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뉴스=강경윤 기자]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으로 한반도 허리에 ‘휴전선’이라는 상흔이 생긴 날, 국민들의 가슴에도 금이 갔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153 마일의 휴전선으로 말미암아 1000만 이산가족이 생기게 된 것이다. 가족과의 생이별, 고향을 목전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심정이 가슴에 비수로 꽂힌 마음은 통분을 금할 수 없으리라. ‘생전 한 번만이라도’라는 간절함에 ‘금순아, 옥순아 어디 있느냐’고 목을 놓아 외치던 이산가족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1983년 여의도 광장은 설운도 씨의 ‘잃어버린 30년’이란 히트곡과 더불어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작금의 남북관계 긴장으로 기약 없는 이산가족 상봉의 상처를 가슴으로 담아낼 설운도 씨의 ‘데뷔 30주년 기념 첫 단독 콘서트’는 다시 한 번 이산가족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산가족 심금 울린 ‘잃어버린 30년’
1983년 6월 30일 KBS가 주최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가 방영되던 날, KBS 공개홀 앞 여의도 광장은 전국에서 이산가족을 찾기 위해 올라온 수십만 인파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은 무려 넉달여(136일)에 걸쳐 453시간45분 동안 방영돼 세계 방송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광장 앞 발 디딜 틈 없이 줄지어 서서 ‘금순아, 옥순아 어디 있느냐’, ‘우리 어머니 李아기 씨를 모르시나요’ 등 저마다의 사연을 적은 메모지로 간이 벽보판을 빼곡히 채웠다. 생이별한 가족을 찾으려는 이산가족의 수많은 사연은 KBS 담벼락, 계단, 나무 등 빈틈이 있는 곳을 모두 메꾸는 것도 모자라 광장에 설치된 벽보판에까지 넘쳐흘렀다.

▲ 지난 2008년 11월 12일 저녁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5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시상식에서 대상 문화훈장을 수상한 가수 설운도가 밝은 모습으로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이의 이름을 찾아 사흘 밤낮 동안 벽보를 뒤지다 쓰러진 초로의 동생이 있는가 하면, 가족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목에 걸고 몇날 며칠 밤을 지새운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때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여의도 광장에 울려 퍼진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과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을 울리고 실향민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었다. 이 곡은 대히트를 쳤고, 가수 설운도는 데뷔 1년 만인 최단기간에 가장 많은 음반 판매율을 기록해 국내 가수로서는 최초로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당시 심정에 대해 설 씨는 “간주가 시작되고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통곡 소리와 함께 온통 울음바다가 됐는데 가슴이 미어져서 애를 먹었다”면서 “그때부터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공인으로서 국 민들에게 뭔가 보답을 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첫 단독 콘서트, 침체된 트로트 공연문화에 ‘단비’
국민 트로트 가수로 우리에게 익숙한 설운도 씨는 데뷔 3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4일 여의도 KBS홀에서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그동안 30년 트로트 인생에서 ‘잃어버린 30년’을 비롯해 ‘누이’, ‘사랑의 트위스트’, ‘여자 여자 여자’, ‘쌈바의 여인’, ‘다 함께 차차차’ 등 무수한 히트곡을 남긴 만큼 이번 콘서트로 그는 제2의 전성기를 열 것이다.

▲ 가수 설운도(오른쪽)가 2011년 12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대중음악공연장에서 열린 '제1회 한국음악저작권대상 시상식'에서 싱어송라이터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그동안 트로트 가수 나훈아 이후로 대형 가수들의 콘서트 무대가 소강한 상황에서 트로트 팬들은 뜻깊은 공연에 대한 갈망이 큰 상황이었다. 이에 설운도 씨의 이번 콘서트는 침체된 트로트계에 단비와도 같은 공연이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1983년 당시 이산가족들의 눈물겨운 상봉 속에서 온 국민의 한(恨)을 담아냈던 ‘잃어버린 30년’이다. 최근 남북관계의 긴장 속에 이산가족 상봉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 이산가족의 더욱 깊어진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에는 탱고를 처음으로 가요계에 도입한 75세의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씨가 함께 오른다. 심성락 씨의 심금을 울리는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롭게 편곡된 ‘잃어버린 30년’으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설 씨는 이번 공연을 통해 “그동안 특별한 변화 없이 음악을 한 것 같아 이번 무대만큼은 새로운 모습을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30년 동안 한결같고 꾸준한 사랑을 주셨던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무대를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열정은 ‘기존 성인 가수들에게서 볼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에서도 드러난다. 공연 오프닝 무대는 설운도 씨의 30년 가수 생활을 집대성하는 영상과 함께 70~80년대 언더그라운드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DJ 한용진 씨가 직접 출연하여 설운도씨의 히트곡을 새롭게 리믹스해 신나고화려한 DJ 쇼로 장식한다. 관객들 모두가 70~80년대의 향수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어 히트곡 ‘쌈바의 여인’으로 시작되는 공연은 ‘원점’, ‘마음이 울적해서’, ‘나침반’으로 이어지고, 50~60세대가 좋아하는 ‘하숙생’, ‘찔레꽃’, ‘삼팔선의봄’ 등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설운도 스타일로 새롭게 편곡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다녀온 관객들이 강렬한 비트의 삼바 리듬과 열정적인 댄서들의 춤에 매료되어 2시간 동안의 열정적인 공연으로 빠져들게 된다.

