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뉴스=강경윤 기자] 해마다 주부들은 가계부를 계속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가계부를 신문과 함께 살펴본다면 정답은 보인다. 국내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경제가 가정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에 나온 세계화전략연구소 소장 이영권 박사의 강연을 통해 세계경제가 가정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국민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지고 경제를 봐야 하는지, 또한 은퇴를 앞둔 사람은 어떤 자세로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봤다.

▲ 세계화전략연구소장 이영권 박사가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에서‘세계를알면 가정경제가 보인다’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경제가 가정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금시에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약 80%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서 세계경제의 흐름은 한국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경제의 흐름이 좋다면 한국경제 흐름도 좋아질 것이며 가정경제의 소득은 늘어나게 된다. 가령 농사꾼이 저수지 물의 양을 파악한 후 농사를 지어야 잘 짓는 것이지 저수지 물을 생각하지않고 농사만 잘 짓겠다고 하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기업 수출이 증대되는 등 국내 경제지표는 좋다고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막상‘살기 어렵다’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세계경제와 가정경제의 연관성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만 전혀 상관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라가 가난하면 국민들이 부자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손자병법 중 13기편에 초윤장산이란 말이 나온다. 옛날사람들은 외출을 할 때 주춧돌을 쳐다보고 촉촉하게 젖어 있으면‘오늘 습도가 높은 걸 보니 비가 올 가능성이 있겠는데?’라며 우산을 들고 나갔다. 주춧돌을 보고 우산을 편다는 말이다.

즉 현재 입장에서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을 해야 살아가는 데 지혜로움을 100%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계는 A라는 지점으로 가는데 자신만 B라는 생각을 가지고 움직인다면 세계의 움직임과는 달라 성공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중국의 등장, 한국에게 유리한 국운

한국의 미래는 앞으로 다가올 50년이 오천년 역사상 가장 밝다는 전망이다. 나라가 잘되려면 3가지가 맞아 떨어져야 흥하게 된다고 한다. 첫째는 외부환경이 그 나라에 유리하게 돌아가야 하며, 두 번째는 내부적 여건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세 번째는 국민들이 하려는 열망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합쳐지지 않으면 절대로 나라가 흥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은 세 가지 조건이 상당히 잘 맞아 떨어지는데 그 중 내부적인 여건과 국민들의 열망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외부적인 환경변화는 국운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외부적 환경이 한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등장이다. 중국이 등장 하면서 세계가 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의 32%가 중국으로 갔다. 중국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국경선인 산맥과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 세계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홍콩, 마카오,대만을 제외한 유일한 곳이 한반도 앞바다이다. 이것을 한반도의 21세기 지정학적 위치 또는 서해안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중국의 성장은 우리나라에 굉장히 좋은 바람을 가지고 왔다. 최근 중어중문학과가 영어영문학과 다음으로 어문학 계열에서 들어가기가 어려운 학과가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몇 십년 동안 계속 갈 메가트렌드이다.

세계 7번째 20-50클럽 가입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가 확산돼 전 유럽이 부도 위기에 처하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이 경제성장률 2%대를 유지하는 순항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중국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6월 23일에 20-50클럽에 가입했다. 이는 2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 5천만 이상 되는 나라로서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7번째다. 현재 가입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이다.

현재 속도를 감안하면 선진국에 들어가는 시점은 약 2016년 정도이다. 선진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이다.

2025년 정도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약 5만달러 정도로 전 세계 7대강국 근처에 진입한다. 또한 2032년 정도 되면 한국은 국민소득 약 6만~6만5천 달러 정도로 전 세계 5대 강국정도에 진입하게 된다.

영토 면적이 230개 나라 중 약 27위 정도로 작은 땅 덩어리를 가진 한국이 전 세계 5대 강국까지 가는 국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은 복 받은 것이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결론은 세계적인 미래학회에서 나온 것을 35년 동안 연구 검토한 결과다. 국제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대표적 글로벌 금융그룹인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는 심지어 대한민국이 향후 2대 강국으로 갈 것이라 예측한다.

최근 3대 신용평가기관이 3~4개월 전 대한민국 신용등급을 역사상 가장 높게 매긴 것에 대해 사람들은“이렇게 살기 힘든 시기에 무슨 신용등급이 이렇게 올라가냐”고 말하지만 신용등급은 230개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평가받은 결론이므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선진국병 극복해야

선진국으로 진입했을 때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진국 진입 시 여러 가지 병을 몰고 온다는 점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힘들다고는 하지만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4인 가족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문자를 보내고 영상통화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살기 힘들게 느껴지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저성장 시기에도 불구하고 소비습관은 예전 고도성장 때의 소비습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과거 고도성장을 했다. 연평균 6~7%로 성장하다가 2%로 줄어들었다.

가령 고속도로에서 앞 차가 120km로 달리다가 60km로 늦춰 달리면 미워지듯이 경제가 고도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바뀌면서 답답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상대적 빈곤감이다. 선진국으로 접어들수록 상대적 빈곤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부익부빈익빈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혹자는“선진국으로 가면 부익부 빈익빈이 줄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지만, 애석하게도 선진국 치고 부익부 빈익빈을 줄인 나라가 없다.

왜냐하면 자동차가 빨리 달리면 더욱 많은 매연을 배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 번째는 평생직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평균 6번 직장을 옮긴다. 문제는 앞으로 90세, 100세까지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평균기대수명은 80세이지만 60세도 못 돼 은퇴를 한다. 55년생부터 63년생까지를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 중 현직에 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결국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국민들은 오래 산다는 것을 유념하며 평생직장은 없어지고 상대적 빈곤감이 커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선진국 국민들의 생활자세

앞으로 모든 사람들은 제2의 인생, 제3의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60세에 은퇴해서 퇴직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기간 동안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늘 해야 한다. 평생직장이 아닌 직업의 개념을 항상 생각하면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찾아보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유럽에서 대를 이어 가업을 물려주는 것처럼 노후에 직업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늘 생각해야 한다. 즉 평생의 마스터플랜을 점검해야 한다.

선진국 국민으로서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면 고성장은 저성장으로 바뀐다. 전 세계 모든 선진국들 치고 3~4%이상의 경제성장을 하는 곳은 없다.

선진국이라는 것은 경제상황이 클 만큼 큰 것이다. 선진국의 성장률은 보통 2% 정도로 상황이 좋아도 3% 정도이다. 우리나라가 작년 2%대의 성장을 이룩한 것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 저성장 추세라는 상황을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저성장 기조로 가게 되면 은행의 이자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선진국은 이자율도 낮고 경제성장률도 낮지만 물가와 사회 시스템을 잘 갖춰 살기 좋은 곳이 많은 것이다.

또한 선진국으로 가면 자기 주머니에 있는 돈만 자기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우리가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의 1/N 은 자신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배드민턴도 할 수 있는 동네의 공원도 마찬가지다. 즉, 사회 공공재화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 선진국 국민이다.

선진국일수록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적다. 쓰레기를 버리면 쓰레기를 치우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되고 이는 곧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비용이 증가되며 결국 자신이 낸 세금이 쓰인다는 의미가 된다.

자기 살을 스스로 깎아 먹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바로 선진의식이다. 그러므로 선진의식이 있는 사회는 똑같은 돈을 갖고 있어도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어 훨씬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주머니에 있는 돈만이 내 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러한 자세를 갖는 사람들이 선진국 국민이 되며, 선진국 국민의식으로 사회를 바라볼 줄 알아야 모든 것들을 평화롭게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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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ggangky@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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