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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조사로 본 ‘서울시 간첩사건’ 쟁점검찰측 공소사실 vs. 변호인 쪽 반대 증거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02호에서는 ‘국정원 탈북 화교남매 간첩조작사건’ 증거조사 심리가 열렸다. 증거조사는 모든 증인신문 절차를 마친 뒤 검찰의 구형에 앞서 갖는 최종 법정 신문 과정이다. 이날 변호인 쪽은 검찰이 피고에 제기한 9가지 공소사실에 대해 하나하나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해 나갔다. 반면 검찰 쪽은 시종일관 수세적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22일자로 검찰 쪽에서 요청한 공소사실 변경에 대해 양측의 공방이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21일 피고가 북한으로 탈출해 보위부 관계자를 만났다’고 돼있던 공소사실을 ‘1월 24일 새벽’으로 변경 요청을 했다. 변호인단의 장경욱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미 지난해 12월 피고의 전화통화 내역을 통해 피고가 1월 21일에 중국에 체류했던 걸 다 알고 있었던 검찰이 거짓으로 공소사실에 기재했었다”며 “공소사실 변경이 아니라 공소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공소장 변경신청서를 보니까 모든 공방이 유명무실해졌다”며 “여동생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공소사실 전체를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변호인 쪽의 지적에 대해 이범균 부장판사는 “검찰에게 공소장을 철회하라고 말할 권한을 재판부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쪽 한정화 검사는 “여동생의 진술은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니고 몇 번이나 변경되었던 것”이라며 “여동생의 단순 기억 착오로 인한 날짜 변경을 가지고 공소사실 전체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검찰의 공소사실 변경을 받아들였다.

증거조사의 공개 여부를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증거물의 상당 부분이 탈북자 관련 부분이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인 쪽은 “증거조사가 재판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만큼 재판공개는 당연한 것이고 비공개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일부 비공개’라는 절충안을 택했다.

검찰 쪽의 공소사실과 이날 증거조사에서 나온 검찰, 변호인 쪽의 의견을 하나하나 따져봤다.

   
 

검찰은 피고가 2006년 5월 23일 어머니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함경북도 회령을 건너갔고 장례식을 마친 뒤 중국에 넘어왔다가 가족의 안위를 염려한 피고가 5월 하순경 두만강을 건너 다시 북한에 들어갔고 이때 보위부에 체포돼 공작원으로 인입됐다고 공소장에서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5월 말~6월초에 피고는 베이징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휴양하다가 한국에 돌아갔다”고 반박했다. 그 기간 피고와 함께 지냈던 여자친구와 피고의 전화통화 녹취파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공소사실은 피고가 2006년 8월경 중국에 거주하는 외당숙으로부터 ‘회령시 보위부에서 외제 컴퓨터 3대를 사달라고 한다’는 전화를 받고 8월 23일경 당시 피고가 거주하던 대전의 한 우체국을 통해 외당숙에게 노트북을 보냈고, 외당숙은 이를 회령시 보위부에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당시 피고가 보낸 도시바 노트북 스펙을 확인한 결과 국제등기우편 영수증에 적힌 무게와 차이가 있었다”며 “피고가 여러 차례 중국 내 친척에게 우편을 보낸 적이 있기 때문에 잘 기억은 못하지만 화장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트북을 보낸 것이라고 피고가 자백했었다”는 검찰의 반박에 변호인 쪽은 “‘탈북자 신분으로 어떻게 북한의 어머니 장례식에 다녀올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지어낸 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피고가 연세대 재학 시절인 2007년 여름 북경사범대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갔을 때 8월 중순경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이미 과거에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됐던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피고의 출입국 기록과 교환학생들과 찍은 사진이 피고의 알리바이를 증명한다고 반박했다.

   
 

피고가 연세대 동아리 통일한마당,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 영한우리 회원, 우양재단 평화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지속적으로 확보한 탈북자 신원정보를 2011년 2월 하순경 북한에 있던 여동생을 중국으로 불러내 연길의 한 PC방에서 QQ 메신저를 통해 넘겼고, 여동생은 이를 보위부에 전달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피고가 QQ 메신저에 가입한 날짜는 2011년 10월 27일”이라며 “여동생이 연길의 PC방에서 가입했다고 진술했지만 국정원 수사관이 PC방 이야기를 하니까 임의로 진술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판사가 “아래한글과 MS워드 파일이 전혀 호환이 안되느냐?”고 물었고, 변호인 쪽은 “전혀 호환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고가 가지고 있던 파일은 거의 대부분 아래한글 파일로써 연길 PC방에서 컴퓨터를 작동해본 결과 한글 파일은 아예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소사실은 피고가 2011년 5월 중순경 중국의 외당숙 집에 와있던 여동생에게 QQ 메신저를 통해 70~90여명의 탈북자 신원정보를 넘겼고, 여동생은 이를 USB에 담아 보위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아버지와 외당숙의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며 “당시 중국에 와 있던 여동생의 알리바이에 따르면 공소사실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피고가 2011년 6월 한국의 기독교연합회가 주최한 통일독일 프로젝트에 참가한 뒤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북경에 며칠 더 머무르다가 7월 초순경 두만강을 건너 회령에 가서 보위부를 만나 그동안 성과사업을 보고하고 격려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동생의 임무 수행을 위해 여동생과 가족들을 중국에 나가 살도록 보위부로부터 피고가 지시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가족들보다 먼저 중국에 건너온 피고는 7월 9일경 삼합세관에서 가족들을 영접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게 검찰측 공소사실 내용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피고가 같은 기간 북한이 아닌 중국에 있었음을 증인들의 알리바이가 증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관련 증거물로 변호인 쪽은 7월 4일 오후 피고가 지인 2명에게 각각 보낸 이메일 내용, 피고와 동행했다는 증인 지모씨의 여행계획서를 제출했다. 지모씨의 여행계획서에 따르면 피고는 지모씨와 함께 7월 1일엔 연길-심양으로 이동한 걸로 돼 있다.

