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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가장 강력한 무기다전쟁의 위기 앞에서, ‘어떻게 평화할 것인가’란 질문 앞에서

중학교 때 같은 반에 권투를 배웠다며 으스대는 녀석이 있었다. 걔 앞에서 친구들은 한없이 작아졌다. 도시락 반찬, 간식 등을 상납하며 신변 안전을 보장받는 녀석도 있었다. 힘이 없으니 비굴해질 수밖에. 어느 날 덩치 큰 녀석이 도시에서 전학을 왔다. 아마 전에 있던 학교에서 문제아였던 게 틀림없어 보이는 외모였다. 아이들의 관심은 일제히 두 사람에게 쏠렸다. 기득권 세력과 신진 세력의 대결은 불가피했다. 둘은 친구들 보는 앞에서 맞짱을 떴고 결국 기득권 세력이 나가떨어졌다. 아이들은 이제 일제히 신진 세력에게로 돌아섰다. 교실의 ‘불안한 평화’는 그렇게 이어졌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체제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미국은 자신들의 본토가 위협받는다며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더 강력한 방어체제(MD)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핵무장을 했으니 우리도 핵무장으로 맞서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중국과 일본도 북한 내지는 MD 위협을 근거로 중무장으로 치닫고 있다. 강력한 무기는 더 강력한 무기를 부른다. 그래서 평화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불안한 평화다. 언제든 불안을 머리에 이고 살 수밖에 없다.

평화, 그것은 무기 앞에서 너무나 무력해 보인다. 평화, 그것은 무기 앞에서 전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무기는 무기로 맞서는 게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게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고 보면 평화는 관념쟁이들의 언어유희 같은 게 아닐까. 공포와 불안이 일상화되다시피 한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하지만! 만일 중학교 때 반에서 권투를 배운 녀석도, 격투기를 배운 녀석도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반의 공기는 훨씬 가볍고 경쾌했을 것이다. 아이들의 비굴함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까불며 떠들며 왁자지껄 새로운 평화를 누렸을 것이다. 만일 북한이 핵무장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위협도 남한의 핵무장 주장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중무장도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전쟁의 공포 없이 마음껏 봄날의 축제를 즐겼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누차 강조했듯 남북간 대화도 훨씬 빠르고 쉬웠을 것이다. 남북간 대화와 교류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한반도에는 봄이 왔을 것이다.

평화는 이렇게 힘이 세다. 평화는 봄 같은 것이다. 봄이 오고나면 더 이상 한파나 엄동설한은 얼씬할 수가 없다. 평화는 상대를 무장해제시켜버리고 만다.

수년 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평화가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알렉산더 대왕, 줄리어스 시저, 히틀러 등 무력과 무기를 사용한 경우는 결국 국민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반면 평화를 위해 산 사람은 영원히 살아있습니다."

평화는 고상하게 오지 않는다. 고난과 희생이 심어져야 함은 물론이요, 원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설득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도 동반되어야 한다. 러시아를 악의 제국으로 지칭했던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만나 대화했다. 그가 추진했던 데탕트는 결국 냉전 종식이라는 엄청난 결실로 나타났다. 중국을 전범자라고 비판했던 닉슨 대통령은 핑퐁외교를 통해 중국과 화해했고, 이것은 중국이 개방과 개혁으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원하지 않았지만 평화와 이익을 위해 만난 것이다.

북한과의 평화? 그것은 무기로 오지 않는다. 진심어린 만남과 대화, 끊임없는 설득만이 북한을 평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할 수 있다. 대화는커녕 상대방을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말이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Blessed are the peacemakers, for they will be called sons of God)”(마태복음 5:9).

*이 글은 토기장이출판사의 월간 ‘편지’ 5월호에도 실립니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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