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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한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
정경NEWS | 승인 2013.10.10 11:14|(163호)

 


   
▲ 박상병 시사평론가
민주당이 지난달 23일 원내 복귀를 선언하면서 파행 정국이 새 국면을 맞았다. 추석 민심을 파악한 민주당이 투쟁 방법으로 장외투쟁보다 원내투쟁에 더 치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물론 천막을 접는 것은 아니다. 무게중심을 장외에서 원내로 이동시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원내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며 “단언컨대 국회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국회에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 의원들의 원내투쟁은 특권이자 의무”라며 “민심을 얻는 바른 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정기국회를 버리고 제1야당의 역할을 논할 수 없으며 더욱이 민생을 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기국회는 말 그대로 민생국회요, 예산국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정감사도 있지 않은가. 야당의 주무대에서 제1야당이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정기국회 복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민주당, 치열하게 싸워야 산다
민주당의 정기국회 정상화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동시에 당의 존망을 걸고 여권과 싸워야 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의 원내복귀는 여권에 대한 ‘투항’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54일째 장외투쟁을 했지만 민주당은 변변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아니 박근혜 대통령에게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천막을 접고 원내로 들어오는 제1야당, 아마 그런 야당을 야당 지지자들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김한길 대표도 빈손으로 원내에 복귀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더 강력한 투쟁을 주장하는 당내 의견을 전했다. 김 대표는 “의원들께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에 맞서는 우리의 결기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단식이나 삭발, 농성, 심지어 의원직 사퇴서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원내투쟁으로 방향을 돌릴 때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의원직 사퇴까지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 민주당의 상황은 절박하다는 사실이다.

강력히 싸우겠다는 김한길 대표의 ‘결기’는 당연하다. 그리고 김 대표가 “이제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결기를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한 대목도 이해할 수 있다. 삭발하고 단식하는 그런 모습은 낡은 버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새로운 결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싸우는 모습보다 더 새롭고 강력한 결기는 도대체 어떤 것인가. 이 또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인가. 물론 완전히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김한길 대표의 결기를 믿고 싶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허언이나 뻥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장외투쟁보다 원내투쟁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은 잘한 일이다. 정기국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장외투쟁을 마치 어쩔 수 없이 하는 이벤트처럼 생각한다면 원내투쟁의 동력도 상실되고 말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실정에 비판적이고 실망한 다수 국민들은 민주당이 그들의 분노와 목소리를 대변해주길 바랄 것이다.

이에 민주당이 응답해야 한다. 장외투쟁은 원내투쟁의 동력을 전달할 것이며, 원내투쟁은 장외투쟁의 새로운 모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어느 한 쪽도 소홀이 할 수 없다. 양쪽 모두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체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만에 김한길 대표가 대여투쟁의 중심에 선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점점 구심체가 형성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치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 제대로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 실종, 민주당 탓도 크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불통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국민들과 어느 정도 소통하고 있는지도 자성해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 이면에는 민주당의 무능과 자중지란이 깔려 있다.

한마디로 무시당할 정도로 민주당 위상이 말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무기력한 야당, 매번 끌려 다니는 야당, 당내 혁신도 미적미적한 채 계파갈등이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그런 야당을 누군들 쉽게 신뢰를 보내겠는가.
 
지난 총선, 대선 때를 비롯해 그 이후의 정국 대응에서도 민주당이 국민과 소통을 잘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최근 20%대의 당 지지율이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정국은 한마디로 ‘정치 실종의 시대’에 다름 아니다. 청와대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질주하고 있다. 어디까지 갈지 국민이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여야를 아우르는 ‘큰 정치’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과반의석을 가진 집권당으로서의 존재감조차 없다.
 
청와대발 메시지가 나오면 이를 엄호하고 대야 공세를 펼치는 일에 앞장설 따름이다. 어떨 때는 무지막지한 표현까지 동원된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민생을 얘기한다. 꽉 막힌 정치를 새롭게 재편할 의지도, 역량도 없어 보인다. 오늘도 또 내일도 야당을 비판하고 압박하는 일에 몰두할 것이다. 그 또한 바뀔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정치실종 시대’의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부의 한계와 외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민주당은 이미 고사(枯死) 직전에 있다. 바로 이런 야당의 존재가 곧 정치 실종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때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감히 그때 불통정치가 가능했을까. 사실 당시의 정국은 한나라당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민주당의 무능, 무기력, 무책임이 곧 정치실종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시점에서 강경투쟁을 선언한 김한길 대표의 ‘새로운 결기’가 과연 반전의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이 강해야 새누리당이 긴장할 것이요, 민주당이 당당해야 청와대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의 생리가 그런 것이다. 민주정치는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제대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양보할 것과 챙겨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놓쳐서는 안 될 이슈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야당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부디 원내복귀가 투항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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