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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러시아> 러시아와 시선을 마주쳐라
남현호 연합뉴스 전 모스크바 특파원/현 뉴스Y 앵커 | 승인 2013.02.12 13:38|(155호)

박근혜 정부의 공식 출범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새 정부가 한반도 주변 4강(强)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가 관심이다. 무엇보다 4강 국가 원수가 모두 바뀐 데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의 등장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 서 새로운 지각 변동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명박 정부가 견지해온 대미(對美) 중 시 외교는 끝났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동반자관계이면서 미·중·일 3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러시아에 대해 어떤 외교노선을 취할지 궁금해진다. 이 대목에서 현 러시아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푸틴 정부, ‘신동방(新東方) 정책’에 사활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신동방(新東方)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제정(帝政) 러시아 시대의 동진(東進)이 영토 확장을 위한 것이었다면 신동방정책은 극동 시베리아 개발 및 중국, 일본, 한국 등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동진을 의미한다.

푸틴이 동진정책에 적극적인 이유는 우선 중국 때문이다. 러시아는 중국의 성장을 인정하면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에너지 시장인 데다 한국 등 동북아시아로 에너지를 보내려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국토 균형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극동시베리아 개발이 절실한데 이를 위해서는 아태국가들과의 협력 강화가 필수조건이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원을 확보하려면 시베리아지역에 매장된 에너지의 개발과 수출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신동방정책은 러시아의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발표된‘대외정책 실행조치에 관한 행정명령’에서 동북아 주요 국가를 포함한 아태지역 국가와의 경제 및 외교적 협력을 심화해나갈 것임을 천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가지 더 짚고 간다면 버락 오바마 미국정부의 아시아 팽창 및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움직임 주목해야…삼각(三角) 협력 프로젝트 활성화해야

푸틴 행정부의 극동 시베리아 개발에 관한 의지는 확고하다. 박근혜 정부도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을 주목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대하는 외교 순위가 50위쯤 된다고 회자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를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규모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양국의 인적교류는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러시아는 2025년까지 진행될 극동개발 전략에 우리의 자본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러시아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한반도문제 해결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

북핵문제 등으로 동결됐던 러시아와의 사업에 새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들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가스관 연결사업 및 TSR(시베리아횡단철도)-TKR(한반도종단철도)연결사업 등에 대해 러시아와 협상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러 3각 협력이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물론 경제 관련 부처 인사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부 러시아 학자들 중에는 가스관 연결사업이 차일 피일 미뤄지는게 미국의 방해 내지 압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지극히 위험한 생각이지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근거 또한 없다.

러시아는 정치적으론 역내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높일 수 있고, 경제적으론 에너지시장 확대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이 사업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의 경제협력 수준 도약을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큰 장애물이 제거된 만큼 2008년 이후 중단됐던 한러 간 FTA 체결 논의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양국이 러시아의 원자재와 한국의 소비재를 사고파는 전통적 교역형태에서 벗어나 첨단산업 및 혁신분야에서 투자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 걸음 더 나가 정치경제 협력을 뒷받침할 문화 및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이와 관련 양국은 현재 논의하고 있는 단기 비자면제 협정이 올해 초 시행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관계 질적 도약 계기 삼아야

박근혜 정부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에 편승해 경제 및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면, 북한문제 해결과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동조하는 러시아와의 우호관계 유지는 필수다.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균형추로서 활용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동북아지역과 국제 현안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질적으로 도약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달 25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러시아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현재 동북아 정세로 봤을 때 우리가 초청하지 않더라도 미중일 3국에서 거물급 인사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러시아엔 특사라는 개념이 없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특사를 보낸다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쉽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러시아에 파견된 특사 역시 최고 권력자를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남현호 연합뉴스 전 모스크바 특파원/현 뉴스Y 앵커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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