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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미국!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미국의 북핵 정책 비판적으로 보기...리영희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읽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요즘 한반도 사태를 보면서 사람들이 갖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질문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물음이다. 여기엔 원인이 필요없다. 그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건지, 우려 섞인 물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에 앞서 더 본질적으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그건 바로 “북한의 핵개발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이다. 지금이 쏟아놓는 북한이나 한반도 관련 기사들은 온통 자극적이다. 금방이라도 남북간 혹은 북미간 한판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다. 아니 일어나길 바라는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사태의 1차적 원인은 지난 2월 12일 북한이 강행한 3차 핵실험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게 뻔한 세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을까. 그러면서도 더욱 큰소리를 치는 것일까. 그 원인을 묻지 않은 채 북한에 대해 감정적 대응만 쏟아내는 것은 감정적 해결로 그칠 뿐이다. 사태해결에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

고 리영희 교수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한길사, 2006)를 소개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이 책은 1990년대 초에 처음 출판된 뒤(당시 북한의 핵개발이 처음으로 국제이슈화가 되었었다) 2006년 개정판이 나올 때까지 계속 본문이 수정 내지는 업데이트되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지금의 3차 핵실험 때와 그때는 미국 정치나 국제 정치의 상황이 다르지만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리 교수는 책의 앞부분 한 챕터(약 100페이지 분량)를 들여 한반도 핵 위험에 대한 역사적·구조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기엔 북한에 대한 일방적 매도에 앞서 북한이 왜 핵개발을 할 수 밖에없는지에 대한, 북한이 핵개발을 하도록 만드는 미국의 강압정책에 대한 분석이 들어 있다. 여기엔 북한의 핵개발은 물론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이미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북한이 그렇게 했던 배경에 대해 남한이나 미국 정부의 단안(單眼)적 관점이 아닌 북한의 입장에서 헤아리려는 고심이 묻어 있다. 남북 문제에 관심있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리 교수는 우선 남북 관계, 북미 관계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묻고 있다. “엇갈리고 상반되는 주장들과 복잡한 정황을 놓고 남한의 정부와 언론은 오로지 한 가지 주장과 판단만을 할 뿐이다. 즉, 시종일관 미국의 주장과 발언은 옳고, 북한은 미국 정부기관들의 주장대로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모든 부정적 행동은 북한 측에 있고, 북한 정부의 발표는 모두 속임수이고, 모든 책임도 미국 정부의 주장대로 북한 측에 있다는 견해다. (중략) 미국이 옳을 수도 있고 북한이 옳을 수도 있다. 둘 다 잘못일 수도 있다. 또는 미국이 옳고 북한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모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서 리 교수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양안(兩眼)적 시각, 즉 역지사지의 관점을 가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한다. 그만큼 ‘정권 안보’란 이름으로 일방적 의견만이 주입되다시피 했던 게 남북한 정권이 공히 펼쳐온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 고 리영희 교수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표지

북한이 1990년대부터 핵개발을 추진했던 배경에 대해 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남한에 상주하는 세계 최강 군사력(주한미군) △북한에는 소련과 중국의 핵무기가 없는데 남한에는 1957년 이래 미국 핵무기가 예치되어 있는 위험 △핵공격 연습을 포함한 해마다의 대규모 팀스피리트(지금은 폐지되고 키리졸브훈련과 독수리훈련으로 대치됨) 군사훈련의 위협 △푸에블로호, EC-121기 사건과 같은 되풀이된 전쟁위기 △와인버거 군사계획의 대북한 제2전선 전쟁계획 등의 반복되는 위협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남한의 경제·생산력·기술·통상 등의 우월성에서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국력의 차 △1976년 이후 남북한 군사비의 2대2 안팎으로 군사력 격차 확대 △공산주의세계의 붕괴, 고립화 격화 △맹방 소련과 남한의 국교정상화 △그에 따르는 소련 핵 보호의 상실 △장기간 누적될 재래식 군사비보다 저렴한 독자적 핵무기 개발 필요

이에 앞서 1973년 당시 박정희 정권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리 교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남한에 비해 북한의 경제력 우위 △미국의 베트남 철수 △그로 인한 미국의 핵우산 무력화에 따른 안보 위기 △정권의 정당성 약화로 인한 국내 위기 고조 및 불안

박 정권은 이에 따라 ‘자력국방’이란 기치 아래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간섭과 ‘핵무기 보호’ 공약으로 결국 접고 말았다. 그리고 1975년 10월 31일, 계속 미루어오던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수락 협정에 서명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남북한은 공히 마지막 카드, 즉 핵개발을 추진해왔다는 게 리 교수의 설명이다.

