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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대한민국 법정을 믿는다.”‘탈북화교남매 간첩조작사건’ 피고 유씨 최후 변론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

지난 5일 ‘국정원 탈북화교남매 간첩조작사건’ 결심재판에서 검찰이 피고 유씨에게 구형한 형량이다. 검찰은 최후변론에서 “피고가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의 대남공작활동을 근절하기 위해서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혐의자에게 7년 구형은 최소 형량이란 게 변호인 측 설명이다. 죄질이 중할 경우 무기징역, 아니면 30년, 15년, 10년인데 7년이라는 최소 형량을 구형한 건 변론 과정에서 공소사실 자체가 뿌리째 흔들렸던 걸 검찰 측이 그만큼 자신감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측은 변론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여동생의 진술 번복에 대해서는 “여동생은 화교 신분을 속이고 대한민국에 잠입한 자”라며 “처음부터 완벽하게 진술하는 건 합당치 않은 만큼 진술이 다소 번복되는 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 수사과정에서 회유와 협박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검찰은 “최근 공안사건에서 수사과정에서의 적법절차 문제를 많이 다투고 있는 만큼 수사과정에서 불법이나 인권침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증거보전절차 공판에서 변호인에게 충분한 진술기회를 준 만큼 여동생의 증거능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피고 측 김용민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시작했다. 김 변호사는 ‘프레지’라는 새로운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끌었다. 파워포인트로 준비한 검찰 측 프레젠테이션도 나름대로 정성을 들인 듯 했지만 김 변호사의 다이내믹한 프레젠티이션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피고인은 무죄’라는 첫 화면을 시작으로 김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그 증거목록, 이에 맞선 변호인 측의 반박과 그 증거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과거에 썼던 <야만시대의 기록>이란 저술 내용 중 ‘고문의 유형’ 부분을 인용하며 “고문 종류에는 ‘지각 박탈’이란 것도 있다. 신문도 못보게 하고 외부 연락도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며 “여동생의 경우 달력도 주어지지 않아 날짜 감각이 전혀 없었고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은 상태에서 6개월간이나 조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지각 박탈’ 고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상영됐던 영화 ‘남영동 1985’ 결론 부분에 등장하는 고문당한 이들의 증언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2조 1항의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의 정의’를 소개하며 “법률엔 탈북자에 대해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며 “피고는 현재 국적이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나고 자란 화교의 경우 탈북자로 인정할 것인지도 법적으로 가려야 할 문제라는 걸 언급한 것이다.

중국에서 직접 찍어온 피고의 아버지 동영상도 소개했다. 피고의 아버지는 영상에서 “다들 도와주니까 힘이 생긴다. (아들이) 하루빨리 아버지 곁으로 돌아오기를 날마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피고의 아버지는 현재 몸상태가 정상이 아닐 정도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게 피고와 변호인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남한에 계속 머물기 원했던 피고의 여동생도 결국 지난 3일 아버지가 있는 중국 연길로 출국했다. 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한다는 오빠의 강력한 요청을 여동생이 결국 수락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어 “아무리 거짓을 만들어내도 거짓들 사이의 좁은 틈으로 진실이 비집고 나와 결국에는 거짓을 압도한다”며 “모든 것을 참고해 재판부는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후변론은 변호인단 한 사람 한 사람이 계속 이어갔다.

“이 사건을 맡으면서 두 번 눈물을 흘렸다. 우리나라 제1수사기관인 국정원에서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너무나 부끄러워서 눈물을 흘렸다. 또 한 번은 지난 3일 여동생이 아버지 집에 갔을 때 전화통화를 했는데 딱 한마디를 했다. ‘너무너무 좋아요.’ 보위부 요원들이 득실거린다는 진술과 달리 너무나 편안하게 잘 있는 걸 보고 눈물이 났다. 재판부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서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양승봉 변호사)

“이 시대 국가보안법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국정원을 상대로 이의제기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 사건을 맡으면서 후배 변호사들에게 그랬다. 결국 공포와의 싸움이 될 거라고. 이번에 처음으로 합신센터 접견하면서 다짐했다. 어렵더라도 진실을 밝히자고. 변호인들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긴 터널이었다. 지금 변호사들은 국정원에 의해 명예훼손 관련 고소를 당했다. 이 사건은 용기가 필요하다. 재판장님도 용기 없이 이 사건 맡기 힘드실 것이다. 진실과 정의, 상식이 대한민국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해달라.”(장경욱 변호사)

“재판에 나온 증인들의 증언과 증거조사가 검찰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변호인측의 무죄주장에 부합하는지 재판부는 판단해달라.”(김유정 변호사)

“피고의 여동생이 ‘자신의 모든 진술은 회유, 협박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합신센터에서의 강압과 회유가 있었고, 그로 인한 진술이 과연 임의성(외부 충격이나 압박 없이 평상심 상태에서 증인이나 피고의 진술, 행동이 이뤄지는 것)이 있는지 판단해 달라.”(김진형 변호사)

“이 사건은 전형적인 국가보안법 사건이지만 또 하나의 큰 특징은 허위자백 사건이라는 점이다. 만나는 법조인들에게 물어봤다. ‘전세계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6개월 동안이나 수사하는 나라가 있는가?’ 다들 ‘아프리카에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이걸 가지고 법률적 쟁점이 된다는 자체가 수준이 떨어진다고 본다. 화교 남매가 남한에 와서 이렇게 간첩이 됐는데 아직도 두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 못했다. 이런 마음이 두 사람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무죄로 해달라.”(천낙붕 변호사)

이어서 피고의 최후변론. 판사는 피고에게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다 하라”고 했고, 피고는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었다. “오늘 사실은 3~4시간짜리 최후변론을 준비했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만큼 다 하지는 않겠다. 최후변론에 앞서 말씀드릴 것은 저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고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제 동생도 똑같은 마음이다. 비록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대학교도 보내주고 아플 때 병원도 보내주고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진심으로 (대한민국에) 감사하다.”

피고는 검찰에서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하나하나 구체적인 배경설명을 곁들이며 반박해 나갔다. 공소사실 반박 중간중간 피고는 “너무 억울하다” “할 말이 너무 많다”며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피고의 최후변론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저는 진심으로 저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 제가 북한에서 태어난 화교인 것을. 그러나 남한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남한에서 태어나고 싶다. 난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난 대한민국 법정을 믿는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피고의 최후변론이 끝을 맺자 방청객 여기저기서 흐느끼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목격됐다. 피고도 그 자리에 엎드려 흐느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결심재판은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변호인들과 방청객들은 얼싸안거나 악수를 하며 그동안의 수고를 격려했다. 다음달 16일로 예고된 선고재판과는 상관없이 이날 법정은 마치 법정 승리를 축하하는 분위기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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