   
 

지난 6월 22일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공소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고 변호인 쪽으로부터 반발을 샀던 내용이기도 하다. 변경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는 2012년 1월 설 명절을 맞아 중국에 갔고 24일 새벽 북한으로 건너갔다. 거기서 보위부 반탐부부장에게 카메라, 핸드폰 등을 건넸고, 탈북자 신원정보 수집 등의 지령을 받았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중국 현지에서 촬영한 증인 이모씨의 남동생 동영상을 제시하며 피고의 방북 일정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동영상에서 남동생은 2012년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피고 가족과 자신의 가족들이 노래방, 스탠드바 등에서 함께 놀았다고 진술했다. 남동생은 당시 함께 있었다는 노래방 내 장소와 스탠드바도 직접 소개했다. 지난 17일 법정 증인신문에서 이모씨도 똑같이 진술한 바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는 2012년 7월경 연길 시내의 한 PC방에 있던 여동생에게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를 통해 50~60명 탈북자들의 신원정보를 전달했고, 여동생은 이를 USB에 담아 두만강을 건너 회령시 보위부 반탐부부장 김철호에게 건넸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회령시 보위부 반탐부부장 전화번호 두 곳으로 전화했지만 수년 전부터 핸드폰을 사용해왔다는 엉뚱한 여자들의 목소리밖에 들을 수 없었다”며 통화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아울러 “삭제파일을 재생하는 프로그램이나 컴퓨터 내 저장, 삭제 기록도 조사했지만 삭제했다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며 컴퓨터 전문가인 한양대 교수의 이메일 확인 내용 등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공소사실은 피고가 2012년 7월경 회령시 보위부 반탐부부장과 함께, 여동생을 한국으로 입국시켜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했고, 그에 따라 여동생을 한국에 침투시켜 공작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2년 10월 30일 여동생이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쪽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보위부의 보복이 두려워 미리 아버지를 고모집에 모셔다 드렸다는 여동생의 진술이 명백히 허위라는 걸 말해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연길에서 연태까지 가는 비행기 안에서 피고, 여동생, 아버지가 같이 찍은 사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변호인 쪽은 미국 내 탈북자 단체인 링크 대표와 피고인의 상담 내용을 증거로 제시하며 “피고는 여동생이 국내 입국 전 미국으로 보낼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었다”며 “만약 보위부의 지령을 받았다면 여동생을 미국으로 보내는 걸 고민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쪽은 또 공소사실 전체에 대한 정황증거자료로 여동생의 제주공항에 입국 직후 피고가 국정원 직원과 주고받은 문자내용도 제시했다. 피고가 여동생의 입국 사실을 알리자 국정원 직원은 “고생 많았다. 잘 될테니 너무 걱정 말아라”는 내용의 문자를 피고에게 보낸 것으로 돼 있다. 변호인 쪽은 “국정원은 피고와 여동생이 화교인 줄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악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변호인 쪽은 지난 3월 4일 안산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증거보전 공판에서 여동생과 오빠가 주고받은 법정진술 녹음 파일도 일부 공개했다. 변호인 쪽은 “당시 두려움과 눈치 때문에 답변을 거의 못하고 울기만 하던 여동생과 지금의 당당한 모습은 국정원 수사과정에서 강압과 회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증거”라고 밝혔다.

검찰 쪽은 변호인 쪽의 세세한 반박 증거자료 제시에 대해 대체로 애써 무시하거나 묵묵부답이었다. 반면 도시바 노트북 무게나 QQ 메신저 가입일에 대해서는 “사양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 “QQ 메신저 가입은 실명이 아닌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누구나 생성할 수 있다”며 적극 반박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3월 4일 증거보전 공판에서 보여준 여동생의 진술은 강력한 반대신문에도 불구하고 오빠의 범죄사실을 시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지난 10일 변호인 쪽이 제출한 피고 보석신청에 대해 “만약 유죄로 판결이 날 경우 10년 이상이 나올 수 있는 중범이고 화교신분으로서 도주의 가능성도 있어서 기각한다”며 “하지만 보석 관련 결정은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28일(금)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502호에서는 피고 유모씨에 대한 검찰 쪽, 변호인 쪽 신문이 열린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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