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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범신이 들려주는 ‘아버지는 히말라야의 노새다’ 특강“노새처럼 일만 한 아버지들에게 자식들이 먼저 구원의 손을 내밀어 보자”
전혜선 기자 | 승인 2013.05.07 18:28|(158호)

 

   
▲ 소설가 박범신.
[정경뉴스= 전혜선 기자] 소설가 박범신은 히말라야에 자주 간다고 한다. 히말라야에는 짐을 나르는 노새들이 있는데, 그 노새들은 죽을 때까지 짐을 옮기며 살다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작가는 그 노새들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 부모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아버지들의 권력은 해체되었다. 그러나 가장으로서의 부담은 덜어지지 않고있다. 그는 특강을 통해 아버지들의 노고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베이비붐 세대인 현재의 50~60대의 아버지들은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 누군가는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해서 특강을 하게 되었다한다. 소설가 박범신의 ‘변방으로 물러난 아버지들과 그들의 자녀에게 전하는 충고의 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소금》

장편소설 《소금》에는 여러 타입의 아버지상이 나온다. 그 중 주인공의 아버지는 5명의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염전에서 일하는데, 그는 평생을 염전에서 일하다 그렇게 죽는다. 제 몸 하나 챙기지 못하고 자식들을 위해 일만 하다 염전에서 쓰러져 죽는 것이다.

주인공 또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사우디로 건너가 6년을 일한다. 그러나 딸들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지 못함으로써 자식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그 관계의 폭을 끝내 줄이지 못한다. 나중에 그는 재벌그룹의 상무까지 오르나, 돈을 잘 벌어도 아내와 자식들의 소비욕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사우디에서 6년을 일하다 왔는데도 저축한 돈 하나없고, 재벌그룹의 상무로서 일하는데도 여전히 그에게 개인을 위해 쓸 돈은 없다. 결국엔 가출을 한다. 우연하게 자신의 집 앞을 지나는 소금장수를 보면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회한이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가출 이후 주인공은 길에서 만난 두 장애아를 키운다. 또한 우연히 만난 여인과 고향으로 돌아가 같이 살게 된다. 그는 자신이 주체인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현실에선 아버지가 가정을 책임지는 데 힘이 들어 가출한다면 이 사회는 오히려 그런 아버지를 비판할 것이다. 또한 아버지 스스로 가출하지도 못한다. 책임감 때문이다. 왜 아버지는 힘들어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일만 해야 하는 것일까?

 

아버지의 등골을 빼먹는 핏줄이데올로기

소설가 박범신은 핏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이 사회 풍토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식들의 나이가 40~50대인데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지하는 이들이 많은 이 사회에 불만이 많다. 물론 부모가 어린 자식들을 키우는 데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하지만 다 큰 자식에게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핏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 큰 자식도 돌봐야 하는 게 부모들이다. 이 사회에 핏줄 이데올로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핏줄 이데올로기 때문에 이 시대 아버지들은 자신의 삶도 버리고 자식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

자식과 아내는 알아주지 않지만 노새처럼 일만 하다 죽는 게 요즘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내 핏줄이기 때문에 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기꺼이 희생한다. 그러나 자식들은 아버지의 희생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아버지 등에 빨대를 꼽고 아버지의 등골을 모조리 뽑아 먹는다. 아버지는 불만이 없다. 자식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뿐이다.
 

 

   
▲ 지난 4월 18일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에서 '아버지는 히말라야의 노새다'를 주제로 한 특강이 방영되었다.


70~8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들, 지금은 변방으로 물러나

장편소설 《소금》에는 염전에서 일하는 아버지 외에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두 다리를 잃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아버지, 군인 출신으로 권력에 빌붙어 출세하려 하지만 출세는 못하고 자식들에게 폭력만 휘두르는 아버지, 자식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이주함으로써 도시빈민으로 살아가다가 결국엔 바다에서 실족사하는 아버지 등이 나온다.

