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과 유엔군이 침략군을 격퇴하고 이 땅에 총성을 멎게 한 정전(停戰) 체제가 올해로 60주년, 국군의 날 65주년을 맞았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휴전 상태가 지속되어온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무역 규모가 세계 8위에 달하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국가 운명이 백척간두로 몰렸던 우리나라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할 정도로 대외적인 영향력도 커졌다. 반면 북한은 핵개발과 도발 야욕을 불태우며 주민을 ‘고난의 행군’ 대열 속으로 몰아넣으면서 불량 국가를 자초하고 있다. 우리 영토, 영해, 영공을 국산 무기체계로 수호하겠다는 자세로 방위산업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 때, <정경뉴스>는 안보 전문가들을 통해 대한민국 안보와 국방을 진단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주>

▲ 본지 사무실에서 국군의 날 특별대담을 하고 있는 안보 전문가들. 왼쪽부터 김경덕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김재윤 민주당 의원, 박상병 시사평론가.

동북아 안보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3월 북한이 ‘핵 타격’ 위협을 한 후 한미 동맹은 강화되고 중국은 북한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핵무력·경제건설 병진’을 내건 북한은 고립무원의 지경으로 빠져드는 형국이었다. 중국의 싱크탱크 일각에서는 “북한이 평화롭게 붕괴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말까지 했다. 북한이 스스로 부른 전례 없는 위기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이 같은 변화에 돌이킬 수 없는 획을 그었다. 지난 5월 두 정상은 워싱턴에서 ‘더 깊고 넓은 동맹’ 관계를 다짐하는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을 했다. 이 선언에는 군사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정보·감시·정찰 체계를 포함해 더 강한 연합방위력을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북한의 고립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위기를 만들고 보상받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을 종식시킨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중국에서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외국환거래를 총괄하는 중국은행은 지난 5월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계좌를 폐쇄하고, 이 계좌와 관련된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한다는 사실을 북한 쪽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자금’ 조달선을 끊겠다는 강력한 제재였다. 조선무역은행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 중국이 대외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북한은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북한은 일련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동북아의 판’은 바뀌고 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동북아 안보지형의 변화를 과거처럼‘치고 빠지기식 잔전술’로 대응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남북 대화가 중요하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의 문을 활짝 열었다. 두 정상은 “북한과 외교적으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내민 손을 뿌리친 채 무력 도발과 위협으로 이익을 구하고자 한다면 고립을 자초하는 패착일 뿐이다.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개성공단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이 그 첫 단추인 듯했지만 무기한 연기되면서 또 한 번 실망을 안겼다. ‘도발의 칼’을 거두고 남북대화에 나서는 일이야말로 더 나은 북한을 만들고, 더 나은 한반도의 미래를 꾸려가는 길이다. 대한민국 국방과 안보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할까?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안보 전문가 대담을 준비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진행으로 김경덕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예비역 소장), 김재윤 민주당 의원(국회 국방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군의 날 제65주년 특별대담을 가졌다.

▲ 박상병 정치학 박사 / 정치평론가

박상병 평론가(이하 박 평론가) 제65주년 국군의 날을 맞이하였다. 매년 다가오는 날이지만 유독 한반도 주변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는 올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김경덕 부소장 (이하 김 부소장) 안보를 너무 청색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KDI 보고서에서도 국방비 감축을 제안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재래식 위협,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전을 벌써 망각하지 않았나 안타까울 뿐이다. 주변국들의 위협은 잠재되어 있고 보이지 않을 뿐이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잠시 중단되었던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통일해야 하는 것이 민족적 과업이라고 한다면 통일의 과정에서 군사력은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제65주년 국군의 날은 전쟁을 예방하여 평화를 지키는 국군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김재윤 의원(이하 김 의원) 먼저 지금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에게 감사 드린다. 국군이 있기에 안보가 지켜지고 있는 것 아니겠나. 남북관계는 녹록지 않다. 때로는 강대 강, 때로는 타협관계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럴수록 군의 의미가 더 중요해진다. 다자간 협상, 한미 동맹, 남북관계 등 무엇도 포기할 수 없다. 결국은 남과 북이 서로 이해하고 타협과 협상하는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군의 역할을 다하는 한편, 정부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박 평론가 국민들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과연 대한민국 국군이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북한이 침략했을 때 한국은 방어할 수 있을까?

김 의원 한미 동맹관계를 고려해봤을 때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핵무기나 화생방 공격 등이 병행될 때는 큰 타격을 입겠지만 이는 남북 할 것 없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에 사전에 주변국들과의 협력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전략이 준비되어야 하고 세분화되어야 한다.

