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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갑 교수의 암 정복-9> 암세포 키우지 않으려면 끈질기게 감시하라꾸준한 정기검진으로 숨은 암 발견해 생존율 높여라
박재갑 | 승인 2013.03.11 16:43|(156호)

[정경뉴스=박재갑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 정기검진,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정기검진 꾸준히 하면 암이 아예 안 생기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현대 의학으로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생길 암을 아예 안 생기게 할 수는 없다.

유전성 암의 경우 암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해 조직의 일부를 절제함으로써 암 예방 효과를 높이고 있지만, 이 역시 유전자의 돌연변이 자체를 처단하는 방법은 아니다.

게다가 일반 암은 암에 걸릴 사람을 미리 가려낼 수도 없고, 암세포가 어느 장기에서 자랄지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정기검진으로 암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기검진은 조기 발견을 통해 암을 2차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내몸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세포가 언제 암 덩어리를 키워낼지 알 수 없으므로 정기검진을 통해 꾸준히 감시함으로써 암이 자랄 여지를 두지 않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런데 간혹 정기검진의 범위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정기검진 열심히 했는데 전에는 없던 암이 갑자기 생겼다”고 하거나“지난번 검진 때 아무 이상 없다고 했으니 나는 이제 걱정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정기검진을 통해 암세포 하나까지도 잡아낼 만한 수준이라면‘없던 암이 갑자기 생겼다’며 억울해할 수도 있고, 한 번의 검진으로 족히 몇 년은 안심해도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기검진으로 숨어 있는 1cm 암을 찾아라

그러나 현대 의학의 암 진단능력은 암세포가 어느 정도 크기의 덩어리를 만들지 않는 이상 잡아낼수 없다. 최근에는 내시경 검진을 통해 2∼3mm의 작은 덩어리도 발견하고 있지만 몸 깊은 곳에 숨어있는 덩어리는 1cm 정도의 크기가 되어야만 간신히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암 판정을 받는 경우 없던 암이 갑자기 생기는 일은 없다. 발견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거나 크기가 작아 미처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이미 수년 전부터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기검진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2년 또는 6개월 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암 덩어리가 점막을 뚫고 나오면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당장은 아무 이상 없는 듯 보여도 몸 깊은 곳에서 암 덩어리가 자라고 있을 수도 있다.

1cm 정도의 암은 이처럼 임상적으로도 겨우 발견할 만큼 크기가 작지만 그 속에 포함된 암세포는 약 10억 개나 된다. 그리고 이 시기에 악성으로 진행될 암을 제거하지 못하면, 이후에는 더욱 빠른 속도로 암 덩어리를 키우고 전이성을 띠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들이 흔히 궁금해하는 몇 기 암, 즉 병기가 이 시점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보통 조기 검진으로 암을 일찍 발견하면 무조건 1기 암일 것으로 생각하고 실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암의 병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훨씬 복합적이고 암 종류에 따라 분류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암의 크기와 암 덩어리가 주위조직을 침범한 정도, 주변 림프절 전이 여부, 암이 전이된 림프절의 개수,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복합적으로 판단해 병기를 구분한다. 그러나 백혈병이나 뇌종양 같은 경우에는 병기를 구분하지 않기도 한다.

또 병기를 궁금해하는 환자들이 오해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암을 확진하기 위한 몇 가지 검사만으로도 쉽게 병기를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병기는 임상적 병기와 병리학적 병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만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임상적 병기란 전문의의 진찰 소견, CT 촬영(전산화 단층 촬영)이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내시경검사 등을 통해 암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것인데, 이 임상적 병기에 따라 수술 또는 항암요법과 같은 치료방법이 결정된다.

그리고 수술로 떼어낸 암 덩어리를 정밀 조사할 경우에만 병리학적 병기를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는 암 덩어리가 주위조직을 침범한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병리학적 검사 결과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확인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종적인 병기는 수술후 병리학 검사까지 끝난 다음에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암은 발생하는 장기에 따라 병기 설정기준이 다르지만 개괄적인 개념으로는 1기 암은 암이 제자리에 있으면서 전이도 없는 상태, 2기 암과 3기 암은 암이 원래 있던 조직을 뚫고 나오면서 전이의 기미를 보이는 상태, 4기 암은 전이가 진행 중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 검사 당시에 이미 암이 깊이 침범하거나 림프절까지 침투해 있는 상태면 그 정도에 따라 2기 암 또는 3기 암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일찍 발견하는 암일수록 생존율 높다

병기는 암이 내 몸속에서 진행되는 정도를 짐작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생존율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1기 암에서 4기 암으로 갈수록 생존율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특히 위암, 간암, 폐암 등은 병기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특징을 보이므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생존율이 낮다고 해서 4기 암을 말기 암과 혼동하는 것은 곤란하다. 암 환자들이 4기 암판정을 받으면 곧 말기 암으로 생각해 죽음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4기 암과 말기 암은 엄연히 다르다. 4기 암은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생존율도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손쓸 방법이 많지 않은 말기 암과는 달리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이는 예가 적지 않다. 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4기 암이어도 수술과 항암요법을 통해 생존율을 높이고 있는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등도 4기 암의 생존율이 20~30%를 상회한다.

이에 비해 말기 암은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져 병원으로부터 기대수명이 3개월에서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되면 극심한 영양 불균형으로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기력조차 없는 상태가 되곤 한다. 그러므로 4기 암과 말기 암을 자칫 혼동해 투병의지를 상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박재갑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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