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 신화 이룩한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정경뉴스=강경윤 기자]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은 동대문 시장의 살아 있는 신화다. 동대문에서 초라한 한 평짜리 가게로 출발해 30년 만에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국 패션업계의 신화적 거목이다. 단연 새 정부 경제성장 동력인 창조경제의 본보기다. 박근혜 대통령도 방미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패션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최병오 회장의 손을 잡아주었다. 한미 동맹 60주년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해 한국 패션 브랜드 미국 진출의 큰 활로를 마련한 최 회장의 성공신화를 짚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5월 7~12일 한미 정상회담 순방길에는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도 함께했다. 새 정부 경제성장 동력인 창조경제의 실현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장으로서 중견기업인을 대표해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최 회장은 패션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참석한 경제인이었다.

7일간 강행된 방미 경제사절단 일정 속에서 최 회장은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리셉션, 한국경제사절단 조찬간담회, 한미 경제인 오찬간담회등의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또 미국 패션 소호나 SPA 브랜드가 밀집한 뉴욕 5번지, LA 등지에서 시장조사를 했으며 미국 패션 브랜드 PAPAYA CEO를 만나는 등 미국 패션의 현주소도 살폈다. 국익을 대표하는 자리였던 만큼 그는 친절한 인품과 포근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방미 성과 중, 한국 패션 발전 청신호
성과는 뚜렷했다. 최 회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 중 5월 10일 한국의류산업협회와 미국 LA 한인의류협회(회장 이윤세) 간 업무교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대표적인 불황 업종 중 하나인 패션업계의 재고부담 해소는 물론 관련업계인 유통업계까지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패션업계는 불황으로 창고에 쌓이는 재고가 늘면서 기업과 소비자 부담이 모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5월 3일 유통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스포츠 의류 업체인 휠라코리아의재고자산은 2009년 545억원에 불과했으나 3년 만인 2012년 말에는 965억원으로 77%나 급증한 상황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은 3573억원에서 4239억원으로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패션업계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해 타 업종보다 경기침체의 여파를 더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오른쪽)이 이윤세 LA 한인의류협회 회장과 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패션업계의 불황을 해소할 최 회장의 이번 한미 의류 단체의 MOU 체결로 한미 양 기관은 상호 인적·물적 교류 지원, 상호 기술 교류를 통한 성장발전 협력 등 업무 교류와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LA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LosAngeles City Downtown, Fashion District)인 자바시장(JOBBER)에 한국 의류 매장이 들어서게 되고, 한국의 의류 시장에도 자바시장의 의류가 들어 설 전망이다.

최병오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사절단 회동 때 발언할 기회가 주어져, LA 자바시장 방문 목적을 밝혔고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며 “향후 성과에 대해서도 정부나 경제단체에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초 여성 한국 대통령이 탄생해서 여성 의류도 잘 팔리고 있다”는 덕담도 덧붙였다.

이윤세 한인의류협회 회장도 “자바시장을 한국에 알릴 적임자를 만났다. 서로 간 공감대를 쌓아나가면서 성공적인 협력사례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A의 자바시장은 여성복 1200여 개, 남성복 70여 개, 아동복 150여 개의 회사가 영업 중인 거대시장인 만큼 최병오 회장의 이번 MOU 체결은 한국 패션업계의 ‘활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박 대통령이 연설에서 ‘여러 나라와FTA도 체결되고, 우리나라의 중소·중견기업들을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가 원하고 있으니 시야를 넓히자’고 하셨듯이, 한국의 패션 브랜드도 이제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격려와 이건희 회장의 악수에 “감동”
최병오 회장은 패션업계 대표로는 유일하게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다녀온 소감을 묻자 “한국경제사절단 조찬회에서 발언 기회가 생겨 소상공인으로서 30년간 여성복을 해오면서 부도나고 재기한 과정을 짧게나마 소개하고 박 대통령께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면서 “행사를 마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악수를 청해와서 감동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이 미국 LA 한인의류협회와 MOU 체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병오 회장이 동대문에서 처음 패션업을 시작해 성공신화가 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병오 회장은 부산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아버지가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시면서부터 가세는 급격히 기울어 공부도 중도에 포기해야 했다.

일찍부터 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고 싶었던 최 회장은 19세 때 삼촌으로부터 부산 국제시장의 페인트 가게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의욕이 앞섰던 그는 빚을 지고 무리한 투자를 했고 7년 만에 사업을 접는 첫 고배를 마셨다.

3년 뒤 최 회장은 1982년 서울 동대문에 한 평 남짓한 가게를 얻었다. 바지를 만들어 소매점에 팔며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벌어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 독한 결심이었다. 하루 4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면서 하루에 2000~3000장씩 바지를 찍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브랜드 옷에 밀렸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꾼 최병오 회장은 회사 로고와 브랜드를 만들었다. 왕관 모양 로고를 만들고 크라운이라는 상표로 등록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태그(tag)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크라운 왕관 마크와 품질보증의 Q마크, 순면을 나타내는 마크 3개를 모든 제품에 부착했다.

