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불문하고 ‘소통’은 꼭 필요한 키워드다. 특히 미래과학을 선도할 청춘에게 소통은 미래를 보는 눈과도 같다. 청소년과 끊임없이 소통해 오고 있는 (재)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소장 이혜숙)는 최근에도 행복한 과학 기술의 씨앗을 만방에 퍼뜨렸다.

▲ 이혜숙 WISET 소장. 올해로 4회째를 맞는 ‘2014 지혜나눔강연’은 국회의장실이 주최하고, WISET가 주관하며,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한다.

4월 10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 붉은 용액을 들고 대중 앞에 선 현택환 서울대 교수. 그는 국내 나노소재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현 교수는 이 용액을 들어 보이며 ‘맞춰보라’고 하지만 정체를 아는 이는 없다. 놀랍게도 이 용액은 금(金)이었다. 나노입자가 되면 노란색이 붉은 빛으로 변하는 신비한 나노의 세계. 이어 7명의 우리나라 기초과학 분야 석학들이 일반인 눈높이에서 20~30분씩 강연을 이어가며 흥미를 더한 이날은 청소년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고 지혜를나눠준 ‘2014 지혜나눔강연’의 현장이다.


정부, 기초과학분야 전폭지원 약속

차세대 중·고·대학생과 과학도, 교사, 학부모 외에도 과학 기술에 관심 있는 일반인까지 300여 명이 이날 국회를 찾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 5인과 여성과학자상수상자 3인 등 8명 과학멘토의 강연에 앞서 이혜숙 WISET 소장은 개회사에서 “지혜나눔강연은 모험심, 열정으로 도전해온 만년 리더들이 차세대 리더와 지혜를 나누고 소통하는 자리”라며 의미를 전했다. 2012년부터 WISET 초대 연구소장으로 역임해 오고 있는 이 소장은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로 26년간 재직해 왔으며 국내 최초로 다국적 기업 GE의 여성과학기술인과 이공계 여자대학(원)생의 네트워킹 및 멘토링을 지원해 오고 있다.

▲ 강창희 국회의장

이날 참석한 강창희 국회의장도 환영사에서 “참석자 여러분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과 큰 꿈을 안고 기초과학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과학 선진국들은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등을 설립하는 등 길게는 1세기 전부터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왔으나, 우리는 불과 3년 전에야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했다”며 “지금까지 다른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어냈듯이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믿고,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장은 14대 국회 후반에는 통신과학기술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특히 강 의장은 통신과학기술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주도하고 과기부 장관 시절에는 과기부 폐지론에 맞선 경험을 가지고 있다.

▲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이어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보이지 않는 지혜와 아이디어, 상상력은 나누면 나눌수록커진다.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런 자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은 창조경제, 즉 1% 연구개발자의 R&D와 99% 국민의 I&D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 차관은 미국의 벨연구소 특임연구원을 역임하고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있다.

8人 ‘꿈의 30분’ 릴레이 강연

이날 30분씩 장장 5시간에 걸쳐 지식과 경험을 전한 과학 멘토 8인은, △ 세계 100대 화학자로 선정된 현택환 서울대 교수 △ 국내 펨토초 레이저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남창희 광주과기원 교수 △ 국제수학자총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초청강연을 펼쳐 화제를 모았던 기하학 분야 권위자 오용근 포스텍 교수 △ 시냅스단백질과 뇌신경 정신질환과의 관련성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김은준 KAIST 교수 △ 국내 최고의 초고층 건물구조 전문가 박영욱 한미글로벌 이사 △‘2013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수상자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 △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2013년 여성공학인대상 수상자’인 한선화 KISTI 연구소장 등이다. 이들은 세상을 움직이는 중심에 늘 혁신적 과학기술을 이끌어오고 있다.

아울러 RNA, 시냅스뇌질환, 초강력레이저과학, 기하학수리물리, 나노입자연구, 빅데이터, 건축구조공학 등 과학자의 꿈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모두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멘토들의 아낌없는 조언이 이어졌다.

