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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제도 시행 5년의 ‘맹점’전자발찌 훼손 증가, 성범죄자 정보 공유는 부실
강경윤 기자 | 승인 2013.05.31 11:40|(159호)

[정경뉴스=강경윤 기자] 성폭력 범죄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2008년 9월 ‘성범죄자 위치추적 제도(이하 전자발찌 제도)’를 시행했다.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조치였다. 현행법상 성폭력 범죄를 두 번 이상 저지른 경우 등에 법원 판결로 전자발찌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률이 2%인 점을 감안하면 재범방지에는 분명 효과적이다. 하지만 최근 전자발찌 부착자가 장치를 고의로 훼손하면서 제도 운영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전자발찌 제도 시행 5년, 제도의 맹점을 살펴본다.

   
▲ 서울 휘경동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 전시된 전자발찌 모습.

정부는 성폭력 범죄의 재범 예방을 위해 전자발찌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왜곡된 성 충동으로 인한 성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며 다른 범죄와 비교해 재범률 또한 높기 때문이다. 성폭력 범죄를 두 번 이상 저질렀거나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상대로 성폭력을 가한 경우, 가석방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난 보호관찰 대상인 성범죄자는 전자발찌를 부착한다.

전자발찌를 부착하면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통해 24시간 감시를 받게 된다. 감시수단은 발에 채워진 전자발찌와 이동 시 항상 휴대해야 하는 ‘휴대용 추적장치’ 그리고 재택 감독장치가 있다. 착용자는 휴대전화와 유사하게 생긴 위치추적장치를 항상 휴대해야 한다. 흔히 전자발찌라고 불리는 발목 부착장치에서 전자신호를 내보내 위치추적 장치가 지속적으로 착용자의 위치를 감지한다. 이위치 정보는 이동통신망을 통해 착용자의 집에 놓인재택 감독장치로 보내진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선 전자발찌 착용자의 신원 및 현재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전자발찌 부착자가 위치추적장치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거나 발찌를 절단하면 자동으로 관제센터에 통보되고, 즉각 보호관찰관이 출동해 대상자의 신변을 확보하게 된다. 실제로 성폭행 사범의 경우 전자발찌 도입 전 3년간 재범률이 14.8%였지만 도입 후 재범률은 1.67%로 9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성폭력 근절의지를 강력히 표명하며 전자발찌를 직접 다리에 채워보고 있다.

전자발찌 훼손하는 성범죄자들
현행법상 전자발찌 착용자가 전자발찌를 망가뜨리거나 위치 발신장치를 갖고 다니지 않으면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 제도 시행 5년째에 접어들면서 성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고의적으로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방전시켜 도주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4명을 추행해 1년6개월을 복역한 김모(46)씨는 전자발찌를 5년간 부착하라는 명령을 받고 지난해 3월 출소했다. 김씨는 출소한 지 3일 만에 대전 동구의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술값 대신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맡기고 나왔다.

위치추적장치로부터 전자발찌가 멀어져 감응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전자발찌에 진동이 울리는 등 경고를 보내지만 김 씨는 이를 무시하고 도주했다. 이럴 경우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 화면이 뜨지만 ‘제도의 빈틈’은 위치추적기가 있는 곳만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두 달 뒤 발목에 부착된 전자발찌까지 떼어내버렸다.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김 씨는 징역 6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출소 후 한 달 만에 또다시 전자발찌를 분리해버렸다.

한 경찰 관계자는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김 씨처럼 고의로 다른 곳에 두거나 휴대하지 않으면 즉각 추적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이후 성폭력 전과자들이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고의로 훼손한 사례가36건이나 된다. 2008년 1건에서 2010년 8건, 2012년 12건으로 갈수록 증가추세다.

일각에서는 성폭력 전과자들이 전자발찌를 우습게 취급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전자발찌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위치추적장치를 갖고 다니지 않으면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지금까지 기껏해야 300만~800만원 벌금형이나 징역 4~6개월 수준에서 처벌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입건 유예되거나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아 석방된 경우도 두 건 있었다”며 “성범죄 재범을 실효성 있게 막을 수 있도록 전자발찌 훼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제도를 실효성 있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법 집행을 우습게 보는 중대 범죄인 만큼 전자발찌 훼손 행위를 무겁게 처벌해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경찰청 간 성범죄자 정보 공유 부실
빈틈은 또 있다. 경찰과 법무부 간 ‘성범죄자 정보 공유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지난 5월 3일 새벽 경기도 수원시 지동에서 전자발찌를 찬 임모(25)씨는 출장안마사 A(36·여)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했다.

   
 

임 씨는 2007년 강간죄로 징역 2년6개월을 복역했고 2010년에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6개월을 복역한 뒤 올 2월 출소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임씨를 체포한 뒤에야 그가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두 번이나 성폭력 범죄로 복역했지만 성폭력범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은 아니었다.

임 씨가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서 빠진 것은 과거의 범죄까지 소급 적용하지 않는 현행법의 빈틈 때문이다. 정부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2010년 10월부터, 성인 대상 성범죄를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2011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두 법은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정보 등록을 의무화한 법인데 임 씨는 법 시행 전에 유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부가 이런 이유로 성폭력 범죄자들의 신원을 경찰에 넘기지 않아 경찰은 우범자를 자체 파악하고 있는 형편이다. 법무부 내부 전산망의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의 신상정보를 경찰은 자체적으로 파악할수 없다.

법무부와 경찰은 그동안 업무 협약을 통해 전자발찌 신상정보를 공문형태로 공유해왔다. 법무부는 내부 전산망을 통해 전자발찌 부착 대상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지만, 경찰은 해당 보호관찰소에 전자발찌 부착자의 정보를 요청해야지만 알 수 있다. 요청하면 이름, 사진, 주민번호, 직업 등 14가지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을 받게 된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법무부와 경찰 간 업무협의가 478회, 업무효율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속적인 제도 개선으로 성범죄 근절해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취임 뒤 첫 정책현장 방문지로 서울 휘경동에 위치한 전자발찌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성폭력 범죄 근절 의지를 밝혔다. 황 장관은 “성폭력 범죄는 자녀, 여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범죄이기 때문에 국가가 반드시 막아 드려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발찌가 단순한 위치파악에 그치지 않고 범죄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여 재범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첨단 기능을 갖고 있는 전자발찌 개발, 도입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전자발찌 제도의 맹점을 보안하기 위한 잇따른 후속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의 범행수법과 이동경로, 패턴 등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이상 행동을 보일 시 이를 전자발찌 관제센터에 자동으로 통보해주는 지능형 전자발찌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 미성년자를 간음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방송인 고영욱 씨가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7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받았다.

경찰과의 ‘성범죄자 정보 공유 시스템’도 구축한다. 6월 19일부터는 법 개정으로 인해 경찰도 법무부와 함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전자발찌 대상자의 신상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또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이 대상자 관리를 위해 유단자로 구성된 ‘전자발찌 경보처리 전담반’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전자발찌 대상자가 일정 기간 준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면 전자발찌 부착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전자발찌를 풀 수 있는 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자발찌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2452명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으며 지금도 1094명이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재범 위험이 있는 범죄자에 대한 소급 부착명령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전자발찌 착용자 수는 올해 말까지 약 3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범죄다. 다른 범죄와 비교해 재범률도 높다. 이는 앞으로 성범죄 근절을 위해 관계 부처가 지속적인 관심으로 전자발찌 제도 개선을 해야 하는 이유다.
 
ggangky@mjknesw.com

강경윤 기자  ggangky@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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