태그의 위력은 탁월했다. 고객의 관심은 점점 커졌고 제품에 대한 신뢰를 얻어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 회장은 “그때 처음 느꼈다. ‘남들과 같이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고 달라도 뭔가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남들처럼 브랜드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동대문 소상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병오 회장은 다시 한번 인생의 힘든 파고를 만났다. 사업 운영 10년째인 1993년 그는 어음 부도로 두 번째 실패를 맛본 아픔도 있었다. 최 회장은 두 번째 사업 실패를 맛본 후 인생 밑바닥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머물수 없기에 다시 태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금도 하단(부산 사하구)에 살고 계시는노모가 전 재산인 집을 담보로 잡힌 2000만 원과 내가 융통한 1000만원을 합친 3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다시 시작했다”라며 “5~6년 동안 하루에 4시간도 자지 않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때 시장 밑바닥에서 몸으로 익힌 경험과 지혜, 고통 등이 내 사업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1994년 형지(熒地)물산을 창업한 최병오 회장은 1996년 ‘크로커다일 레이디’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복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사업은 연전연승을 기록하며 지난 2012년에는 크로커다일 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 기존 여성복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남성복 아웃도어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종합 패션기업으로 거듭났다.

▲ 최병오 회장이 ‘제12회 공정거래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올해는 1조원 달성, 유통사업에 도전
패션그룹 형지는 지난달 예신그룹에서 ‘바우하우스 아울렛’을 사들이며 유통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바우하우스 아울렛은 여성복과 SPA 브랜드를 강화하고 먹거리와 문화공간을 갖춘 원스톱 쇼핑 문화공간으로 오는 8월 리뉴얼 오픈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부산 사하구에 연면적 1만3000평에 달하는 ‘제2의 바우하우스 아울렛’을 착공해 2015년 10월 준공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패션업에 정진해온 회사 매출이 올해 ‘눈 감고도 1조원’이 된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유통업에 진출하게 됐다”면서 “2015년까지 2년 내 아울렛 유통을 5개로 추가 인수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기존 매출에서 5000억~6000억원 정도 매출을 더 올릴 목표다”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남 열 걸음 걸을 때 반의 반 걸음 더 간다’는 굳은 신념으로 30여 년간 오로지 패션업에 대한 열정으로 달려온 CEO 최 회장은 “60세가 넘으면 명품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해왔다”며 “명품을 파는 기업은 아니더
라도 고객이 많이 찾고,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공헌과 문화 활동도 하는 명품 기업이고 싶다”고 말한다.

1조원 상당의 매출을 눈앞에 둔 중견기업 회장이지만 겸손함을 잊지 않는다. 언제 봐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며 만나는 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최 회장의 겸손의 미덕은 정평이 나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NGO에 기아 대책 후원금을 지원하고 아름다운재단에 소외계층 의료비를 후원하고 있으며, 유니세프를 통해서는 교육시설이 낙후된 아프리카 지역에 학교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나눔의 경영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 최병오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011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샤트렌 본사에서‘애정 담금이’ 김장 나눔행사에 참석해 연예인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12회 ‘공정거래의 날’ 대통령 표창 수훈(2003), 2013년 한국의 100대 CEO 선정(매경이코노미, 2년 연속), 제24회 ‘섬유의 날’ 은탑산업훈장 모범경영인 부문 대통령 표창(2010), 제10회 한국유통대상 장관상 수상(지식경제부) 등 수상내역도 화려하다. 서울대 패션산업 최고경영자 과정, 단국대 명예경영학 박사, 중앙대 경영대학 특임교수, 한국 뉴욕주립대 스마트 CEO 과정 1기 회장 등 만학의 열정을 쏟으며 늘 신지식인으로 더욱 존경받고 있다.

이러한 최 회장의 불같은 열정과 나눔 정신은 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렇듯 패션그룹 형지 최병오 회장이 방미 경제사절단 대표로 참가해 성공적인 성과를 이룩한 밑바탕에는 그동안 불굴의 의지로 불철주야 달려온 그만의 숨은 열정이 있었다.

최병오 회장 프로필

경력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최고경제인 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패션산업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순천향대학교 명예경영학 박사 학위 취득
단국대학교 명예경영학 박사 학위 취득
부산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現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
現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 부위원장
現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명예나눔대사
現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
現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現 중앙대학교 특임교수
現 한국 뉴욕주립대학교 스마트 CEO 1기 회장

수상 경력
2004 철탑산업훈장 모범경영인 부문 수훈
(제18회 섬유의날 / 대통령 표창)
2009 고객만족경영대상 수상-고객가치혁신 부
문, 5년연속(한국능률협회컨설팅)
2009 기업혁신대상 국무총리상 수상(지식경제부)
2011 한국의 경영대상 마케팅 종합대상 수상
(한국능률협회컨설팅)
2012 제44회 한국의 경영자상 수상(한국능률협회)
2013 2013년 한국의 100대 CEO 선정(매경이코
노미, 2년 연속)
2013 제12회 ‘공정거래의 날’ 대통령 표창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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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ggangky@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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