다음은 강연 내용 일부.
 

◇ 나노, 작지만 쓸모가 많아요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나노기술은 미래산업의 핵심기반 기술이다. 특히 나노미터(10억분의 1m=1nm) 크기의 소재들을 만들고, 이것들을 독성이 적은 MRI조영제, 베터리 전극소재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 나노입자를 생물공학적으로 응용하기 위해서는 크기가 균일해야 한다. 우리는 값싸고 안전한 금속염을 이용하여 균일한 나노 입자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기존보다 1,000배 이상의 균일한 나노 입자를 개발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최소한 1,000배 싸게 1,000배 많이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CNN 방송과 AFP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었고, 이 기술이 소개된 논문은 지난 8년간 1,400회 이상 인용되고 있다.”

◇ 인식의 지평을 넘어
(오용근 포스텍 수학과 교수)

“수학이라는 학문이 다소 어렵게 여겨진다면 주목하라. ‘우리는 걷는다’, ‘사과는 빨갛다’식으로 물질이나 현상을 언어로 표현하듯이, 수학 역시 하나의 과학기술의 현상으로 인식하고 풀어내는 하나의 ‘언어’로 본다. 수학은 이성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를 표현하는 언어로서 기초과학 중의 기초과학이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언어가 없으면 사고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처럼 수학도 수학이란 단어가 없으면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창출된 정보나 지식은 전달할 수 없는 것이다. 수학자들은 지능, 논리, 이성이 지배하는 범위 안에서 유효한 개념들을 창출해 내고 중요한 형상들을 만들어진 수학적 용어들로 그려내며 또 그 생각들을 교환함으로써 확장·실현할 수 있다.”

◇ 세상을 바꾸는 빅데이터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 연구원 첨단연구소장)

“빅데이터는 데이터 저장매체의 발달, 저장 비용의 극적인 하락,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연결의 기하급수적인 증가, 데이터의 분산 관리 및 처리 분석기술의 발달 등 수많은 기술 진보가 집약된 결과의 산물이다. 빅데이터가선거에 활용된 좋은 사례는 2012년 미국 대선이라 볼 수 있다. 오바마 선거운동본부는 2만여 통의 이메일을 분석하여 1,500가지가 넘는 유권자 맞춤형 메시지를 보냈다. 대학생에게는 대학생 공약홍보 메일을, 주부에게는 주부가 관심 있는 정책공약을 보내 홍보하였다. 이 결과, 2008년 모금액 5억 달러에서 2012년에는 6.9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유권자 2억 명에 개인당 약 1천개의 정보를 구축한 역사상 가장 큰 데이터 선거로 기록되고 있다. 현재 빅데이터는 구글의 독감유행 예측 분석, 실시간 교통정보 T map,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 최적화, Farsite사의 2014 아카데미상 6개 부분 수상 예측 등 다양한 범위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 레이저 이야기, 실생활에서 극한 물리까지
( 남창희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레이저는 인간이 만든 새로운 종류의 빛이다. 레이저는 퍼지지 않고 나아가는 직진성, 한 가지 색깔로 나타나는 단색성, 간섭을 일으키는 결막음성 등이 햇빛이나 형광등과 같은 일반적인 빛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지닌다. 1960년 시어도어 메이먼(T.H.Maiman)박사에 의해 루비 레이저가 발명된 이래 다양한 종류의 레이저가 개발되었다. 이러한 레이저의 등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과학 발전에 획기적으로 이바지하였다. 물리, 화학 같은 기초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공학이나 의학에도 레이저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도구가 됐다. 또한, 이제 레이저는 콤팩트디스크 플레이어, DVD나 바코드 스캐너에도 사용되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필수품이 되었다.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은 ‘펨토초 페타와트레이저’로 양성자 암치료기에 응용하는 등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레이저는 앞으로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오진영 기자  pppeo0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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