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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는 어디로 갔나
박상병 | 승인 2013.03.04 10:11|(156호)

   
▲ 박상병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본지 편집이사
 박상병 정가산책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21가지 국정전략,그리고 각 전략에 따른 140개 국정과제가 지난달 21일 발표됐다.

당초 약속과는 달리 후퇴한 내용도 적지 않지만 대체로 대선공약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다. 특히 국가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조경제에 방점을 찍고 중소기업 경쟁력에 힘을 실어준 것은 적절하다. 게다가 관련 법안의 70% 이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보기 좋다.

말만 무성했던 역대 정부의 헛공약에 식상했던 국민들에겐 신선한 느낌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빠진 게 있다. 그것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공약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없이 강조했던 공약 중의 공약, 바로 경제민주화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를 선포했다.“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
 
국민행복의 길을 열어갈 첫 번째 과제인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습니다.”이처럼 당시만 해도 국정과제의 첫째는 곧 경제민주화였다.

어디 그뿐인가. 경제민주화정책의 상징적 인물로 꼽혔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발탁함으로써 총선과 대선기간을 통틀어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제시한 것도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바로 그런 점이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적 중도화 전략의 핵심 이슈가 바로 경제민주화가 아니었던가.

경제민주화도 토사구팽
경제민주화의 핵심 내용을 재론하고 싶진 않다. 이미 수많은 토론과 과제들이 제시되었고 국민적인 공감대도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전횡하는 한국경제의 독점체제를 국민 중심의 새로운 경제체제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타깃은 이른바 독점재벌, 대기업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그 방식도 재벌해체가 아니라 재벌에 대한 견제와 통제에 있다. 그것도‘정치적 통제’가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경제민주화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개념이다.‘ 국민에 의한 통제’가 작동할 수 있어야‘민주화’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를 무시하느니, 자본주의를 부정하느니 등의 무지한 비난은 적절치 않다. 맹목적인 시장주의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5년 청사진을 보면 경제민주화는 개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인수위 류성걸 위원은“경제민주화 관련 사항은 논의하면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됐다.

5개 국정목표를 모든 관련된 사항까지 논의할 수 없어서 5대 영역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관련 사항은 과제 속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 단순히 경제민주화라는 타이틀만 없을 뿐 관련 내용은 5대국정목표에 다 포함돼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국정목표에서 빠졌다는 것 자체가 본질이며 동시에 관련내용은 기존에도 나왔던 공정경제의 프레임일 뿐이다. 이를테면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익편취행위 근절이나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 등은 경제민주화 내용의 핵심이 아니다.

그런 정도는 과거 참여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나왔던 얘기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동반성장위원회 역할을 생각해보라. 거기서 논의됐던 주제들이 과연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말인가. 게다가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인 금산분리 항목은 아예 구체적인 내용마저 빠져버렸다.

신뢰의 붕괴, 모든 것을 다 잃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강조했던 화두는 대부분 국정과제에 다 포함됐다. 일자리와 복지, 창조경제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은 국정목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우선순위에서도 앞쪽이다.

그러나 유독 경제민주화만 빠져버린 것이다. 인수위 설명대로라면‘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속에 그 하위 수단으로 일부 반영됐을 뿐이다. 경제민주화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대선공약집과도 확실히 온도 차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물론 큰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었다.

대선공약 때는 타이틀만 달았지 대기업의 순환출자 문제를 놓고 당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논란을 일으켰던 대목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김종인 전 위원장이 팽당했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보수진영을 대표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진심이었을것으로 판단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제민주화라는 과제는 일종의 대선 승리를 위한 구호에 다름 아니었다고 봐야 한다.
당장 버리고 싶었지만 정치지형에서 볼 때 버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수용하기엔 아주 부담스런 이슈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화두만 손에 쥔 채 알맹이는 빼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손에 껍데기 같은 화두를 쥐고 있었기에 경제민주화 논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야당의 공세도 적절하게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선거는 끝났다. 대선에서 승리했고 지금은 정책적으로 실행해야 할 로드맵을 짜야 한다.

그런데 그 부담스런 경제민주화를 실행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빼버린 것이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약속을 신뢰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가장 결정적인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제 그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당연히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민주화정책을 버렸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정책은 버릴 수도, 사후에 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근혜노믹스’의 줄기와도 같은 제1의 국정과제를 대선이 끝났다고 금방 빼버리는 모습에서 더 이상의 원칙과 신뢰는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엄청난 이탈을 감행하면서도 적절한 설명이나 사과조차도 없다.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길래 그럴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인수위의 국정과제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민주통합당 비대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다. 심지어‘대국민사기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흔히 할 수 있는 야당의 쓴소리 정도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부터 이런 식이라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다는 말을 가볍게 듣지 말아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국정은 끝이 없다.

박상병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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