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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주년의 주인공은 그들이었다동아시안컵 축구의 우승을 함께 이룬 남북의 낭자들에게 박수를!

전쟁의 위기까지 겪으며 남북한은 갈 데까지 갔고, 전쟁 걱정 없이 서로를 그리워하던 시간은 꿈처럼 멀어졌다.
그리고 7월 27일 오늘 남북은 정전 60주년을 맞았다.
이날 하루 남북 당국의 회담은 결렬을 거듭한 채 개성공단이 존폐위기를 맞았다는 소식만 타전하였다.
지루하고 답답한 장맛비만 추적추적 내리고, 해는 또 지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기쁨을 남북의 어린 낭자들이 가져다주었다.
동아시안컵 축구대회가 막바지로 향하면서 이날 여자부 마지막 경기만 남았다. 우승팀을 가르는 두 경기가 서울올림픽이 열린 잠실스타디움에서 벌어졌다.
첫 경기는 북한과 중국, 그 다음 경기가 남한과 일본이다.

남북 모두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월드컵 우승팀으로 세계챔피언인 일본이 이미 제 기량을 발휘하며 북한을 꺾고 중국과 무승부를 이룬 상태였다. 마지막 경기 상대인 남한은 북한과 중국에 모두 무너지며 의기소침한 상태였으므로 일본은 우승을 눈앞에 둔 셈이다.

북한은 남한을 이기고 일본에 패했으며, 중국은 남한을 이기고 일본과 비긴 상태였다. 일본 중국 북한은 모두 남한을 제물 삼아 우승이 가능했고, 2패의 남한만 이기더라도 우승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날 첫 경기에서 북한은 예상을 뒤엎고 중국을 1대0으로 꺾었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 앉아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한이 이기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남한 선수들이 공격을 할 때면 한 마음이 되어 응원하였다. 남자축구에만 관심을 갖는 축구문화 탓에 그 큰 잠실스타디움은 텅 비었고, 오히려 스무 명 남짓 되는 북한 선수단의 남한 응원이 돋보일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선제골을 ‘지메시’라 불리는 지소연이 따냈다. 그리고 후반 들어 다시 지소연이 한 골을 보태며 2대0으로 앞서갔다. 곧 일본에 한 골을 내줬으나 끝내 2대1로 남한의 극적인 승리. 세계챔피언을 꺾은 남한의 어린 낭자들은 우승을 한 것처럼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들만큼 기쁨을 누린 건 북한 선수들이었다. 남한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북한 선수단은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우승이었다. 그 우승은 물론 남쪽의 자매들이 만들어준 우승이었다. 북한 선수들은 운동장으로 나와 남쪽의 자매들과 얼싸안고 서로를 축하하였다. 함께 우승한 듯 남북의 자매들은 즐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 남한이 일본을 2대 1로 이기면서, 북한이 동아시안컵 우승컵을 안았다. 남한의 승리를 축하하러 달려나온 북한 선수들, 북한의 우승을 축하하는 남한선수들이 서로 부둥켜 안았다. 마치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듯하다. (사진=JTBC캡쳐화면)


저 모습, 참 오랜만의 광경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영화를 통해서만 겨우 볼 수 있었던, 그런 장면이었다.

모든 게 막히고 날카롭게 대치하는 남북의 현실을 비웃듯 어린 남북의 낭자들이 기쁨의 눈물을 나누며 행복한 저녁을 맞고 있었다.

정전 60주년의 주인공은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축구를 하였으나, 역사는 단지 우리에게 축구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훗날 우리는 오늘의 이야기를 소중히 기억할 것이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이 오는 것임을 어린 남북의 자매들이 증명해준 날이었으므로.

 

박명철  aim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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