북한이 핵개발 추진에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도 한몫했다는 게 리 교수의 주장이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남한이 북한에 대해서 강행한 소위 ‘북한 핵’ 정책은, 과거 80년대 레이건 미국 정부가 경제·군사·정치·사회적으로 미국보다 열세인 소련에 대해 강행한 전략을 회상케 한다는 것이다. “레이건의 미국은 군비경쟁의 공간적 무제한(우주전쟁 구상), 시간적 무제한(소련이 항복할 때까지), 금전적 무제한(군비예산의 사상최고 수준의 지속), 정치적 무제한(소련 및 사회주의 ‘악의 제국’을 전세계적으로 포위·타격 강화) 정책으로 그 목표를 달성했다.”

20년 전 미국이 소련에 대해서 했듯이 지금 남한이 북한에 대해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은 현재 북한의 총군사비에 대해 매년 약 3~4배를 투입하고 있고, 그 중 신규 무기구입비만도 북한의 총군사비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3차 핵실험으로 자초한 북한의 위기. 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사를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여태까지의 일관된 공격태도를 바꿀 것인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로 북한의 핵시설이 미국의 주장과는 달리 핵무기 제조 목적이 아님이 밝혀지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공격적 군사전략을 평화적 공존전략으로 수정할 것인가?”

물론 답변은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란 게 리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현재의 긴장·위기 관계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중요한 원인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의 일관된 대북한 적대정책은 북한의 핵개발 때문만은 아니며 북한의 핵개발은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 또는 더 많은 요소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그 속에 대 중동전략, 대 중국전략이 포함됨) 때문이란 것이다. 리 교수는 1983년 2월 와인버거 국방장관의 비밀보고서(“소련이 중국 산유지역에 개입할 경우 미국은 소련 군사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북한에 대해 핵공격을 감행한다”고 되어 있다)와 같은 시기 육군참모총장 에드워드 마이어 대장의 설명을 종합해서 다음과 같은 미국의 기본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재래식 전쟁이 장기화할 때는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며 이 개념은 한국(조선)에도 적용된다 △핵무기의 사용은 원칙적으로 야전군사령관에 따르며 남한에서는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결정하여 양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결정을 건의한다”

이 같은 미국의 기본전략에 대해 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부연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어느 쪽에 의해서 전투행위가 일어나든 핵무기 사용이 기정 사실화되어 있다는 것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사실상의 핵무기 사용권이 부여돼 있는 문제. ‘양국’ 대통령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을 것이며 사실상 미국의 일방적 결정을 뜻한다 △미국의 유럽지역 동맹국들에 비해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그 국민의 생명에 대한 배려는 거의 전적으로 배제한 핵전략이라는 점. 한마디로 미국 정부는 남한에 대한 소련의 핵반격으로 남북한이 동시에 초토화될 것이 분명한 군사전략을 두고 남한 국민과는 일언반구의 협의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 15개 동맹국에 대해서 미국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는 볼 수 없는 조치다. “△미국은 미국 핵무기 수용국가 정부에게 핵무기의 종류․위치․수량․교체․위치변동 등 정보를 제공한다 △유럽국가들 정부는 국민주권기관인 국회에 이 정보를 보고하고 국회(국민)의 동의를 얻는다 △유럽동맹국들은 유럽에서의 미국의 독단적․자의적 핵무기전략을 구제하기 위해서 5개국으로 구성된 유럽핵협의회로 하여금 미국의 핵전략에 관여시키고 있다 △통일 전 서독은 미국에 대하여 서독 배치 핵무기는 동독을 목표로 할 수 없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면서 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질문하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 내에 있는 미국의 핵무기는 어떤 형식과 형태로든 대한민국 주권의 통제하에 놓이는가? 또는 대한민국 주권의 간섭을 인정하는가?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은 자신의 영토 내에 들어와 있는 극한무기에 대해서 어떤 권리를 갖는가?”

