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개성공단 사건 후 내게는 침묵이 강요되었다…"이만열 명예교수의 절절한 기도문, 페이스북 울려

역사학자 이만열 명예교수(숙명여대, 전 국사편찬위원장)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성공단 사건 후 내게는 침묵이 강요되었다. 인간의 지혜와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한계만 되씹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새벽 기도하는 중에 우리 민족사와 시대적 사명을 되돌아보면서 전혀 새롭지도, 특이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며 아래와 같은 기도문을 작성했다. 


역사의 주인되시는 하나님, 연약한 인간이 자기한계 앞에서 낙심하고 있을 때 당신은 항상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는 분이심을 믿습니다. 인간이 철저히 절망할수록 당신께서 주시는 소망을 바라보게 합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함”(고전 1:25)을 믿습니다. 그러기에 인간의 끝은 당신의 시작이시고, 인간의 패배는 당신의 성취의 출발입니다. 인간의 처절한 실패가 당신을 바라보는 통로가 되기에 오늘도 주님 당신을 통해서 이 민족을 향한 새로운 가능성과 약속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 최근 몇달간 우리는 민족 문제를 두고 한없이 절망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최후의 연결고리로 삼고 있던 개성공단마저 끊어버린 상황에서 이제 인간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합니다. 남북 사이의 이런 끈들이 끊어질 때마다 우리는 실망하지만, 여기에 하나님의 또 다른 섭리가 숨어 있음을 믿어야 하는 것입니까. 우리의 처지가 이렇게 깜깜한 절망으로 내몰려진 것은 오로지 인간의 사악함과 부패, 거짓과 간교함, 허풍과 욕망 때문이요, 서로를 향한 정의와 사랑이 결핍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느낍니다. 저희 부족한 인간들은 어찌 할 수 없는 절망에 이르렀습니다. ‘말폭탄’과 ‘말풍선’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체념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 인간의 힘으로는 주체할 수 없는 이런 극악한 정황이 당신의 뜻을 물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또 당신의 섭리에 귀 기울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천년’역사는 내란과 외침의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점철되었습니다. 풍전등화 같은 극심한 간고(艱苦)가 명멸(明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을 생존케 하신 하나님, 지금까지 이 민족을 남겨두심은 당신의 특별하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몽골의 말발굽이 전 국토를 유린하며 온갖 문화재를 불사르고 생령들을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렸지만, 그런 환란 속에서도 민족을 보존케 해 주셨음은 당신의 뜻이 계셨던 것이 아니옵니까. 임란(壬亂)으로 전 국토가 참화(慘禍)를 입고, 호란(胡亂)으로 민족적 자존심이 송투리채 빼앗기는 가운데서도 그루터기를 제거하지 않고 소생할 수 있게 한 것 또한 우리 민족을 향하신 당신의 섭리가 있었습니다. 일제가 세계 무비(無比)의 극악한 식민통치로 이 민족을 젓담듯이 짓누르고 있을 때도 자주독립의 기개를 잃지 않게 하시고, 때가 차매 히브리 민족을 애굽으로부터 해방시켰듯이, 이 민족을 해방시키시고 광복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우리 민족을 향하신 그 망극하신 섭리와 은혜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숱한 고난 중에서도 이 민족을 이렇게 남겨두심은 주님의 뜻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중국 대륙과 그 주변의 여러 민족들이 흥체(興替)를 거듭했으나 지금은 몽골족 이외에는 그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민족이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 비록 분단상황이긴 하지만, 이 민족을 그런 강대국들 속에서도 지금까지 그 혈통적, 문화적,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케 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민족을 향하신 주님의 뜻을 살필 수 있도록 통찰력을 허락해 주옵소서. 아울러 우리 민족을 이 지구상 가장 최후의 분단국으로 남겨두신 주님의 섭리도 깨닫게 해 주옵소서. 주님의 섭리가 아니라면 우리는 분단의 의미를 좀처럼 발견할 수 없습니다. 어리석은 것들이지만, 하나님의 섭리를 찾아서 그 섭리에 순응하는 민족이 되도록 도와주옵소서.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오랜 고난 가운데서도 이 민족을 생존케 하시고 독립자존케 하심은 이 민족을 향한 주님의 뜻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 뜻의 일부라도 깨닫게 하옵소서. 고난 가운데 있는 다른 민족을 돕고 그들을 격려하도록 하는 것도 주님의 뜻인지요. 일제로부터 해방된 그 감격스런 날을 맞을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해방시키신 뜻과 거기에 걸맞는 민족적 사명이 무엇인가를 물어왔습니다. 그 자유를 방종의 기회로 삼지 말고, 과거 우리가 겪었던 종노릇의 고난을 아직도 겪고 있는 다른 민족을 향한 사명을 감당하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눈물을 씻겨주고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성숙한 민족이 되라는 분부 아니었습니까. 이것은 고난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런 고난을 겪는 다른 민족들을 향한 열린 자세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세계를 향한 민족적 사명의 하나라고 믿습니다. 하나님, 그러하오나 우리민족이 분단된 상황에서는 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고난 받는 다른 민족을 향한 이 사명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도록 하나님, 저희에게 기회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분단상황에서 민족적 에너지를, 서로 증오하고 대결하는 데에 분출하는 한 이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통일이 달성되면, 그 민족적 에너지를 자신의 성숙과 지구상의 고난 받는 민족들을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할 수 있겠사온즉 도와주옵소서.