김 부소장 우리국민은 일반적으로 북한이 남침한다면 우리군사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한다. 북한 침략에 대한 한미연합 군사대비태세는 국민들이 생각한대로 압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단독으로만 비교한다면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과거 언론에 공개된 남북한 군사력 비교결과는 다양한 분석기법으로 평가했다고 하지만 정치적의도와 분석기관의 주관에 따라 좌우되었던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다. 북한을 얕보는 것이 문제다.

박 평론가 군의 선진적인 대응 태세를 위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는가.

김 부소장 북한 및 주변국이 한국을 얕잡아 볼 수 없는 위엄 있는 국방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사혁신차원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한다. 특히 북한의 핵 및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첨단 기술군으로 발전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방예산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김 의원 국방의 과학화가 필요하다. 군 인력감축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고, 전력을 강화하는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방개혁에 국민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전문적인 인력도 필요하다. 전력의 극대화를 해야 한다.

박 평론가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나 비록 무기한 연기되긴 했지만 이산가족 상봉 등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북한의 기조가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가? 전략적인 목표가 있을까?

▲ 김경덕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김 부소장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지 2년여 되어가고 있다. 그간 정책을 보면 과감한 인적 교체, 새로운 통치 스타일 부각과 포퓰리즘 등을 통해 통치기반 안정화 노력, 핵실험에 이은 강도 높은 군사위협,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합의 폐지 등 극단적 정책을 구사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항을 평가해 볼 때 다소 변화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남정책에 있어서 과거 김정일과는 큰 차이를 아직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번 이산가족상봉에서 보면 김정은 체제의 내부 불안정성이 엿보인다,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때라고 본다.

김 의원 초창기에는 정권 유지를 위해서 고강도 전략을 썼다. 벼랑끝 전술 등. 최근에는 경제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 정권의 붕괴 등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미국과 힘의 균형에도 신중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박 평론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의지는 협상과 논의보다는 강경, 원칙에 가깝다. 어떻게 보는가.

김 부소장 대북정책은 어디까지나 한국이 만들어가는 통일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북한을 주시 하되 전략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조치는 적절했다.

김 의원 기본과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좀 더 유리한 국면을 이끌었어야 했다고 본다. 강하게만 나가면 불리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충분히 대화와 협상을 하고 또한 당근과 채찍을 써야 한다. 금강산 문제도 융통성이 필요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도 제시해야 한다. 때로는 유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박 평론가 현재의 강경 분위기는 정부에 군 출신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닌가? 남북문제를 군의 시각으로만 보는 건 아닐까?

김 부소장 현 정부에 있는 군 인사들은 균형된 정책적 시각을 가지신 분들로 본다. 군 출신이라고 해서 군사적 판단만으로 국가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한다고 보지 않는다.

김 의원 협상의 과정을 봤을 때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문점이 생긴다. 이산가족 상봉은 꼭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본다.

박 평론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을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 6자 회담을 통해서 비핵화를 풀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나.

김 부소장 과거 6자 회담의 결과와 성과를 평가해본다면 6자회담방식이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한 틀인가에 회의적이다, 과거 6자회담에서 9,19성명, 2,13조치, 10.3합의를 이끌었고 영변원자로의 냉각탑까지 폭파 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무장하는데 시간만 벌어 주었지 않았는가. 다시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성사 시키려고 한다면 북한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혹시나 6자회담이 북한의 핵무기를 소형화·정교화·대량화 하는데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 한반도 비핵화는 꼭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자 목표이다. 북한, 미국과의 대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대화도 물론, 6자 회담 틀도 꾸준히 만들어나가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가들 간의 지속적인 회담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박 평론가 북한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회담 이외에?

김 부소장 북한은 지금까지의 행태로 본다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을 포함해서 세계국가들 대부분 지지를 받고 있다. 국제적 공조체제를 활용한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김 의원 북한은 체제 보장을 원한다. 나름대로 본인들의 체제가 타국으로부터 위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으로부터(특히 미국) 체제 보장이 된다면 포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에 국제사회에서 공조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개혁개방으로 가는 길이다. 이를 위해선 민주주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국제사회 규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개혁으로 이끄는 노력을 절실히 해야 한다.

박 평론가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는 국방 안보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

김 부소장 북한의 대남군사전략은 배합전 전략이다. 배합전 전략은 정규전과 비정규전의 배합, 전방지역과 후방지역작전의 배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본다면 이석기 문제는 섬뜩하고 심각하다. 차제에 명확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박 평론가 마지막으로 군 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당부의 이야기를 전한다면.

김 부소장 대통령의 기본책무는 국가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북한 및 주변국의 위협이 언제든지 현실로 다가 올 수 있다. 이러한 현재 및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력은 강화되어야 하고 국가예산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다. 국방비는 GDP대비 매년 3%수준을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과거정권을 보면 복지를 위해 안보를 희생하는 것 같다. 국가안보를 소홀히 한다면 복지도 경제도 사상누각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 의원 한순간에 될 수는 없다.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안병용 기자  byah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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