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뉴스=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일요일 아침, 웹을 검색하다가 만난 한 기사와 사진이 ‘왜 그렇게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정리해 보도록 한다. 연합뉴스는 2개의 선명한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기사를 전한다.

“공공운수노조연맹 등 67개 단체로 구성된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서울광장에서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철도민영화 반대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토해양부는 지난 26일 철도산업위원회를 열어 철도 민영화를 골자로 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확정 발표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적 합의 없이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던 대국민 약속을파기했다”고 주장했다.”(2013.7.13.)

기사 중에는 큼직한 두 개의 사진이 실렸는데 참가자들이 ‘철도 민영화 반대’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외치는 것이다. 노조에 관련된 사람들은 당장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기업이 운용을 맡는다는 것은 공적 조직이 가진 고용 보장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한 번 민영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민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인을 찾아주는 것을 말한다. 경영권이란 권한을 가진 사업 주체가 등장하고 경영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고속도로 휴게소 민영화 선례
드물게는 그렇지 않은 조직도 있겠지만 모든 조직은 주인의 존재 여부에 따라 효율성과 생산성에 큰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경영학의 오랜 주제가운데 하나는 ‘주인-대리인 문제’이다. 이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오래전에 해상 왕국을 자랑했던 베네치아에 관한 역사적 기록물들을 볼 때도 중심에는 늘 주인-대리인 문제가 있다.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먼 항해를 떠나는 사람들이 좀 더 주인의식을 갖기를 소망하였고 이를 위해 이익의 일정 부분이 참여한 종업원들에게 나누어질 수 있도록 종업원에게 일정한 지분을 인정하는 제도를 운용해왔다. 주인의식을 심어주면 줄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공적 성격의 조직은 어느 것 없이 책임의 주체가 모호하다. 주인이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대하는 최고의 성과를 누리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회적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공적 성격의 조직이라도 시간이 가면서 점점 민영화의 길을 걷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본다.

우리는 이미 중공업 민영화, 투신사 민영화, 공사민영화 등 풍부한 민영화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이들 민영화 사례 가운데 민영화 이전의국영조직 때보다 퇴행적인 경영 성과를 기록한 예는 하나도 없다. 일반 시민들이 가장 극적인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운영의 민영화가 이루어진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과거의 공사 직영체제를 상상해보면 민영화의 일반적인 성과를 얼마든지 추측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할 때면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얼마나 대단한가? 경쟁 하에서 인간이 지력이 발휘되는 것이 말이다. 세계 전체에서 한국의 휴게소처럼 경쟁적인 환경에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는 곳이어디에 있겠는가? 이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일까?”

흔히 사람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거나 볼 수 없다면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사례를 통해서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늘 확인할 수 있다.

민영화 반대? 솔직해져보자
호기심에 140개나 되는 댓글을 대충 훑어보았다. 놀라운 사실은 민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 가운데 주요한 것을 따져보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철도는 주요한 사회간접자본으로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전력, 지하철, 교도소 등도 모두 공공 성격이 강하다. 이들 조직에 대해서 민영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기가 공공성이 강하다고 해서 전기를 만드는 모든 기관들이 국영화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격 책정 등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화력발전소나 철도를 떼어다가 다른 나라에서 옮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우리가 솔직해져야 할 부분은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00명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만일에 200명이 하고 있다면? 그리고 추가적으로 투입된 100명에 대해 납세자의 세금이 계속해서 투입되고 있다면? 만일에 100명이 다른 일을 한다면 나라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댓글을 보기만 해도 거의 80퍼센트는 민영화의 반대 입장에 서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완전 민영화가 아니라 부분적인 민영화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이 결과는 누적 적자를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계속해서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수가 원하는 대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게 된다. 철도의 부분적인 민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올바른 정책이라 할지라도 다수가 원하지 않으면 집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 사회는 앞으로 이해가 충돌하는 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개혁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다들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제대로 된 개혁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정책 입안가들과 정치인들을 나무라기 쉽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다수가 원하지 않는데 무슨 수로 개혁적인 조치를 밀어붙일 수 있겠는가? 이따금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런 조치를 밀어 붙이는 사람들이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그들도 정치 생명을 걸고 한판 승부를 하듯이 다투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민영화가 뭐가 그렇게 큰 문제인가라고 물을 수 있지만, 그것은 그냥 철도 민영화 문제만을 뜻하는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개혁적인 조치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런 갈등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기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병호  news@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