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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한국 경제 하반기 진단 ②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해야할 일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4.08.14 17:57|(173호)

   
▲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제의 제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정적 성장궤도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확대됨에 따라 성장률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 7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SKT타워 앞에서 팬택 협력사 협의회 관계자들이 팬택 협력업체들이 처한 위기를 알리고 정부·채권단·이동통신사들의 팬택 지원 촉구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흐름을 파악하는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014년 들어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013년 말부터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러 전망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은 ‘저물가, 저성장,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한 마디로 국내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극히 부진한 데서 나타나고 있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중기(2013~2015년) 목표치인 2.5~3.5%에 못미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내수 부진은 자본재, 원자재, 소비재 등의 수입을 부진하게 만들어 경상수지 흑자를 누적시키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경상수지 흑자는 3,640억 달러에 달했는데, 올해도 700억 달러 안팎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 누적은 원화가치 상승압력을 가중시키고,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하락과 채산성 악화라는 부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2기 경제팀은 현재 한국 경제가 풀기 어려운 난국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다양한 처방전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처방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거나 실기(失機)를 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여기에서 헤어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경제가 재기하느냐 더블딥의 늪에 빠지느냐 하는 것은 정책당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소비 및 투자촉진이 급선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대외의존형 성장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경제가 불안정하고 성장세가 둔화될수록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내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으로 구성된 내수는 부진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는 세월호 참사라는 단기적 요인뿐 아니라 1,0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여력 위축, 고용부진, 인구 고령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기 부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0%를 기록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 1분기에 0.3%(전기비)의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5%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3%의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2010~2012년 3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으며, 지난해에는 6.7%, 올 1분기에는 4.8%로 증가율이 회복되었으나, 이는 장기부진에 따른 기술적 반등 요인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부진은 국민경제상의 저축-투자갭을 확대시켜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경상수지 흑자누적은 원화절상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점과 관련된 정책 제언은 내수를 활성화해 저축-투자 갭을 줄이고 이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적정수준으로 축소시키며 이로써 원화절상 압력을 줄이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려고 하는 것은 그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국제적인 비판을 받기도 쉽다.

 소비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며, 그 중요한 방안의 하나는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통해 가계가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부동산거래 활성화는 가구업계,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업체, 중개업소 등의 형편을 개선시키는 등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상향조정한 이후 궁극적으로는 은행의 자율에 맡기도록 하는 한편, 분양가상한제 운용 개선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도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
기업이 사내유보를 투자로 돌리고, 배당을 늘리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소비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 등도 소비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설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더불어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세제혜택 등이 필요하다. 국내투자 부진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며,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을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정책조합

 정부는 그동안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로 재정정책에 의존해 왔다. 상반기에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4월 역대 두 번째 규모인 17조 3,000억 원(세입 결손 보전용 12조 원+세출 증대용 5조 3,000억 원)의 추경이 편성되었고, 올해도 추경편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재정정책만으로는 소기의 경기부양 효과를 나타내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정책과 함께 정책조합(policy mix)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소기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후 금리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제GDP(국내총생산)가 잠재GDP를 밑돌아 GDP갭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중기목표치를 훨씬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에 집착해 금리인상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감이 있다.

   
▲ <그림1> 한국은행을 통계로 한 국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 추이

 한국은행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맞추어 금융정책을 완화기조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과 금융 모두 완화정책을 쓰면 저물가와 저성장에 대한 경계감이 완화되면서 체감경기 개선과 원화 강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적자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이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위험도가 높은 자산까지도 매입함으로써 경기 부양을 도모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실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언제까지나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할 수만은 없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국내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3년 4.6%에 그쳤으며,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0%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의 수익성은 매우 악화된 상황이다.

 이 점은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00% 미만인 외부감사대상기업 비중이 2009년 말 10.2%에서 2012년 말에 15.0%로 크게 높아졌다. 한계기업 수는 2009년 말 2,019개에서 2012년 말 2,965개로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비제조업의 한계기업 비중(2009년 12.5% → 2013년 19.4%)이 제조업(2009년 7.6% → 2013년 9.8%)보다 더 크게 상승했다. 제조업의 경우 조선, 화학, 철강업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상승했으며,비제조업의 경우에는 건설업, 부동산업, 운수업 등에서 크게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건설업의 한계기업 수가 994개로 전체 한계기업의 33.5%를 차지했다.
한계기업은 경제의 안정성과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유도하여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낮아진 바 있으나 근래에 올수록 산업 내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부진해지고 그만큼 시장에 온존하는 한계기업 수가 증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진입과 퇴출을 활성화하고 신용보증제도도 기업의 우열을 가리는 방향에서 운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오히여 경기가 악화되었을 때 기업의 옥석이 가려질 수 있는 만큼, 경제체질 강화를 위해 과거 외환위기 당시처럼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사정 대타협

 노동생산성 하락과 임금상승에 따른 한국의 제조업 비용경쟁력 하락을 개선하고,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한 고용률 제고 등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경우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맞추어 임금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 경우 근로자나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독일이 2000년대 중반 강도 높은 노동개혁(하르츠 개혁)을 추진하고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내 근로시간 단축, 임금인상 자제,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고용률을 73%까지 끌어올린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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