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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이슈>검찰, 전두환 미납 추징금, 1672억원 환수 가능할까전직 대통령 사상 최초 압수수색 가족재산 1조원 추정
강경윤 기자 | 승인 2013.07.30 10:46|(161호)

[정경뉴스=강경윤 기자]대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불법 비자금 관련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한 지 16년이 지났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이 중 24%인 533억원만 납부했을 뿐 1672억원은 환수되지 않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유야무야됐던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환수에 대해 박근혜 정부에서 마침내 결단이 내려졌다. 7월 16일을 기점으로 자택 압수수색과 친인척까지 포함해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검찰의‘정의사회 구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연희동 사저 압수수색
7월 16일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 앞 골목은 60여 명이 넘는 취재 인파로 가득찼다. 검찰의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확보하기 위한 자택 압수수색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인 김민형 검사와 수사관 등 7명은 이날 오전 9시 연희동 사저에 도착해 미리 준비해 간 압류집행문을 사저 비서팀에 제시했다. 미납 추징금 확보를 위한 검찰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비자금 사건으로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 선고됐으나 16년 동안 낸 금액은 전체 추징금의 24%인 533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법원에서 추징금을 선고받고도 자녀들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03년에는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밝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 시각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씨는 집안에서 검찰의 압류 절차를 지켜보고 있었다. 김 검사가 압류집행 문서를 제시하며 찾아온 이유를 설명한 뒤 집안 곳곳에 있는 값비싼 물건들에 빨간 딱지(압류장)를 붙였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검찰 직원들이 7월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재산 압류 처분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검과 법원 집행관은 지난 2003년 추징을 위해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별채에 들어간 적은 있었지만 부부가 사는 본채의 방안 구석구석까지 검찰이 들이닥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검찰의 압류 절차를 집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전 전 대통령은 점심시간이 되자 “우리는 점심 먹을게요”라고 말한 뒤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식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국민적 공감대에 반하는 겸손하지 못한 반응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일가친척 수사 확대로 찾아낸 미술품 350여 점
이번 검찰의 전 전 대통령 연희동 사저 압수수색에는 금속탐지기도 동원됐다. 전 전 대통령이 마당이나 벽 속에 비밀금고 등 금속성 물질을 숨겨뒀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속은 없었다.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금고 하나를 발견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텅텅 빈 금고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연희동 사저에서 현금·유가 증권 등 금융자산이나 귀금속처럼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재산은 찾지 못했다.

다만 검찰이 찾아낸 값비싼 물건은 시가(時價) 1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이대원 화백의 그림한 점과 도자기 등 10점도 안됐다. 검찰의 연희동 압류수색 정보가 사전에 새어나간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이유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다른 일가친척의 자택· 사무실에 대한 수사에는 대비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등 총 87명은 연희동 사저 수사가 진행되던 16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전재국 씨 회사인 시공사 등 전 전 대통령 일가 사무실 12곳과 가족 주거지 5곳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시공사 기숙사 건물에서 도자기 30여 점을 비롯해 비닐에 포장된 채 가지런히 놓여있는 미술품 140여 점을 찾아냈다. 발견된 미술품들은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직접 구입·관여해온 것으로, 고급 미술품 운반에 사용되는 무진동 트럭을 이용해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세종연구소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인척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가운데 7월 18일 오전 경기 파주 출판단지의 시공사에서 관계자들이 미술품들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재국 씨가 미술품에 관심을 갖고 수집해왔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며 “검찰이 전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가져왔으나 수사 결과 자금원이 전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돌려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전 전 대통령의 형 기환 씨의 경기도 여주 자택 등 친인척 자택 12곳과 장남 재국 씨의 사무실 1곳을 추가로 수색해 이틀간 압류한 미술품과 도자기 등은 350여 점에 이른다.

다량의 미술품 소장한 이유는?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의 사무실에서 다량의 미술품이 쏟아져나왔다. 재국 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 창고와 경기 파주의 시공사 직원 기숙사 창고 등에서 350여 점에 이르는 미술품이 발견된 것. 이중섭·천경자 화백 등 한 점에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

재국 씨는 시공사를 통해 미술 서적을 다수 출판했고 한국미술연구소도 설립하는 등 미술품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미술관 설립 계획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3년부터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위한 도록집 ‘아르비방’을 55권 시리즈로 펴내 당시 미술·출판업계에서 호응을 얻었다. 1993~2004년까지 서울 홍대 앞에 갤러리 서점 ‘아티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술품 자체가 비자금 운용 수단으로의 활용성이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의혹을 피할 수는 없다.미술업계에 정통한 한 큐레이터에 따르면 “수집한 미술품이 수백 점이 넘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반적 애호가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실제로미술관을 열고 싶어 했거나, 자산 운용 목적으로 수집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림 구입 자금은 주로 현금으로 이뤄지며 누가 사고팔았는지에 대한 증빙은 거의 없다. 또 미술품에는 관세가 붙지 않고, 다운계약서를 통해 5억원짜리를 1억원에 산 것처럼 가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구입한 미술품들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세를 크게 낮출 수 있고, 추적도 어려워 세금 회피의 수단으로도 쓰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술품 가격은 화가의 명성도 중요하지만 누가 보유하고 있었느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크게 좌우되는 등 투자보다는 투기성에 가까운 상품이다. 구입 후 현금화도 용이해 비자금 운용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다.

   
▲ 채동욱 검찰총장이 7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채 검찰총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 재산은 29만원, 매달 받는 연금은 1200만원
자신의 전 재산을 29만원이라고 밝힌바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으로 의심되는 대여금고 7개가 발견돼 검찰 수사에 탄력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대여금고 7개에서 예금·귀금속과 송금 자료 등을 압수 했다.

