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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정경NEWS | 승인 2013.03.29 18:22|(157호)

   
▲ 박상병 시사평론가 / 정치학 박사 / 본지 편집이사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넘었다. 그런데 필자만 그럴까. 겨우 한 달이 아니라 벌써 1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새정부 초기의 역동성 넘치는 국정쇄신 드라이브는 온데간데없고 소모적인 정쟁과 인사 난맥상이 저급한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지루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여야 힘겨루기에 민심은 지쳐버렸고, 자질이 부족한 일부 고위층 인사들의 발탁을 보면서 다수의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엄정하게 말하면 현 상황은 위기 국면이다.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국민적 신뢰마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임기 초기는 강력한 국정쇄신 드라이브가 발동되는 시점이다. 바로 이때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확립하고 국정쇄신을 통해 민심을 확보하는 결정적 시기이다. 설사 기득권 세력이 저항하더라도 이를 국민적 지지로 돌파해 내는 것이 임기 초기의 가장 강력한 강점이다.

정권 5년의 승패가 1년 안에 결정된다는 말도 이런 이유다. 박근혜 정부도 결코 예외가 아닐 것이다. 지금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는 기회가 많지 않다. 이는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갖는 한계임과 동시에 등을 돌린 민심을 임기 중간에 회복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뒤늦은 사퇴, 이미 민심은 떠나

박근혜 정부 임기 시작 단계에서 인사정책 난맥상의 절정을 보여준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가 한 달 이상을 버티다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이미 30여건 이상의 각종 의혹이 쏟아진 상황이어서 군을 통솔할 권위도, 국방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얻기 어려웠다.

게다가 막판에 터진 KMDC 주식 보유 문제와 미얀마 방문 등의 소식은 권위와 신뢰를 넘어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다. 인사청문회마저 속였다는 사실을 넘어 김병관 전 후보자의 해명마저 믿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진사퇴는 사필귀정이었고 만시지탄이다.

그러나 결과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서 그 과정까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김병관 전 후보자에 대한 사퇴 여론이 쏟아질 즈음, 그는 스스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불가를 밝혔다. 대통령 의중 하나만 믿고 정치권과 여론에 대해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는커녕 정면으로 싸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북한의 대남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점이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서 김병관 전 후보자를 무려 38일이나 버티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이것이 국민을 중심에 두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원칙인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김병관 전 후보자보다 하루 먼저 사퇴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경우도 인사 정책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의혹 자체가 호화별장 성접대나 동영상 등의 자극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런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도 그대로 임명을 강행한 저의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한 대목이다.

혹여 언론에 드러날 경우 엄청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무능이요,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면 오만와 오기에 다름 아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사의를 밝힌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복지정책의 추진 방향은 아주 긍정적이었다. 논란이 됐던 기초연금 최종안을 확정해서 힘 있게 추진토록 하고, 국민연금 가입과 무관하게 기초연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4대 중증질환의 경우도 단계적으로 100% 국가가 보장토록 하라고 당부했다. 당초 국민께 약속했던 것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국민적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뉴스였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첫 업무보고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첫 업무보고 소식도, 핵심적인 복지공약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도 이른바‘김학의 동영상’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국민의 관심은 온통 강원도 원주의 호화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쏠렸다. 가면 얘기도 나오고 난교도 나오고 심지어 마약 얘기까지 나오면서 언론을 펄펄 끓게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며, 억울한 일이겠는가. 게다가 자신이 임명한 법무차관이 이런 파문에 휘말려 사퇴까지 했으니, 박 대통령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인사정책 난맥상이 구체적으로 국정운영에 어떤 폐해를 주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홀로 인선, 인사시스템을 무력화 시키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불과 한 달 만에 박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급 인사 중 낙마 사례만 국무총리부터 장관, 차관, 청장 등등해서 6건이다. 인수위 시절까지 포함하면 무려 12건이나 된다. 새정부 출범 한 달 동안 내내 인사문제로 날밤을 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어느 정부도 불과 한 달 동안 이렇게 많은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정책은 누가 추천을 하는지, 검증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을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저 박 대통령 의중에 따라 그때그때 발표만 날 뿐이다. 이른바 ‘나홀로 인선’이나 ‘깜깜이 인선’이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사정이라면 인사시스템이 있어도 별로 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적잖은 문제가 생겨도 별 것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웬만하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김병관 전 후보자가 38일이나 버텼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런 식으로는 국정운영이 어렵다. 자질과 도덕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를 경시하고 국민과 싸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역대 어느 정부치고 국민과 싸워서 잘 된 대통령이 있었던가.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재의 풀을 넓혀야 한다. 수첩에 의존할 때가 아니다. 그리고 인재의 추천 통로를 다변화해야 한다. 핵심 측근 몇 명이 좌지우지 한다면 이것을 어찌 국정이라고 하겠는가. 이를 바탕으로 인사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사전에 몇 번이라도 검증을 하고 언론의 평가도 경청해야 한다.

인선도 빨리, 비밀리에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후에도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인사 라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신상필벌 없이는 지금의 인사 난맥상을 풀 수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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