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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경쟁’ 한국 언론에 퓰리처상이 시사하는 것‘스노든 폭로’ WP·가디언, 공정·공익 가치 부여
오진영 기자 | 승인 2014.05.15 14:10|(170호)
   
▲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취재하기 위해 언론 기자들이 몰려 있다.

퓰리처상은 미국 언론들의 잔치. 이 상의 최고 영예는 상금 없이 금메달만 주는 공공서비스부문으로, 올해 이 부문의 수상자는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빼낸 국가안보국(NSA) 기밀서류를 보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에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는 이 상이 국익보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에 방점이 찍혀 있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세월호 국난속에 속보경쟁을 벌이는 한국 언론과 기자들에게 더욱 그러하다. <정경뉴스>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한국 언론의 비뚤어진 경쟁의식과 선정주의, 무책임을 반성해본다.

 
올해는 스노든 전 CIA 직원이 제보한 NSA의 무차별적 도·감청 실태를 낱낱이 보도한 매체가 미국 언론 분야 최고 권위인 퓰리처상을 받았다. 한국으로 치면 안기부 불법 녹취 파일을 보도한 언론에 퓰리처상을 준 것이다.
 
414(현지 시각) 퓰리처상심사위원회는 워싱턴포스트는 권위 있고 통찰력 있는 보도를 통해 일반 국민이 국가 안보의 더 넓은 틀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으며, 가디언은 안보와 프라이버시 이슈와 관련해 정부와 대중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을 촉발하는 공격적인 보도를 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번에스노든 비밀 문건 폭로를 보도한 언론들에 대해서 퓰리처상심사위는 저널리즘의 공익적 기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 언론은 스노든 폭로를 보도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퓰리처상, 국익보다는 공익에 가치
 
올해 퓰리처상 공공서비스부문을 공동 수상한 WP와 가디언은 앞서 전 중앙정보국 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넘겨받은 수천건의 비밀 문건을 분석해 지난해 6월부터 NSA의 전방위 도·감청 실태를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두 신문은 “NSA가 미국 국민뿐 아니라 독일·프랑스·브라질 같은 외국 정상의 통화와 이메일 내역까지 들여다봤다고 밝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끼치고 있다는 비난여론도 일었다.
 
실제 도·감청 폭로를 접한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우방 정상들은 직접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하며 미국대사를 소환하는가 하면, 미국 국빈 방문 계획을 취소하는 등 미국의 외교적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은 스노든이 불법적으로 훔친 문건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보도윤리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미 검찰은 스노든을 간첩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언론의 보도윤리에 위배된다는 언급이 있었음에도, 정권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강조해온 퓰리처상은 이번에 국민의 알 권리에 더 높은 공익적 가치를 부여했다.
 
사실 미국 민주주의는 이 같은 불이익을 감수한 내부고 발자에 의해 전진해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퓰리처상은 그에 기여한 언론의 성과를 인정해오고 있다. 1971년 뉴욕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보도, 2006년 조지 부시 정부의 도청장치 폭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1971년 다니엘 엘스버그 전 국방부 직원이 뉴욕타임스에 흘린 펜타곤 페이퍼는 잘못된 전쟁인 베트남전이 빨리 끝나도록 하는 데 역할을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인 마크 펠트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하야를 가져왔다.
 
오보 남발하는 한국언론의 속보경쟁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퓰리처상 속보부문이다. 올해는, 지난해 4월 보스턴마라톤 테러 사건과 범인 검거 과정을 밀도 있게 보도한 보스턴글로브에 돌아갔다. 이 신문의 수상은 대형사건 속보경쟁 때 특종이 오보가 된 경우가 허다한 가운데 정확성을 기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땀이 배어 있는 기사를 평가한 것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우리나라 언론의 공정성논란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최근 세월호 국난속에서 속보 경쟁에 열을 올리는 한국 언론의 모습에는 무책임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신병확보도 안 된 여성을 앉혀놓고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내보내는가 하면, 정부당국의 허술한 조사발표가 당연하다는 듯 특보자막이 화면의 1/3을 차지한다. 하물며 항간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빙 둘러 사실인양 보도하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정확성을 포기하고 속보전쟁을 벌이면서 결국 오보의 무덤을 파고 있는 행위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인 공익을 무시하는 행태다. 퓰리처상 수상 언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의 속보경쟁을 벌이는 우리 언론이 참고할 대목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오진영 기자  pppeo0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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