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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보통국가화’ 전략과 우리의 선택
윤지원(윤영미) | 승인 2014.08.01 14:13|(173호)


 최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새 해석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했듯이, 2014년 7월 일본에서는 “54년 전 1960년의 ‘안보 충돌’이 재현”됐다. 아베 총리(安倍晋三)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헌법 해석 변경안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각의결정의 제목은 ‘국가의 존립에 만전을 기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빈틈없는 안보법제 정비에 대하여’였다.

집단적 자위권의 신무력행사 3요건

 각의 처리를 보면 1960년 5월 20일 당시 아베의 외조부이자 정치적 스승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가 미·일 공동방위를 명문화한 ‘미·일 신안보조약’ 비준안 강행 처리와 아주 유사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여러 가지 공통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민주주의의 절차를 무시한 채 집권 내각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단행해, 일본이 전쟁에 개입할 수 있게 된 것과 미·일 동맹을 명분으로 일본의 재무장을 추진했던 것과 격렬한 반대 시위를 일으키고 있다는 등은 과거와 현재가 일치하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집단적 자위권은 기시 전 총리가 남긴 가문의 과업’이라는 점에서 할아버지가 남긴 과오를 아베가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아베가 진행했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개헌이 아니라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절차를 무시한 ‘편법’이라는 점이다. 일본 내에서도 헌법의 근간을 뒤흔들려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현행 일본 헌법에는 교전권·전력 보유 등을 금지함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아베는 중·참의원의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원이 찬성해야 발의가 가능한 개헌의 복잡한 절차 대신 집권 여당과 내각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논의하고 결정했다. 또 일본은 헌법상 원칙적으로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일본의 평화 헌법 제9조는 무력행사·군대 보유·교전 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1950년대 중반 이후 헌법 제9조를 ‘방어’ 전쟁이 가능하도록 해석해 ‘자위대’라는 비공식적 군대를 보유해 왔고, 1978년 미·일 방위협력을 통해 공식적으로 ‘개별적 자위권’을 인정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개별적 자위권’은 공격받았을 경우 ‘방어’만을 위한 전쟁이 가능하다. 즉, 일본은 ‘공격’을 받아야만 전쟁이 가능했지만, 아베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선언으로 이젠 ‘상황’에 따라 공격받지 않아도 선제적으로 전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부연하자면 아베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일본의 군대 보유와 전쟁을 통한 분쟁 해결을 금지한, 현행 평화헌법 제9조의 해석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표명했다. ‘방어전쟁만이 가능하다’는 헌법해석을 재해석해서 필요시 공격이 가능하다로 변경했다. 무력행사와 관련한 신무력행사 3요건은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 및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 및 행복추구의 권리가 근저에서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거나, 일본의 존립을 유지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을 경우와 최소한도로 필요한 무력행사가 자위조치로서 허용된다”로 구성됐다. 그 밖에 아베 내각은 상륙작전용 함정 도입을 고려하는 등 무기 체계를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가상의 적을 상정한 다국 간 군사훈련에도 참여키로 했다.

군사적 ‘보통국가화’에 대한 우리의 해석

 일본 정부는 주변국들의 반발과 국내적으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자위권 재해석’이라는 무리수를 자행한 아베의 속내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 배경에는 중·일 간 남중국해 해양 갈등과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 등을 언급하면서, 아베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억지력이 높아져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적어진다”는 주장과 한정적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인 사례로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보호 및 미군 지원 방안’을 거론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역학관계의 재편과 관련해, 어떻게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것인가. 일본은 전후체제 탈피를 통해 여타 국가들처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 ‘보통국가화’의 로드맵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자국의 재정적자에 따른 국방예산이 자동 삭감되는 힘의 공백을 동맹국인 일본이 보완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안보에 대한 미·일동맹의 역할 분담과 중국 포위망 내지 견제를 통한 새로운 지역 패권 국가로의 부상에 대해 우리나라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전범국가인 일본이 더 이상 전쟁을 할 수 없게 한 것이 전후 국제적 합의였다. 그러나 탈냉전기 일본이 언제든지 전쟁에 개입하거나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는 것은 지난 60년 동안 지켜온 전후 국제질서의 한 축이 허물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더욱이 아베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위안부 부정, 역사교과서 왜곡, 고노담화 검증까지 지속적으로 과거사에 대한 반성보다는 부정을 일삼고 왜곡을 자행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철저한 반성이 없는 상황과 과거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당했던 한·중이 일치되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경계하고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게 “한반도 안보와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명백히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신무력행사 3요건의 최우선 대상이 한반도라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로 동맹국 미국이 상정되고 있지만, 미국 본토가 직접 공격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군사작전을 펴는 미군이 공격을 받는 경우가 상정된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재해석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군사 개입의 여건을 달성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동안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금지된다고 간주했던 기존의 헌법해석과 달리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도 일본이 자위조치로써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상 허용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범국가로서 일본의 이런 행태는 세계 평화에 위협적인 결정이며, 한국과 주변국들과의 협력과 발전보다는 대립과 갈등을 더욱 더 심화시킬 것이다.

윤지원(윤영미)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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