사랑과 자비의 주님, 절망 가운데서도 늘 새로운 소망으로 채워주시는 주님, 이 새벽에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것은, 우리 민족을 아직도 분단 상황 속에 남겨두신 주님의 뜻을 헤아려볼 수 있게 하시고, 그 뜻에 합당한 순종이 뒤따르도록 도와주옵소서. 이 민족을 아직도 분단 상태로 두심은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통일을 이룩하도록 함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8천만 민족이 이런 뜻을 헤아려볼 수 있다면, 지금까지 분단해소가 이뤄지지 않는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되고, 화해하시는 주님의 뜻에 따라 차원높은 분단해소의 길을 모색할 수 있겠사옵니다. 이 뜻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혜와 능력을 주옵소서. 주님, 이 민족의 통일의 길이 상대편을 압박하고 절멸시키는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옵소서. 이런 일 하도록 지금까지 분단상태에 두셨사옵니까. 상대방을 저주하고 폭압하며 막말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주의 자녀들은, 상생을 권고하시는 주님의 뜻에 순동하게 하시고,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시는 하나님의 권고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옵소서.

북녘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지도자들이 먼저 하나님을 두려워하게 하시고, 백성의 절박한 필요에 귀를 기울이게 하시며, 무엇보다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는 용기와 결단을 주옵소서. 그 사회에 자유와 창의의 기풍을 진작시켜 주시고, 어려운 식량사정도 해결해 주시며 인권과 민주화도 속히 허락하옵소서. 핵이 인류를 위해서나 민족통일을 위해서 백해무익한 것임을 깨닫고 한반도비핵화를 결단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옵소서. ‘탈북’한 많은 동포들, 어려움을 겪고 있사오니 저들이 어느 곳에 있던지 보호해 주시고 통일을 위한 밀알들이 되게 이끌어주옵소서.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새로 들어선 우리 정부가 먼저 한반도의 안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시고,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주시며, 인도주의적 지원에 인색하지 않게 하옵소서. 적대의식을 부추기고 민족적 에너지를 끝없이 소모하는 남북의 대결세력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고, 지는 듯하면서도 포용하는 것이 상생의 지름길임을 깨닫게 하옵소서.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 갚을 것이 아니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여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롬 12:20)도록 하는 능력을 허락해 주시며, 원수 갚는 것은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역(롬 12:19)임을 알게 하옵소서. ‘원수사랑’의 비결 속에 서로가 승리하는 길 있음을 깨닫게 하시고,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온전히 실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라”(레위기 19:18)는 말씀에는 귀기울일 수 있게 하옵소서. 특별히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방법을 터득하여 평화와 통일의 민족적 과제에 동참할 수 있게 도와 주옵소서. 이 모든 것을 주님 귀하신 이름 받들어 기도하옵니다. 아멘.

이만열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