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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강경으로 치닫는 북한

북한 노동신문이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광산 관광시설을 전부 헐고 새로 지을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북한이 왜 이러는 걸까?

사실 북한은 지난 5일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 이후 언론매체를 동원해 자주노선을 강조하는 논조를 여러 차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16일 노동신문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눈이 소복한 백두산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백두산은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북한사회에서 지도자의 카리스마적 권위를 과시하려 할 때 활용된다. 최고지도자의 중대 결심을 앞두고 체제 동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도 사용된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영원한 생명선’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력갱생은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변함없으며 내일도 영원할 우리 혁명의 생명선이다”라고 선전했고, 외부 세계의 압제는 변함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같은 날‘민족자존은 우리의 생명이다’라는 논설에서도 “우리에게 있어서 민족자존은 자기에게 있는 것을 다 팔아도 절대로 팔지 말아야 하며 굶어죽고 얼어죽을지언정 버리지 말아야 할 명줄과 같은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이러한 변화는 스웨덴 실무협상 결렬 이후 만만찮은 내부결정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판단된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과의 협상시한을 올해 안으로 못박아 두었기 때문에 북한 협상실무팀 또한 초조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실무협상 결렬 직후 당장은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지 않는 점으로 보아 협상의 판은 계속 유지하며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대선 캠프가 꾸려지고 북미협상이 미국 조야의 관심사에서 멀어질 올해를 시한으로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한 심리 강제조치가 북한에게는 필요했을 것이다.

북한은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파기하고 러시아, 중국 또는 UN과의 비핵화 협상을 통해 정상국가를 표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국제사회에 미국의 횡포를 비난하며 스스로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새로운 길’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2018년 조선로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장하며 ‘경제총력집중노선’을 주창했던 바 비핵화 조치를 통해 스스로의 정당성을 찾고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개혁개방 노선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 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당장은 미국이 만족할 만한 셈법을 가지고 오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만족할 만한 협상안을 가져온다면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통큰 양보’를 통해 극적인 북미협상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경제성장의 가장 큰 장애물인 대북제재 철회를 위해 미국이 원하는 영변 핵시설 이외 지역에 대한 핵폐기로 빅딜에 근접하는 성과를 미국에게 양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내년 대선 레이스에서 미 행정부의 대외분야의 성과물을 찾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어쨌든 김정은의 ‘경제총력집중노선’은 경제번영의 과제와 함께 체제보장이라는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비핵화라는 출구전략을 제시한 이상 북한정권에 있어 자주노선과 자력갱생이라는 선전논리는 북미협상 결렬 이후를 대비하는 자주적인‘새로운 길’을 의미할 수도 있고, 북미협상 타결 이후 본격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염두에 둔 사전점검 내지 체제단속 차원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은 현재 체제유지와 개혁개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떠안고 있다. 성공한 등소평이냐, 실패한 고르바초프로 남느냐라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협상에서 최종 승리했음을 내부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협상안을 선물로 안겨줄 필요가 있다. 미 제국주의와의 완전승리를 선포하고 21세기 평화공존의 시대로의 진입과 아울러 국제사회로 정상국가화하려는 북한에게 미국은 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장한/ 동국대 북한학 박사과정, 뉴코리아 사무국장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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