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뉴스=강경윤 기자]미국과 중국을 각각 이끌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세기의 만남’을 가졌다. 지난 6월 7~8일 이틀간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서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 등 국제 현안과 경제와 교역 문제 등 양자 현안을 논의한 두 정상은 ‘G2시대 대국 협력’과 ‘북핵 공조’를 천명한 후 ‘긴밀한 협력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 중 주목되는 점은 한반도안보와 관련된 양국의 북핵 공조(북 핵 보유 불인정, 비핵화)다. 이로써 그동안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국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대북 제재를 위한 ‘한·미·중 3각 공조’ 로 변화될 한반도 안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지난 6월 7~8일 이틀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세기의 만남'을 가졌다.

오바마-시진핑, ‘이틀간 8시간’ 파격적인 만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6월 7~8일 이틀간 진행된 이번 회담을 통해 두 정상은 북핵 등 국제 현안과 함께 경제와 교육 문제도 함께 논의했다.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이틀간에 걸쳐 무려 8시간 동안이나 얼굴을 맞대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일거수일투족을 외교 의전에 따라 움직이는 통상적인 틀도 아니었다. 첫날에는 노타이였고 둘째 날에는 아예 양복 윗도리도 벗었다. 낮 기온이 무려 섭씨 40도나 되는 폭염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통역만을 대동한 채 50분이나 산보하며 환담했다. 식사 자리에서는 개인사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미국이 태평양 국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 주석은 문화혁명 시절 시골에서 하방생활을 한 적이 있어 중국의 지속적인 개발을 의미하는 ‘차이니스 드림’(중국의 꿈)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도 북한 비핵화 입장에 동조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1차 현안은 예상대로 ‘북한 문제’였다. 회담 첫날인 6월 7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된 1차 회담과 기자회견, 만찬 그리고 대화를 10시 44분까지 계속하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북핵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따르면 “만찬에서 두 지도자가 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처가 (양국의) 협력 증진의 가능성이 큰 분야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로 인해) 만찬에 활기가 넘쳤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하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동북아에 큰 영향을 준다는 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과 중국은 ▲북한 비핵화 ▲북한의 핵 보유국 불인정 ▲이를 위한 공동 노력을 함께 하겠다고 합의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핵 보유국 불인정을 고수하던 기존의 미국 입장에 중국이 기존 태도를 바꿔 처음으로 동의한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한 공동 노력을 함께 한다’는 추상적 합의에 머문 점은 북한 압박을 위한 방안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 주요 언론들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으로 꼽힌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핵심적인 진전은 바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공조를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대 기로에 선 북한
미중 정상회담에 따른 대북 압박의 새로운 공조 수용으로 북한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예측되고 있다. 이는 기존 혈맹, 맹방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취임 이래 북한에 대한 채찍을 들고 돈줄과 생명줄을 바짝 잡아당기고 있음을 확인해준 것이어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코스를 변경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게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다.

▲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공조에 북한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가운데)이 부인 리설주(왼쪽에서 세번째)와 함께 전설적인 특수부대 '오중흡 7연대'라는 명예 호칭을 보유한북한 공군·반항공군 1017부대를 방문한 모습이다.

진카이(金凱) 연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원도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비핵화와 핵 보유국 불용 원칙을 천명한 데 대해 북한이 상당한 압박과 고립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북한이 기존의 태도를 바꿔 ‘비핵화 회담’에 응하느냐다. 북한은 올해 초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앞으로는 군축 회담만 있을 뿐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도 전례 없이 높은 수위의 대북 제재가 이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돌파구를 찾아 나설 개연성이 없지 않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냈다는 점에서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당장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추가 핵실험 중단,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핵시설 가동 중단 등을 카드로 삼아 다시 북미 대화 등에 나서려 할 개연성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중국이 기존 대북 입장을 바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자국 이익을 철저히 계산했고 여기에 시 주석의 실용주의가 덧붙여졌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노타이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함께 거닐며 손을 흔들고 있다.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핵 보유를 계속 묵인할 경우 일본, 나아가 한국의 핵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계산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신할슈퍼 파워를 노리는 중국이 지도력, 파워를 훼손당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또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중국의 안정도 위협받을 것으로 계산하고 북한의 도발행동을 억제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 조너던 폴락 중국센터 소장은 “시 주석은 북한의 핵 보유가 중국 이익을 해치는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간주하고 압박조치를 취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새로운 공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한·미·중 3각 협력에 긍정적 영향 기대
정부는 6월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중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 원칙이라는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미·중의 3각 공조에 더욱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고,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결과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전제인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미중 정상 간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은 향후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북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론을 여러 차례 계속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 6월 7일전군 주요 지휘관 초청 오찬에서는 “중국을 방문하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시 주석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미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중 3각 공조’의 완결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6월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격려 오찬에 참석해 축하 박수를 치고 있다.

정부도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을 미국으로 보내 미중정상회담 디브리핑(사후 설명)을 듣고 협력 방향을 논의하는 등 회담 결과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앞으로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중과의 공조 스탠스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중 3국 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측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북한과 중국의향후 태도를 좀 더 지켜보면서 적절한 대응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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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ggangky@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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