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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통일이다남북청년 토크쇼 “Shall We Talk”를 다녀와서

탈북 청년 박요셉 씨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시청 옆 스페이스 노아(Space Noah)에서 진행한 남북청년토크쇼 ‘Shall We Talk’에 다녀왔습니다. ‘북한’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우리는 천안함, 6자 회담, 핵실험, 유엔 안보리 제재, 개성공단, 정치범 수용소 등 정치, 군사, 경제, 국제관계의 거대담론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나와 같은 일반 시민(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은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Shall We Talk”에서는 색다른 시도를 했더군요. 그 동안 공식 미디어와 언론의 소재에서 비껴나 있던 탈북자들의 일상사를 다룬 것입니다. 그것도 남한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닌,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북한 청년과 남한 청년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말이죠.

   
▲ 남북청년 토크쇼 'Shall we talk' 장면. ⓒ김잔디

가수 ‘아이보이스’가 멋진 공연으로 토크쇼의 문을 열고, 대거 참석한 여명학교 학생들과 함께 북한 애니메이션 퀴즈를 풀면서 흥미진진한 오프닝을 이어갔습니다. 북한 어린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모은 ‘소년 장수’라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북한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여명학교 친구들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본격적인 토크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날의 주인공은 의상디자이너 수니와 젠니였습니다. 탈북 후 중국에서 6년간 양장을 디자인하여 사업을 했던 수니, 남한 지방 출신이지만 도전정신 하나로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당당히 1위를 거머쥔 에코디자이너 젠니. 이 두 명의 남북 디자이너가 양복을 리폼하여 합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조선청년 박요셉 씨에게 베스트를 선물했더라고요.

함께 옷을 만들면서 소통하고 서로 배웠다는 훈훈한 그녀들. 서로를 만나기 전, 각자 한국사회에서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던 차였는데 의상 디자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출신과 경험은 다르지만 그렇기에 서로 배우고 공유할 점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는 한국 디자인을 배워서 중국에 돌아가 성공해보자는 결심으로 한국에 왔지만, 녹록하지 않은 사회에서 2년간 디자인을 떠났던 수니에게 이제는 새로운 꿈이 생겼답니다. 바로 디자인으로 소통하기!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사회에서 디자이너로서 꿈을 펼쳐보겠다는 각오를 남겼습니다.

한편, 젠니는 변화가 빠르고 소비풍조가 지나친 한국사회에서 획일화된 디자인을 하기보다는 과소비 추세를 거스르면서 자신만의 창의적인 발상을 작품으로 표현해보고자 에코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옷감은 좋지만 유행이 지나, 버려진 양복을 리폼하여 여성의 오피스룩, 블라우스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발상만으로도 신선한 젠니의 도전이 놀랍기도 했지만, 수니를 만나기 전 자신의 머리속에는 "통일"이 없었다던 젠니의 한 마디가 가슴에 묵직하게 남습니다.

"수니를 만나기 전에는 내 머리 속에 통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수니를 만나고 나니 이제 내 머리가 아닌 가슴 속에 통일이 생겼어요.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수년 동안 탈북자 친구들을 만나면서도 통일은 거창한 국가적 과업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었는데 수니와 젠니의 만남이 북한 애니메이션을 발견한 것만큼이나 신선하고 놀라운 충격으로 다가왔고, ‘통일은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발상이 전환되었습니다. 요즘 뉴스에서 듣는 소식으로만 보면 통일은 아직도 요원해보입니다. 하지만 일상을 돌아보면, 어쩌면 통일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통일.” 그것이 남북 통일의 첫 단추가 아닐까요?

토크쇼를 마치면서 취재차 방문한 동독 출신 기자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10세 때 독일이통일되었는데, 힘들게 자랐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동독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던 그는 통일된 독일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동독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한 사회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정체성을 알고 싶어 한국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통일을 몸소 경험한 그에게서 생생한 체험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그도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이 많겠지요.

북한, 남한, 통일을 경험한 외국인.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이지만 모여보니 흥미진진해지는 만남인 것 같습니다. 오늘 Shall We Talk를 통해 얻은 교훈이 통일을 준비하는 이 시대를 사는 나와 같은 젊은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남이 통일이다!"

김잔디  jcjd10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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