이번 4월 말까지 계속되는 독수리연합훈련 도중 미국의 B-2 스텔스전략폭격기나 B-52 전략폭격기가 고장으로 한반도 상공에서 추락이라도 한다면 한반도에 닥칠 끔찍한 재앙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물론 재앙의 책임, 즉 사후 책임도 미국에는 없다.

양국간 조약이 미국의 든든한 빽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파고든다. “한미방위조약 제4조(남한 영토의 무제한 대미 군사목적 위임)와 제6조(그 무기한 규정)에 의해서 미국의 핵무기는 ①대한민국의 영토․영해․영공 어느 곳에든지 ②대한민국의 허가․승인․동의․협조․반대 여부와 관계없이 ③무기한으로 배치․존속할 수 있다.”

1953년 10월 서명한 한미방위조약 제 4조는 다음과 같다. “상호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북한의 핵실험에는 이처럼 미국의 대북한 강경책이 자리잡고 있다. 거기엔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한반도 긴장을 적절히 (조장 또는) 이용하려는 미국의 전략도 숨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 속에서 한반도 핵 위기의 해결책은 뭘까.

리 교수가 모범적인 사례로 든 건 ‘트라테롤코’ 조약. 정식 명칭은 ‘라틴아메리카 지역 핵무기금지에 관한 조약’(1968. 4 발표)이다. 이 조약의 제2추가 의정서 제3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다음의 전권위원에 의해서 대표되는 정부(미국 포함 5개 핵보유국)는 이 조약의 가입국(들)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과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한마디로 이 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는 핵무기를 사용도, 위협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리 교수는 “미국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게는 이런 엄숙한 서약을 하면서, 같은 비핵국가인 북한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련과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핵무기불사용선언, 또는 지역국가회를 통한 남북한 비핵화에 찬동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것은 미국과 남한뿐”이라고 꼬집고 있다.

아울러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시급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미군에 의한 한반도 전역의 군사기지 사용을 허가한 제4조에 대해 리 교수는 “그것(제4조를) 그대로 둔 채로는 대한민국은 영원히 미국의 ‘군사적 식민지’일 수밖에 없으며, 그런 법적 지위관계에서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 반대·비난 또는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군축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리 교수는 강조하고 있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군비경쟁을 계속할 결심이면서 이산가족 재회니 우편물 교환, 휴전선 면회장소 설치, 예술·문화행사 교환 등 소위 인도적 행사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경제력이 10배, 연간 군사비가 3~5배인 남한의 물질적·군사적 우월에 대항하기 위해 생살 같은 군사비를 뜯어내야 할 북한 인민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진정한 인도주의는 군비경쟁을 중지하는 결단이 아닐까? 북한의 경제·사회적 파탄과 국가적 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통일전략이 아니라면 남북간 신뢰구축의 진정한 출발은 군비감축이라고 믿어진다.”

리 교수의 마지막 당부. 그것은 남한 국민의 핵무기 숭배사상 타파다. 리 교수는 “마지막 한 가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은 남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핵무기 숭배사상을 타파하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핵무기와 주한미군 없이는 불안하다’는 미신과 같은 주술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과장되고 조작된 이 미신의 주술의 사슬을 끊지 않고는 이 민족의 삶의 터에서 외국 핵무기의 요괴가 물러날 날은 요원해 보인다.”

리 교수는 비록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남북 분단이 계속되는 한 유효할 것 같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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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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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hwlrtkfkd 2013-04-04 11:38:36

    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파고든다. “한미방위조약 제4조(남한 영토의 무제한 대미 군사목적 위임)와 제6조(그 무기한 규정)에 의해서 미국의 핵무기는 ①대한민국의 영토․영해․영공 어느 곳에든지 ②대한민국의 허가․승인․동의․협조․반대 여부와 관계없이 ③무기한으로 배치․존속할 수 있다.”
    슬픈 조약이군요~이런 조약에 sign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요. 인류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정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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