또한 설운도 씨는 본인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부른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 부르는 ‘창밖의 여자’ 또한 설운도의 진가를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 밖에도 MBC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서 카운터 테너 루이스 초이와 함께 불러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윤시내의 ‘열애’를 이번 공연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설운도의 구성지고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운터 테너 루이스 초이의 신비한 매력이 어우러져 보기 드문 환상의 하모니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 제작사 라이브엔터는 “기존 성인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대장치와 음향, 조명으로 연출한 설운도의 30년 만의 첫 단독 콘서트는 팬들과 함께 즐길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진각에 세워진 ‘망향의 노래비’
설운도 씨의 첫 단독 콘서트 장소가 KBS홀로 정해지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애초에 공연장으로 계획했던 세종문화회관의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가 냉각된 작금의 현실에서 이산가족의 애환을 달래고자 한 공연 취지에도 불구하고 주무관청인 서울시로부터 두 번이나거절당한 것에 설 씨는 많은 당혹감을 느꼈다고 한다.

▲ 설운도 씨가 임진각에 세워진 '망향의 노래비' 앞에서 하루빨리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노래비를 만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 제작사인 라이브엔터의 서현덕 대표의 도움으로 그는 KBS홀로 공연장을 정하게 됐고 1600여 석 모두가 예매를 통해 매진됐다.‘잃어버린 30년’으로 일약 스타가 된 설운도 씨의 ‘가수 인생 30년’은 이산가족과의 각별하고도 뜻깊은 인연의 길이기도 했다.

임진각은 남북 분단의 상징이자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민족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비극의 장소이다. 그곳에 ‘망향의 노래비’가 있다. 이는 지난 1995년 10월 (사)한국연예협회가 설운도 씨의 ‘잃어버린 30년’ 노랫말을 적어 세운 것으로 생존 가수로는 처음으로 임진각에 세운 비이다.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은 임진각을 찾아 북녘 땅을 바라보며 꿋꿋하게 서 있는 ‘망향의 노래비’를 바라보며 국민 가수 설운도의 이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이 같은 인연으로 그는 매년 잊지 않고 임진각을 찾아 이산가족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있다.

설 씨는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산가족의 한을 다 풀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 설운도 씨가 망향의 노래비 앞에서 견학 나온 병사들과 함께 통일을 염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잃어버린 30년을 히트시킨 후 북한에 두번이나 공연을 갔지만 북한 당국이 이 노래는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제지하는 바람에 단 한번도 부르지 못하고 돌아와 지금까지 한으로 남아있다”면서 “그때 판문점을 거쳐 넘어올 때 망향의 노래비를 바라보며, 노래 가사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잃어버린 30년 세월 통일을 염원하며, 분단의 아픔이 남북 하늘에 메아리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고백했다.

방북 당시 북의 이산가족들이 그에게 다가와 “설운도 선생은 우리의 한을 달래주는 가수이니 우리가 죽어도 결코 잊지 말아달라”는 말을 남긴일도 있었다고 한다.

끝으로 설운도 씨는 “내 노래가 역사적인 장소에 대대손손 길이 남는다고 생각하니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며 “지금은 남북 간 긴장감 고조로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하루빨리 원만하게 해결돼 살날이 머지않은 남북 이산가족 1세대들이 한 번이라도 더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바람과 더불어 이번 ‘30주년 첫 단독 콘서트’가 대성황을 이루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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