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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아름다운 원칙’
최재영 | 승인 2013.09.17 11:29|(162호)

 

   
▲ 본지 대표이사 발행인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올 하반기 국정운영의 기조를 밝힌 제2의 취임사에 비견된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최근 보기 드물 정도의 진전된 입장을 제시함으로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정치상황과는 무관하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며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적극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DMZ 세계평화공원’에 대한 의지도 거듭 확인하였다.

그리고 잘못된 관행과 부패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헌법적 가치와 법질서를 언급하며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적인 것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비정상적인 것의 정상화, 사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올 하반기 ‘국정운영 모토’이기도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과거부터 이어온 각종 부패와 비리는 정치권과 국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만 뿌리 뽑을 수 있다"며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되돌려놓는 선제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확고한 원칙, 그러나 유연성도 지녀
박근혜 대통령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잘 알려져있듯이 ‘원칙과 신뢰’로 압축된다. 특히 여성 정치인으로서 녹록지 않은 우리 정치풍토에서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당 대표와 대통령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바탕도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각인된 효과가 컸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6개월, 그 원칙과 신뢰의 내용은 풍부해졌으며 그 접근방식도 더 유연해지고 있다. 아마 ‘100% 대한민국’을 위한 대통령직의 무게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는 연소득 3450만~7000만원의 중위 이상 근로자에게 연평균 16만원의 세금을 더 부담시킨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저소득층 부담은 축소하고 지원은 확대하는 등의 전향적 조치가 많았지만, 결국 ‘유리지갑 털기’라는 봉급생활자들의 반발 등으로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말았다.
이번 안은 당·정·청이 협의를 거쳐 공표한 박근혜 정부의 공식 세제안이었다. 여야 협상에서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결론이 난 정부안은 그 틀을 지키는 것이 국정운영의 원칙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단호했다. 박 대통령은 며칠 뒤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 안이라 해도 잘못된 원칙은 수정할 수 있다는 ‘유연한 원칙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이것을 ‘아름다운 원칙’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만남
박근혜 대통령의 ‘아름다운 원칙’은 남북관계에서 더 빛이 났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남 압박을 할 때 박 대통령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북한이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며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을 차단했을 때, 박 대통령은 우리 관계자들의 귀환조치로 맞섰다. 과거처럼 북 측에 끌려 다니면서 머리를 조아리는 그런 방식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대북 접근 원칙이었다.

이후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놓고 7차회담까지 진행될 때도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운영의 국제화와 북한의 재발방지책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북한은 재발방지책에 남과 북, 모두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재발방지를 위한 주체를 북한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남과 북 모두로 할 것인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양보할 수 없다면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는 결국 주체를 규정하는 문제로 인해 무산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박 대통령은 ‘아름다운 원칙’을 보여주었다. 실무협상 공동합의문에 넣을 표현 하나 때문에 개성공단 문을 닫게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우리 대표단은 공동합의문 전체 문구에 모든 책임의 주체를 남과 북, 공동으로 적시하는 양보를 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북한의 책임과 의무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은 누가 읽어봐도 분명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서,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진정성을 위해서라면 과거의 경직된 원칙보다 유연한 원칙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개성공단 정상화를 이끌어냈으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착착 준비되고 있지 않은가.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도 이제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따라서 이 또한 박 대통령이 보여준 ‘아름다운 원칙’의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귀한 손님을 맞았다. 마침 휴가차 고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해 남북문제에 대해 반 총장께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지원을 표명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도 밝혔던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반 총장에게 설명하면서 협조를 구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 총장의 답변은 예상 밖으로 놀라웠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의 협조 요청에 대해 "이미 외교부하고도 협의해 유엔 내에서도 실무적으로 법적, 정치적 가능성이 충분히 검토되도록 했다"면서 "남북한 합의만 이뤄지면 유엔은 적극적으로 참여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 등에 대해 조언하고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동안 아득히 먼곳에 있던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이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만남을 통해 손에 잡히듯이 가시권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됐다면 이런 소식을 접할 수 있었을까.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유연한 대북정책과 반기문 총장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집념이 만들어낸 희망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름다운 원칙은 고비 때마다 국익을 위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최재영  poec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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