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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싸나이와 청진 아가씨의 유쾌․발랄 토크!<남북청년토크> 함께 나누는 이야기 속에 마음과 마음이 만나다!

청년들은 젊다. 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젊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도 많다.
젊은이들도 통일을 바란다. (슬프게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통일을 바라지만 당장 정치․경제․군사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아니, 우리이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우리는 고향이 북쪽이라고, 고향이 남쪽이라고, 저 빨갱이, 저 수구 꼴통, 삿대질하며 싸우지 않는다. 그저 넌 북쪽에서 태어나 그곳의 문화가 익숙할 뿐이고, 나는 남쪽에서 태어나 이곳의 문화가 익숙할 뿐이다. 우리는 함께 너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말한다. 누군가 말했던가, 아는 만큼 보이고, 그렇게 보인 너는 아름답다고.

   
▲ <남북청년토크> 2013년 11월 30일 쇼앤톡 까페에서 진행되었다. ⓒ유코리아뉴스 김성옥

지난 2013년 11월의 마지막 날, 쇼앤톡 까페에서 열린 <남북청년토크>는 남과 북의 통일을 희망하며 우리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작은 통일을 하나씩 만들어보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깔깔대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 함께 모인 사람들은 이미 성큼 다가 와 있는 ‘통일’을 경험하고 돌아갔다. 적어도 이들에게 통일은 유쾌한 것으로 경험되었다.

   
▲ <남북청년토크> 참가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김성옥

이날 이야기 손님은 부산 청년 최재우(28)씨와 청진 아가씨 조향미(25)씨였다. 한반도 저 남쪽 끝 부산에서 자란 최씨는 통일된 나라의 보건(public health) 분야에 기여하고자, 현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보건 정책을 공부하고 있다. 그가 어렸을 적부터 꾼 꿈은 아니었다. 지금은 말쑥한 모범생 이미지의 전형적인 교회 오빠 같지만, 그도 어렸을 적엔 꽤나 방황을 했던 모양이다. 그는 이날 광안리 ‘밤’바다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찍은 중학생 시절 사진, 오토바이를 즐겨 탔던 이야기, 싸움에도 연루되어 부모님 속을 썩였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한반도 최북단 온성에서 자란 조향미씨는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가톨릭대학교에서 식품영양을 전공하고 있다. 13살 때 탈북한 후 7년 동안 중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6년 전 그녀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 먼저 한국에 오신 어머니가 한국어 교본을 주시며, 볼펜을 입에 물고 TV에 나오는 아나운서의 말을 정확히 따라하라고 조언해주신 덕분에, 지금처럼 능숙하게 표준어를 구사하게 되었다.

실제로 북한말 억양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표준어를 구사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조리 있게 전달한 조씨는 고향 이야기를 하며 한껏 신이 나 있었다. 이날 행사의 총 기획자이자 진행자였던 최윤현씨가 “북한의 탈선 청소년들도 담배, 오토바이, 싸움을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북한도 마찬가지다. 특히 북한은 담배를 직접 재배하는 집이 많기 때문에, 담배를 말려서 신문지에 돌돌 말아 피우는 방법이 가능하다. 어디 가서 구입할 필요 없이 접근이 쉽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어디나 사람 사는 모양은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 <남북청년토크> 오른쪽이 최재우씨, 가운데가 기획자인 최윤현씨, 왼쪽이 조향미씨 ⓒ유코리아뉴스 김성옥

부산 출신 최씨가 서울에 와서 느낀 이질감은 ‘순대’를 먹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순대 먹을 때 항상 ‘막장’을 함께 주는데, 서울에서는 ‘소금’만 주더란다. 함경북도 온성 출신 조씨도 서울에 처음 와서 느낀 이질감이 있었는데, 거리에 즐비한 ‘노래방’과 동대문 쇼핑몰에서 본 춤추는 오빠들이었다고 한다. 북한이나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광경에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녀가 한국에 와서 느낀 것은 신기함만은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에서 술 취한 손님이 북한 출신인 조씨에게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던진 질문이 상처가 되기도 했다. 폭탄을 던진 북한을 향한 원망과 화살이 그녀에게 날아오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더 열심히 말투를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북한 출신인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도 했고, 북한 사투리 센 억양으로 주문을 받는 그녀를 사장님이 크게 나무라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청중들에게 북한 사투리를 그냥 지방 방언 중의 하나로 여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최씨처럼 다이내믹한 추억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기억들이 많았다. 주변에 산도 많고 들도 많아, 자연이 놀이터였던 그녀는 열세 살 때 중국에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두만강을 건너기 전까지,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은 지금 남한의 부모님 세대가 경험한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을 거라면서, 북한에서 ‘영화’를 봤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언제 몇 시쯤 TV에서 영화를 보여준다고 하면, TV가 있는 집으로 몰려 가 함께 영화를 보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영화를 상영해주는 아저씨가 동네에 오는 날이면, 함께 마을회관 같은 곳에 모여 다 같이 영화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60~70년대의 시골 풍경이 꼭 이와 같았을 것이다.

최씨는 사춘기 시절 방황했지만, 군대 시절과 대학생 때 갔던 여행을 계기로 삶의 큰 변화를 경험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다 보니, 삶도 바뀌게 된 것이다. 또한 지금 자신의 모습은 좋은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하며, 앞으로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꿈과 도전을 주는 멘토가 되고자 하는 자신의 꿈을 전했다.

13살 때 탈북한 후 7년 동안 중국에서 살았던 조씨는 북한의 불법월경자 신분이라 중국 공민증이 없어 학생의 나이임에도 고등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이 그 후 취직하여 돈을 벌며 지냈는데, 언제든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로 북한에 송환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한시도 편히 지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녀에게 있어 중국은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나라인데, 지난 여름 미국 LA를 방문하게 되었을 때 일부러 중국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녀 스스로에게 포비아를 극복할 수 있는 도전 과제를 준 것이다.

이렇게 당차고 활발한 그녀임에도, 한국에서의 대학 생활과 학업 적응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강도 건넜는데, 이것도 못하느냐’라는 말이 자신은 오히려 어렵게 받아들여진다면서, 다른 탈북민들은 어떨지 몰라도, 그녀에게는 생화학 전공 공부가 훨씬 더 어려운 과업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씨는 조만간 조리사 시험도 보고, 좋은 영양사,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남북청년토크>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유코리아뉴스 김성옥

부산 출신 청년과 청진 출생 아가씨가 함께 나눈 즐거운 대화는 두 시간여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총괄 기획을 맡은 최게바라 기획사의 최윤현씨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며, 2014년부터 석 달에 한 번씩 <남북청년토크>를 정례화 할 계획임을 밝혔다. 토크 말미에 최재우씨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자리가 되어서 매우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고, 조향미씨는 “지금 남한에 와 있는 2만 5천 명의 탈북민이 여러분 주변이 분명히 있을 테니,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통일은 정부의 높으신 분들(정확히는 휴전협정 당사자들)이 서류에 도장 꽝꽝 찍는 순간이 와야만 이뤄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서로 총부리 겨누던 남과 북의 아들 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이미 시작되는 것이고, 원수였던 서로가 한 세대를 지나 친구가 되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통일은 이미 우리의 마음 속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일 것이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작은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이 한반도 정세를 망쳐놓고 있는 사이, 젊은이들로부터 시작된 작은 통일, 비록 작지만 그 당찬 발걸음이 통일의 씨앗이 되어줄 것이다. 통일 세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김성옥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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