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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정상적인 노사관계는 기대할 수 없는 건가?
정경NEWS | 승인 2013.09.17 11:45|(162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일자리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면, 우리 사회가 점점 닫힌 사회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괜찮은 일자리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지만 노동시장에 들어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권리라는 것은 일단 손에 넣고 나면 다른 사람의 형편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 갖고 있는 권리는 당연한 것이고 더 얻어낼 것이 있다면 악착같이 찾아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연스럽
게 고용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산 설비를 늘리거나 정규직을 고용하는 데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사 양측의 합의는 과연?
근래 또 한 번 노사 양측의 충돌이 예상되는 현대자동차를 바라보면서 노사 양측의 입장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앞날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결국 노동조합의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은 임원들에게 “국내 생산을 10~20만대 더 줄여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누가 경영자의 자리에 있더라도 비슷한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해외생산비중은 2007년 35%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61%까지 가파르게 증가해왔는데 이
추세가 계속되다 보면 빠른 시간 안에 70%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현대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 요
구안이 언론에 공개된 적이 있다.

“순이익의 30% 지급, 정년 만 61세로 연장, 자녀 대학 미진학 시 1천만원 ‘기술취득 지원금’으로 지급, 5년 이상 근속자에 퇴직금 누진제 신설, 해외공장 신설 시 노사공동위원회 심의 의결, 정당한 조합활동을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이나 민형사상 책임 면제”

협상 카드로 내세운 내용이기 때문에 좀 과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사관계라는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현대자동차의 노사문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지 예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의 문제는 비단 현대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앞으로 당면하게 될 주요한 도전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에게 이익과 비용 부담이 떨어지는 경우라
면 사람들은 대체로 합리적인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단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 그것도
이익단체의 경우라면 합리성이 개입될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그것도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의 운동 방향이 결정되게 된다. 이런 면에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단기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회사의 앞날을 길게 보고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본다.

자동차 산업의 파업 구조
한편 자동차 산업이 가진 구조적인 특성도 사용자 측에게 불리하다. 이번에도 문제가 되었듯이 긴급 사항이 아니라 노동조합 지도부에게 공공연하게 허용되는 라인을 세우는 권리를 미루어 보더라도 사측이 절대적으로 통제권을 쥐고 있다.

일단 라인이 서면 수많은 협력업체로 구성되는 업종 자체의 특성 때문에 경영자 측이 계속해서 양보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연례 행사처럼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사측이 밀리듯이 양보를 하는 데 대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이 있었다. 그러나 사측 입장에서는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급적이면 빨리 합의를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산업 특성을 갖고 있다. 노동조합이 강력한 인질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인질을 잡고 있는 측에서는 아쉬운 사람을 상대로 최대한 이익을 끌어내려고 행동하는 일은 당연한 선택이다.

물론 이런 행동이 올바르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면 노사 양측 사이에 힘의 균형이 유지될 수 없다.

사측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
노동조합원을 비롯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기 이익에 더욱 호감을 갖는다. 마시멜로 효과라는 용어가 있듯이 중기 및 장기의 이익과 비용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노조의 구성원들 가운데 회사가 건실하게 성장하여 아이들 세대에도 더 멋진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에 큰 비중을 두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냥 당사자들이 재직하고 있는 동안 최대한 챙기고 떠나자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 본래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제어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있어야 한다지만 현재처럼 파업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사측이 손해를 보는 구조 하에서는 노사 양측의 대등한 싸움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이익단체의 경우 특히 노동조합의 경우는 온건파가 권력을 쥐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온건파가 지도부에 당선되는 경우는 파업으로 회사가 기로에 서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난 다음에서야 가능할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쉽지 않다. 최근에 격렬한 노사분규 이후에 기업을 재건하기 위해 노사가 힘을 합쳐 노력하는 모 자동차 회사를 보더라도 비용을 지불하고 난 다음에 나온 행동이다.

선명한 노선을 펼치고 더한 투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약속하면 할수록 권력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치와 마찬가지로 선동적인 지도부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높다. 사람
이 합리나 이성을 사용하는 것은 두뇌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논리를 간단하게 만들어서 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두뇌의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 없이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이다. 따라서 조직 내 권력을 장악하려는 사람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쪽의 노선을 선택해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

인간, 특히 조직 속의 인간의 속성을 미루어 보면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더 많은 비중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일이다.

내수를 겨냥한 최소 생산설비와 연구개발 기능, 그리고 본사 기능을 제외하고 결국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 차선에 속한다. 나라의 먼 미래를 보면 더 많은 기능이 국내에 포진되어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

 

정경NEWS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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