압수물품은 지금까지 압수한 미술품 같은 환수 절차가 복잡한 동산(動産)과는 달리 환수 가능성이 높아 검찰의 추징금 수사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예금이 얼마나 되는지, 귀금속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압수한 물건 중에 환수 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금고에서 나온 송금 자료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이동 내역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것. 검찰은 대여금고에 보관할 정도의 송금자료라면 공개적인 자산 이동 내역은 아닐 것이란 판단이다.

검찰 환수 조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 전 대통령측의 반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압수한 이순자 씨 명의의 30억원짜리 연금보험에 대해 “선대로부터 받은 돈이고 비자금과는 무관하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지난해 말 NH농협은행 신촌지점에서 30억원짜리 연금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매달 1200만원을 수령해 왔다. 또한 최근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인민재판을 받고 있다”거나 “동네북 신세”라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儉, 全씨 친인척 부동산 자금 출처 등 강도 높은 수사
채동욱 검찰총장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에 대해 “앞으로 어느 범위에서 얼마만큼 추징할 수 있을지 멀고도 험한 길”이라고 밝혔다. 수사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확보했다고하지만 추징을 위해서는 전 전 대통령과 재산과의 연관성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채 총장은 “지금부터 수사팀에서 이를 입증해야 하는 지난(至難)한 과정이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추징금 환수 작업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압수한 미술품 수백 점 ▲일가 소유회사들 ▲일가 소유 부동산 등 자금 출처를 역추적중이다. 이 중 수도권 곳곳에 자리한 부동산이 매입시기와 증여 방법 등에서 석연치 않은 점에 수사의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장남 재국 씨가 매입한 부동산은 1998년 4월 서울 서초동에 329.2㎡(100평)짜리 토지와 2층 건물 그리고 경기도 파주의 1515.4㎡(458평)짜리 땅을 사 완공한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이다. 2년 뒤인 2000년에는 서울 서초동에 382.9㎡(115평)짜리 토지와 3층 건물을 매입했다. 당시 그의 나이 39~41세 때로 1989년 미국에서 돌아온 지 10여 년 만에 수십억원씩 펑펑 쓸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불분명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차남 재용 씨는 지난 2002년 6~8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땅 621㎡(187평), 324㎡(98평)를 사놓았고 현재는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 건물이 들어섰다. 재용 씨가 이 땅을 매입할 당시 평당 시세가 500여 만원이었는데 지금은 4배 이상 올라 약 60억원의 가치가 있다.

막내아들 재만 씨는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약 120억원을 호가하는 빌딩을 갖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재만 씨 소유로 추정되는 약 16만1700평 규모의 땅도 있다. 재만 씨 아내는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에 시가 약 25억원의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3남1녀와 처남, 형제와 측근들을 통해 비자금을 부동산 형태로 굴려왔는지 추적하는 것이 추징금 1672억원 전체 환수 여부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악연
1997년 대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2205억원의 추징금을 판결한 지 16년이 지났다. 그런데역대 정권에서의 추징실적은 24%인 533억원에 불과해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로 유야무야된 측면이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 정권에서만큼은 다르다. 박 대통령은 6월 11일 국무회의에서 “과거 10년 동안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 못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한다”며 “과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에 취임했던 2004년 8월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박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인연은 37년 전으로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청와대 경호실 차장보로 근무하던 전 전 대통령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끼던 육사 11기 선두주자였다. 전 전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격이었던 박 대통령에게도 깍듯하게 대했고 사실상의 상하관계였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악연으로 바뀐다. 당시 쿠데타로 정권의 정당성이 약했던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를 부패의 시대로 폄하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박 대통령은 1989년 방송 인터뷰에서 “5공 시절 대단히 가슴 아프게 살아왔다. 아버지와 아버지가 하신 일이 너무 극심하게 매도됐던 시절이었다”라며 “딸로서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국가에도 정신적으로 큰 손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또한 그의 자서전에는 “아버지와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가는 현실은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며 “무덤 속에 계신 아버지에 대한 인신공격은 그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난 이후 2001년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처음 방문했다. 하지만 작년 대선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방문했지만 연희동은 찾지 않았다.

추징금 자진 납부 가능할까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징수하기 위해 수사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전 전 대통령 측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 개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고,전 전 대통령 측 반응에 따라 수사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만약 전 전 대통령이 미납추징금을 완납할 경우 검찰 수사는 개시 전 단계에서 멈출 전망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측이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검찰 수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기소 후 장기적인 법정 다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득실을 따져본다면 전 전 대통령측의 ‘버티기 수’는 잃는 것이 더 많다. 우선 숨겨둔 비자금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점이 전 전 대통령 측의 부담 요인이다. 더욱이 검찰이 해외 비자금 부분을 면밀히 살피고 있어 역외 탈세 혐의까지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내고 상황을 종료시키는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 발생할 전망이다. 하지만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지금까지 버텨왔던 전 전 대통령 측이 뒤늦게 미납 추징금을 완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5공 시절 ‘정의사회 구현’ 이제라도 지키길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압류 조치는 개인적인 망신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망신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보도됐을 때 외국인들이 한국의 지도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전 전 대통령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한 말이다. 이어서 이 전 의장은 “전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추징금을 내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김희옥 동국대 총장도 “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신에게 부과된 추징금을 모두 내는 것이 헌법적 가치를 구현한다는 것을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을 자진 납부해 이번 사태를 더 이상 확대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완납할 경우 수사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 5공화국 시절 ‘정의사회 구현’이라고 내세웠던 전 전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그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바란다.

ggangky@mjknews.com

강경윤 기자  ggangky@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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