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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힘들수록 돌아가라
정경NEWS | 승인 2013.03.29 18:16|(157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14년 만에 최고의 강세장입니다” 신임 아베 일본 총리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따라 일본 증시가 강세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게다가 2006년 이후 7년 만에 일본의 IPO 시장은 다시 세계 2위를 탈환하게 되었다. 시중에는 넉넉한 통화 공급 탓인지 경기가 살아나고 모처럼 사람들이 앞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일본 정부가 중앙은행에 정치적 압력을 가해서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인수하게 하고 이렇게 확보된 통화를 시중에 공급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심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대 물가상승률과 2%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막대한 돈을 시중에 지속적으로 풀게 되면 사람들은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서 소비활동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일본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19일에 퇴임하는 사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퇴임의 변에서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돈을 풀어서 시장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려는 정책관은 위험하며, 자칫 방만한 금융정책이 예상과 달리 과잉반응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책에 기적을 바라지 마라

정치인들은 돈을 풀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풀린 돈이 시간을 두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 눈앞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면 경기부양책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쪽을 선택한다. 이제껏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기적과 같은 일을 바란다. 원칙을 준수하기보다는 당장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을 혹시나 하면서도 믿는 경향이 있다.

아베 정책처럼 돈을 무제한 방출해서 경기를 살릴 수 있다면 어떤 나라가 이런 쉬운 정책을 마다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기적과 같은 일들을 바라지만 현실에서 기적이 발생할 수 있는가? 특히 경제는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하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오게 된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시중에 들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에도 이런 정책들이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을 경고하는 경제전문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 도쿄대 경제학부의 이호리 도시히로 교수는 전통 경제학의 입장에서 방만한 통화정책이 낳을 수 있는 후유증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유통, 농업, 의료 등 이제껏 울타리 속에서 보호되어온 산업들이 규제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늘리는 정책이 없다면 경기를 살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규제 개혁에서 세계화의 장점을 누리면서 성장전략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가고 말았다. 대다수 국가들은 쉬운 방법, 그리고 편안한 경기부양책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점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시중 경기가 악화되는 현재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도 안팍으로부터 압력을 게속해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재정 및 금융정책을 통해서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이다.

단기효과 급급한 경기부양책이 초래한 경제 위기

그러나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오래전부터 각국이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을 강력하게 경고해왔다. BIS의 우려는 최근의 분위기에서 미루어 보면 소수 의견 중의 소수에 속한다. 그들은 구조개혁이 병행되지 않는 경기부양책처럼 위험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BIS에 따르면 전 세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국가 부채의 증가에 의한 경기부양책을 사용해서 막대한 부채를 누적시켜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이런 추세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빚을 더 많이 그리고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부터 4년간 전 세계 국가부채는 무려 56%나 증가하였다. 대공황과 같은 위급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쓴 결과이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부양책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지지는 높다. 따라서 어떤 나라의 정치인이든지 고난의 길에 해당하는 과감한 구조조정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최근에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예외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빚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구조개혁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연금, 의료보장 개혁들을 가능한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회과학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 고통을 감내하고 중장기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빚으로 인한 문제를 다시 빚으로 대응하는 각국의 움직임이 앞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국제결제은행이 “양적완화 덕에 주식 등 자산가치가 뛰고 있지만 실물 경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경고는 우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경고의 메시지이다. 국제결제은행의 스티븐 세체티 통화국장은 “이미 세계 각국의 부채비율은 너무 높고 추가적인 양적완화는 효율적이지 않다.

빚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만 투자 증가는 미미하다”는 경고는 가파른 재정수요 증가에 직면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심대하다. 가능한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두고 두고 쉬운 길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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