겨지는 행사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과 주변 도로에는 100만명 인파가 몰렸다. ‘낮은 자’의 편에서 슬픔과 고통을 함께하려는 이들이다.

광화문 앞 제단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면서 교황은 신자와 시민을 만났다. 그는 차에서 내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의 두손을 따뜻하게 잡았다. 김 씨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현재 단식농성 중이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서울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유가족 앞에 멈춰 선 것은 계산된 행동이었는가”라는 질문에 “통상 그런 만남은 사전에 준비되지 않는다. 굉장히 즉흥적인 분이다. 카퍼레이드 도중 교황 옆에 있는 신부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라고 하자 차를 세운 뒤 내렸다”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의 쉼터인 충북 음성 꽃동네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황은 꽃동네 장애인을 만나서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올해 78세 고령인 교황은 50여 분 내내 선 채로 장애 아동의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서툴지만 정성껏 공연을 준비한 장애 아동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이들을 축복하기도 했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기뻐할 수 없다”

방한 나흘째 8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는 특별한 세례식이 열렸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를 했다. 세례명은 교황과 같은 ‘프란치스코’였다.

교황은 이 씨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뒤 충남 서산 해미 순교성지 성당으로 이동했다. 아시아 주교단을 만난 데 이어 오후에는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세상 속에 늘 깨어 있기를 당부했다.

교황은 폐막 미사 강론에서도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이 참석했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서울 용산구 참사 피해자 등도 초청됐다. 모두 위로와 평화, 화해가 필요한 인사들이다. 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교황은 방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일정 내내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을 만났다. 그는 고앙 환영식장, 대전 월드컵경기장, 광화문광장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세례를 했다.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의 모습은 세계로 방영됐다. 그가 대화하고 눈물을 닦아줬던 이웃은 사회 갈등과 대립으로 고통을 겪거나 상처받은 이들이었다.

정경NEWS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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