이들은 모두 70~8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들이다. 경제성장의 주역들이었으나 지금의 그들은 직장에서도 찬밥 취급을 받는다. 집에 있으면 아내 눈칫밥도 먹어야 한다. 아버지들은 사회, 가정어디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

아버지들의 외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들의 외로움은 사회의 주역에서 밀려났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세월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보상이란 물질적 보상보다는 사랑이라는 정신적인 보상일 것이다.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매우 친밀하다. 어머니와 자식 사이에는 말할 수 없는 끈끈한 정이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보통 자식과 함께 있어도 정서적 공감이 없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자식과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자식과 소통하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아버지들이 없다. 모르기에 아버지들의 외로움은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아버지들은 절대 빈곤의 세계 한가운데에서 태어나 유신시대에 20대 젊은 날을 보내고, 강력한 경제개발 속에서 사회 첫발을 디딘 사람들이다.
 
한 번도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신에 대해 돌아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이다. 지금의 아버지 세대들은 짐승처럼 일만 한 세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가부장적인 시대에는 어머니의 신세가 비극적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어머니의 권력은 점차 커졌다.

아직 사회적인 관행 안에서는 불평등이 남아있지만, 점점 어머니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들의 권리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게 요즘 아버지들의 현실이다.
 


아버지의 경제력에 따라 단란한 가정이 좌우되는 현실

소설가 박범신은 아버지들의 노고에 대해서 소설을 썼지만, 사실 그는 페미니스트(여성의 자유와 권리의 확대,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어머니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공감한다. 그러나 아버지들의 노고에 대해 알아주지 않는 그들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한마디하고 싶었다.

자본주의 사회 이전에는 아버지가 따온 적은 양의 과실로도 행복했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더 많은 과실을 따오지 못한다고 가족들이 아버지의 무능력함을 비판하고 변방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가정은 건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IMF 때 많은 가정이 해체되었다. 왜 대부분의 가정들이 아버지가 직장에서 쫓겨날 때 많이 깨지게 될까? 정상적인 사랑의 가족이라면 가족의 결속력이 오히려 커져야 하는데 말이다. 아버지가 돈을 못 버는 것이 빌미가 되어 갈등이 생겨나고, 아내와 자식이 아버지의 무능을 탓하는 것은 건강한 가정이 아니다.

요즘은 먹고 살 만한 가정이 단란한 가정인 경우가 많다. 아버지의 수입으로 단란한 가정이 좌우된다. 효용성 중심의 경제가치가 가정 안에까지 침범해 있는 것이다. 진정한 노후 대비는 문화·정서적인 대비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60세는 인생의 반밖에 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50~60대 아버지들은 벌써 사회로부터 폐기처분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 남은 30~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돈벌이를 못하니 가족으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회로부터 의지할 곳도 하나 없다.

젊은 자식들은 늙어가는 아버지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버지가 고집불통이라면 아버지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심해봐야 한다. 사랑하는 방법,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서 고집불통처럼 보일 수 있음을 이해해줘야 한다.
 
베이비부머가 자란 시대가 아버지들로 하여금 사랑하는 방법,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만한 여지를 주지 않았다. 자식들은 아버지들을 새로운 그라운드로 끌고나와 “아버지, 지금의 시대는 이래요” 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소설가 박범신은 변방으로 물러난 아버지들에게 진정한 노후 대비란 문화·정서적인 노후 대비라고 말한다. 경제적 요건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받은 아버지들에게는 가족과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정서적인 대비가 진정한 노후 대비’라는 것이다.

은퇴 후 남은 인생은 베이비부머들에게 좋은 기회이다. 꿈도 잃고, 내 인생의 주체가 내가 아니었던 시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는 소외받은 현실에 대해 한탄만 하지 말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아버지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정리·전혜선 기자 <ability0215@mjknews.com> 사진출처·KBS 아침마당

전혜선 기자  ability0215@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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